사이토 히토리 1% 부자의 대화법 - 부자는 어떻게 말하는가
사이토 히토리 지음, 김은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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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기업의 대표나 자산가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그들이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이 그들을

지금의 성공에 다가가게 했는데

그들만의 특별한 기술이나 마음가짐,

세세하게는 인간관계나 대화법 등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다.


요즘은 개인 자체로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기에

경제지나 기사 등을 통해서 접하던

그들의 성공담은 이제 기사가 아니더라도

개인 SNS 채널이라든가 아니면 그들이 쓴

책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가 있는데

그렇게 알게 된 성공한 이들의 비결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평범한 것들이라

'이게 정말 성공으로 이끄는 비밀이라고?'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단순하지만 큰 힘을 가진 그들만의 비결을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이 몇 없다는 것은

모두가 성공하거나 부자가 아니라는 데서

반증이 되기도 하는데


이번에 읽게 된 《1% 부자의 대화법》은

일본 납세 1위 대부호인 사이토 히토리가

일생 동안 터득한 성공 에너지를 높이는

자신만의 말 습관(듣고 말하는 방법)에 대하여

기술한 책으로, 출간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이토 히토리는 ‘긴자마루칸’을 설립한 사업가로

1993년부터 12년간 일본 고액 납세자 순위

10위 안에 매년 이름을 올린 유일한 인물로,

2003년에는 누적 납세액 일본 1위,

2006년까지 총 173억 엔이라는

전대미문의 납세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납세 상위권 인물의 경우 토지 매각이나 주식 공개

등에 따른 고액 납세자가 대부분인데

전액 사업소득에 의한 납세라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이번에 나온 《1% 부자의 대화법》외에도

《부자의 그릇》, 《부자의 운》, 《부자의 인간관계》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서도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사이토 히토리의 이번 책은

저자의 인생 경험을 소개한 것으로

어떤 원론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히토리식 방법이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권하고 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타인과의 교류 없이는

성립하지 않듯이 행복과 성공의 열쇠가 모두

'사람'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히토리는 이런 인간관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대화'라고 생각한다.

듣고 말하는 태도에서 묻어나는 매력은

빛이 나기 마련이고, 저자는 이 매력을

성공의 포인트로써 자신의 사고방식을 대화법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바로 '사랑'인데

말을 들을 때나 말을 할 때도 사랑을 품고

상대와 마주하면 인간관계에서 헤맬 일이 없다고 하며

저자는 '사랑을 품고 있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사랑을 바탕으로

듣고 말하는 방법, 경청이 가져오는 힘을 비롯해

자기 자신과의 대화 및 사소한 말 습관까지

대화와 관련된 저자의 방식들을 전하고 있다.


사랑을 가지고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리액션을 하고

그렇다고 과한 표현이 아닌 작은 배려와

고민에 마주했을 때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는 등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는

대단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근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 더욱 컸다.


긍정적인 생각과 더불어

타인에게만 맞추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은

꼭 성공이나 부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사람이 하는 말에는 더욱 집중하게 되고,

긍정적인 리액션이 나오며 진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외모적인 매력이 아니라 단정하고 깔끔한 매무새의

'정갈함'에 사람을 흐뭇하게 하는 '배려심'을 더해

더욱 좋은 기운을 상승하게 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닐까 싶다.


사이토 히토리 같은 '매력 일류'는

결코 어렵고 복잡한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매력은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듣고 말하는 대화의 과정에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저자는 자신만의 대화법을 책을 통해 강조하고 있었다.


함께 있으면 편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매력적인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이나 부자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관계에서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랑받고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었다.


같은 의미를 가진 말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얘기하고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서

대화의 양상은 달라진다.

내가 하고 있는 대화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돌아보며, 매력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매경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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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너무해 - 원 없이, 사정없이, 아낌없이 사계절 시리즈
조서형 지음 / 북스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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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대한 단상은 여러 추억들과 함께

각양각색으로 물들어져 있다.

한 해가 가고 다시 돌아오는 계절 앞에서

살아온 시간 동안 쌓아온 추억은

그 계절의 날씨처럼 반사적으로

몸과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곤 한다.


나에게 여름은 초등학생 시절 무료하고 지루했던

그러면서도 이것저것 하려고 했었던

여름방학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기록적 폭염으로 남겨져있는 1994년

초등학생이던 나에게는

특별히 더웠던 기억이 없는걸 보면

우리들을 위해 최대한 애써 준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 수도

혹은 '원래 여름은 더운 거니까' 하며

더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놀던 어린아이만의

천진난만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초등학교 때부터 바쁜 학원 일정에

아이들은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또 긴 휴가를 잡고 멀리 한 달 살기를 하러

여행을 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학원 고작해야 한두 개.

그나마도 '너무 더우니까 아침 일찍 다녀와'라는

엄마의 조언대로 오전 9시 10시

날씨가 뜨거워지기 전에

그날의 유일한 미션을 해치우고 나서는

텅 빈 집안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언니, 동생과 함께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

뜨거운 햇빛을 이용해 돋보기로 신문지 태우기,

어떤 날은 욕조에 차가운 물을 받아

워터파크에 간 듯 대야를 타고 놀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올림픽'을 하자면서

갖은 몸짓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종일 놀아도 끝나지 않던 하루

오늘은 일기에 무얼 적어야 할지

비슷비슷한 하루에서 그날의 키포인트가 되는

사건을 꼽아서 적었던 날들이었다.


무료하고 지루하던, 심심하고 대수롭지 않던

그때의 일상들이 왜 여름만 되면 떠오르는지,

대충 물에 말아서 오이지에 먹던 집밥,

아이스크림을 사면 다 먹기 전에도

손등까지 주르륵 흐르던 뜨거운 날씨,

그래도 함께 '오늘은 뭐 할까?'를 고민하며

하루를 채워가던 시간들이 제법 즐거웠었나 보다.


여름의 기억을 담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듯

계절의 추억을 잔뜩 머금은

북스톤의 사계절 에세이인 여름편이 출간되었다.

뜨거운 여름에 태어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부터

땀띠를 가지고 태어났던 아이.

한여름이라는 이름을 갖지 못해 아쉬워했던,

여름을 너무 좋아했던 작가는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뜨겁게 불태웠던

자신의 10대, 20대를 돌아보며

그때의 추억들을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여름이 너무해》가 바로 그 이야기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교환학생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턴을 비롯해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쳐 일본 도쿄까지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인생의 굳은살을 쌓아온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녹여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녀가 10~20대를 보내며 맞이했던

뜨거운 여름의 순간들이 가득 녹아 있었다.


나서서 하지 않을 고생길을 걸었던 작가의 모험담을

읽고 있자니 똑같이 주어지는 인생시계를

나는 너무 평탄하고 안전하게만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은 대로 결심한 대로 자신의 거처를

세계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며 매일의 행복을

채워가는 이야기는 꼭 화려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장소가 아니어도

지금 있는 이곳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채워가는

작가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 좋아하는 것을 자신에게 기꺼이 제공하려는 노력!

과연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나?

라는 질문을 해보면 손을 꽉 쥐면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그렇게 스르륵 빠져나가는 시간이었다.


돈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리는 대로,

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면 다시 또 일어나는 대로

카우치서핑과 웜샤워 등 커뮤니티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도움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 역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며

뜨거운 여름 속에서 자신만의 페달을 굴리며

앞으로 또 행복을 위해 달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 보이고 건강해 보였다.


굳이 계절을 따지자면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나에게는

정 반대의 온도로 다가온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한 여름의 뜨거운 온기를 그대로 머금은

열정 가득한 작가의 온도가

이만큼 전해졌던 그런 에세이였다.


"이 글은 북스톤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내가 나고 자란 남도의 여름은 덥고 습해 조금만 뛰어놀아도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래도 여름이 좋았다. 여름을 기다리는 것도, 여름이 되는 것도, 여름을 추억하는 것도 좋았다. 엄마는 나를 여름에 낳았고, 나는 여름에 엄마 배 속에서 나왔으니까. 여름을 미워할 수는 없었다. 여름은 매사 시큰둥한 나도 뜨겁게 했다.

하노이의 여름은 오토바이와 잘 어울린다. 신호에 걸려 멈출 때면 앞차에서 나오는 열기와 여름의 폭염, 아스팔트가 뱉어낸 복사열이 한데 뒤섞였다. 그때의 아찔하고 몽롱한 기분이 나는 좋았다.

하노이에서 지내며 나는 매일 나와 싸웠다. 어제의 나를 이기고, 약한 소리를 하는 나를 부수고, 쉬려고 하는 나를 때려눕힌 다음 승자의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일거리가 늘어날 때면 곳간에 쌓인 쌀가마니를 세는 부자처럼 뿌듯했다. 쌓이는 돈은 별 볼 일 없었지만, 그런 건 괜찮았다. 하노이에서 내가 할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더없이 행복한 1년이었다.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내야 하는 핀란드 사람에게 여름은 1년을 버티게 하는 너무나 소중한 계절이다. 일주일의 휴가를 내고 그 시간을 통째로 내게 탐페레를 보여주는 데 할애한 헤나 덕에 나는 여전히 핀란드를 몇 가지 방법으로 생생하게 감각한다. 살미아키의 텁텁함, 무스타마카라의 기묘한 비주얼, 사우나가 주는 위안 같은 것을 통해 말이다.

아무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바보 같은 실수로 여행의 시작과 동시에 가진 돈을 잃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을 돈도 없고, 변변한 옷도 없어 아침저녁으로 오들오들 떨었으며, 잘 곳도 마땅찮아 매일 다른 호스트를 찾아야 했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었다.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니었다. 전쟁통에 혼자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나온 것도, 악어 떼가 숨어 있는 강을 맨몸으로 건너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스물 두 살에서 스물 세 살로 넘어가는 청년이 조금 부족한 돈으로 북유럽을 여행하려는 것뿐이었다. 돈도 아깝고 잃어버린 기회도 속상했지만, 그런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기에 핀란드의 여름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무슨 일이 있을 때면, 그래서 내가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흘기게 될 때면, 지금도 연자 할머니가 내게 속이 깊다고 했던 얘기를 떠올린다. 내 자존감은 나약해 빠져서 매사에 오락가락하지만, 할머니가 날 괜찮은 사람이라 해준 말만큼은 확실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못미덥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믿는다.

할머니 집들을 오가는 동안 나는 이렇게 자랐다. 욕심나는 일에는 욕심을 내고, 공평하게 상냥하고 다정하려고 노력한다. 속 깊은 아이 출신으로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크게 보려 한다. 물론 아직도 그 둘의 타이밍을 못 맞춰 당당해도 되는 때 찌질하게 수그리거나, 자제해야 할 때 나대버리는 때가 더 많다. 할머니 얘기를 내 삶에 투영하고 반영하는 과정에서 따르는 나름의 시행착오려니 한다. 내가 그 무렵의 할머니 나이가 되었을 때 나도 누군가에게 인생의 진리를 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윤지_ 아, 행복해.
서형_ 나도. 근데 무서워, 헐. 너무 행복해서 나 지금 무서워, 윤지야.
윤지_ 그럼? 안 행복하고 싶어?
서형_이렇게까지 행복한 거는 원하지 않아. 이것보다는 좀더 사그라진, 김빠진 행복을 원해.
윤지_신기하네. 이상하고.
서형_내가 행봅을 제 발로 걷어차는 실수를 또 할까봐. 그런 짓을 저지르기 전에 행복이 알아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러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나는 왜 이렇게 좋은 날 불안할까? 힘들게 일할 때가 아니면 다 불안해. 이렇게까지 매일 불안해하면서 일하는데 사는 게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게 신기해.

영원한 건 없다. 엊그제 꽃을 피운 나무는 오늘 푸른 이파리를 내밀고, 또 가을이 오면 그걸 다른 색으로 문들여 보여줄 거다. 기쁨은 흩어지고 슬픔은 옅어진다. 돈과 일은 있다가도 없다. 인간은 더하다. 새로운 세포가 원래 있던 세포를 매 순간 대체한다. 인간은 성격이나 외모가 조금씩 계속해서 달라지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예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고 한 달 전의 내가 아니며 1년 전의 나는 더욱이 아니다.

여행지에 가면 낯설지 않은 게 없다. 말도 어색하고 길도 어렵다. 어디에 가서 뭘 주문해야 뜨끈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지, 가볍고 큰 용량의 물통은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나무 숲을 따라 걷고 싶을 땐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것 투성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을 때,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게 많을 때 여행자는 자신감을 잃는다. 그럴 때 현지에 있는 친구는 언제나 큰 도움이 된다. 웜샤워를 통해 구한 방은 반들반들한 호텔보다, 호텔만큼 쾌적한 에어비앤비보다 더 가깝고 따뜻한 방이 된다.

계속 여행자로 살고 싶었다. 나는 여행할 때 가장 편견이 없고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적극적이었다. ‘내가 언제 또 이런 걸 해보겠어‘의 마음가짐은 선택을 미루지 않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반면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는 욕심내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일단 챙기는 것들은 배낭에 들어가면 모두 짐이 될 뿐이었다. 내가 준 마음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의심하지 않았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은 다시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지금 내가 고맙고 행복하다면 아낌없이 표현했다. 계산만큼 쓸모없는 일이 없었다. 여행을 계속할 수는 없다. 여행자가 아닌 채로 살려니 괴로웠다. 여행자를 초대하는 동안엔 일상을 살면서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선 그 누구도 2회차의 삶을 살 수 없다. 대신 눈을 조금만 돌리면 다른 생을 경험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급할 게 하나도 없다.

삶은 다르다. 누가 알려줘도 의심하고 스스로 결정하고도 의심한다. 20대 초반에 내내 하고 싶은 일은 불쑥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토라진 단짝 친구처럼 등을 돌렸다. 그때마다 하는 수 없이 신입이 되었다.

열심히 살고 싶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아르바이트에 기댔다. 성인이 되니 정해진 시험 범위도, 선생님이 지정해주는 문제집도 없었다. 어디에 열과 성을 쏟아야할지 모르는 채로 청춘은 열정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몸 둘 바를 몰랐다. 특별한 능력도 없이 세상에 나온 내게 아르바이트는 어딘가에 힘을 보탤 기회가 되었다.

여름은 늘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길어지는 해가, 짧은 바지에 드러나는 맨살이, 아빠의 긴 휴가가, 우거진 숲과 시끄러운 풀벌레 소리가, 볕의 향을 품고 마르는 빨래가 좋았다. 집밖에 나가는 걸 망설이지 않아도 되며, 뒤돌아보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니 여름이 덥고 괴로워도 별 수 없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쓱쓱 닦아가며 또다시 나아갈 수밖에.

그간의 여름들엔 무모했다.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10대 내내 한결같이 꿈꿨던, 외국에서의 삶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저 허송세월한 거다. 돌아볼 일 없던 허송세월의 긴 역사를 쭉 늘어놓고 바라보았다. 나는 20대를 온통 허비해 10대의 업보를 청산한 셈이었다. 허덕이며 땀을 쭉 뺐다. 그러고 나니 개운했다. 속이 다 시원했다.

잘하는 건 재능이고, 그냥 하는 건 압도적 재능이라고 한다. 허우적댁 시간이 길고 여전히 실수가 잦지만, 지금 와서 어쩌겠는가. 그냥 하던 대로 해야지. 이번에 못한 건 다음에 고쳐서 더 잘하는 수밖에. 재능을 가지고 시작하지 못했으니 압도적 재능이라도 노려보는 거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번 생은 꼬박 나로 살아야 한다. 할 수 있는 경험보다 그렇지 않은 게 많고,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훨씬 많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낯설고 모르는 것에 설레는 내가 아는 방법은 이뿐이었다. 아는 것 밖의 세계와 무의미한 시간을 땀흘려 건너가는 것. 그렇게 여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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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의 심리학 - 정신의학 전문의의 외모심리학 이야기
이창주 지음 / 몽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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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요즘 들어 '보이는' 요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졌다.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이 콘텐츠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매체에 등장하는 연예인을 비롯해
'외모'나 '몸매' 등 생김새에 대한 평가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추세가 될 정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외모'에 대한 상대적인 비교 앞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등
단순히 외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받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현대인이 마주하는 외모 스트레스 앞에서
정신의학 전문의가 전하는 마음 처방전을 담은 책
《못생김의 심리학》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당시 발병한
전두 탈모증으로 머리를 비롯해 눈썹 등이
한 올도 남김없이 빠지는 질환을 앓았다.
재수, 의대 재학 기간을 거치면서
다양한 치료를 시도하였으나 실패했고,
이로 인한 심적 버거움을 직접 겪기도 했다.

단순히 타인의 스트레스나 아픔에 공감한다는 말보다
실제로 자신이 겪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는 변함이 없으나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신체 이미지를 치유함으로써
달라진 삶과 모습을 받아들인 과정을 전하고 있다.

책은 크게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Chapter 1 정신과 의사가 외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Chapter 2 못생김은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다
Chapter 3 외모심리학 카운슬링 & 심층상담
Chapter 4 스트레스를 줄이는 마음 처방전
Chapter 5 힘들었던 시간이 가르쳐 준 삶의 지혜 로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외모 스트레스를
줄이는 마음 처방전을 얻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가제본 도서를 통해서는
Chaper 1과 2를 먼저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근본적으로 저자가 외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못생김'이라는 인식이 단순히 어떤 객관적인
외모 때문만이 아닌 상대적인 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 일 수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외모 강박에 대해서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외모에 대한 평가라는 것은
시대와 사회, 문화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
"미남, 미녀"라 불리는 이들이
어느 나라, 시대에서 공통적인 모습이 아닌 것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도 우리는 알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보이는
이 외모라는 요소에 많은 감정을 투여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데
방해를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의학전문의로서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는 작가는
자신의 치료를 위함에도 불구하고 체중이나 외모 등에
영향이 미칠 것을 염려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는데, 이 부분에서 특히나 공감이 갔다.

최근에 평소 추적 관찰하고 있는 질환의 치료를 위해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 나 역시,
약의 영향으로 인하여 투약 이후 해마다 꾸준히
체중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해 달라지는 신체에 대해
나름대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물론 살이 찌는 것보다 치료가 우선이기에,
살을 위해서 투약을 중단할 생각은 없었지만
누군가는 이런 부분 때문에 투약을 중단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이런 스트레스도 '건강'이라는 측면보다도
겉으로 보이는 미적인 부분,
타인과 비교했을 때 평균에서 벗어난다는 기준을
스스로에게 과하게 주입시키며 들었던 것 같다는 걸
비로소 깨닫고 있는데 책에서 읽었던 구절 중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특히나 와닿는 포인트가 되었다.

모두가 같은 얼굴일 수 없고,
시대와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미'라는 평가 앞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겉으로 보이는 요소에
마음을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신체이미지'를 바라보는 눈을 가짐으로써
내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Chapter 3부터는 본격적인 심층상담과
마음가짐 등의 마음 처방전,
작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삶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인
마음 어루만지기의 스킬이 들어가 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스스로 외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 어떤 처방보다도 강력하고 따스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처방전으로
이 책이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몽스북으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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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의 심리학 - 정신의학 전문의의 외모심리학 이야기
이창주 지음 / 몽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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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바른 눈과 마음‘을 일러주는 심리학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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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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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실종된 남편의

사망선고가 확정되고 비로소

안심의 한숨을 쉬는 그녀,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을 잃은

가련한 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남편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애인과 함께 유기까지 했다는 사실!


남편 앞으로 들어 둔 보험금을 수령하고

앞으로의 행복한 인생을 꿈꾸던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그녀를 사색으로 만든다.

바로 '실종된 남편을 찾았다는 것'

경찰의 동행 아래 시어머니와 함께

남편이 발견되었다는 청송 요양원에 도착하자

전혀 알지 못하는 얼굴의 남자가 있고

시어머니도, 경찰의 지문검사를 비롯해

모두가 그 남자가 내 남편이라고 한다.


남편의 죽음을 유일하게 아는 건

주인공인 효신과 애인뿐!

의심스럽고 낯선 남편이라고 하는

그 남자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잡지 에디터를 거쳐

광고 홍보 기획자로 일한 작가는

생일에 선물 받은 맥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리인》을 포함해 다섯 편의 웹 소설을 쓰고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된 이번 소설 외에도

다른 작품 하나 역시 영상화 진행이 확정되었다.


추리와 예측, 아슬아슬한 남녀의 관계를 담으며

예상을 벗어난 결말, 긴 호흡을 가진 작품임에도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는

작품을 비로소 다 읽고 나니

왜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되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소설은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은 남편의 사망선고 이후,

자유와 행복을 만끽할 줄 알았던 효신이

자신이 죽인, 실종 처리되었던 남편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그 남자와 불편한 동거를 하며

그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분명히 세상에 없을 수밖에 없는 남편을

시어머니도, 경찰의 신원 조회에서도

모두 이 낯선 남자가 남편이라고 하는데,

기억을 잃은 척 남편 행세를 하는

이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효신은 남편과 남편의 과거를 추적해 나간다.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자신처럼

남편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고,

자신이 얻고자 한 자료를 가로챈 흔적을 발견하는데

효신을 위해 남편이라 하는 낯선 남자가 발견된

청송 요양원에 위장 잠입한 애인 필주까지

그녀도 서서히 그 남자의 정체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 남편과는 다르게 자신을 이해하고

또 너무나 알 수 없게 매력적인 이 남자에게

조금씩 빠지게 되면서 평범한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 또한 느끼게 된다.


2권은 남편 재우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2권의 시작부터 1권을 통해 쌓아온

이야기의 모든 것이 무너지며

시작부터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건설하는 기분이 든다.

1권을 통해 예상해온 모든 이야기의 구조가 무너지며

한참을 읽는 동안 작가의 트릭에 갇혀 있었음을

깨달으며 한 번 더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 남편 재우를 비롯해, 시어머니,

남편이 출장 갔다는 옆집 여자,

낯선 그 남자를 안내한 요양원의 직원까지

그들은 한 패로 함께 사기를 도모해 온

범죄자들이었던 것.

가족과 친구도 없이 외로웠던 효신은

그들에게 최적의 타깃이었고,

예상치 못한 효신의 살인으로 인해

사라진 남편을 대신해 원래 남편의 실제 서류상

인물인 '재우'가 기억을 잃은 듯 돌아와

죽은 종대의 복수를 하고 그녀 몫으로 들어 둔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새로운 작전을 수행한다.


가족같이 아끼던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녀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하려

계획적으로 접근한 재우.

하지만 그 역시 효신과 마주하며 흔들리기도 하며,

자신들만큼이나 진실에 다가가는 효신과 마주하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게 된다.


돌아온 죽은 남편의 진실과 정체를 밝히려는 효신과

효신의 진실을 밝히려는 재우

둘 중 누가 먼저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그리고 미스터리한 보험조사관의 정체까지!

소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생각했던 모든 추리와 예측을 무너뜨리며

작가에게 두 손 두 발을 들게 되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었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나란히 배치된

땅콩주택의 비밀과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침대에서의 서사까지 영상화를 위한

요소를 제대로 갖춘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식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은 '얕은 부분이 많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간만에 예측을 제대로 빗나가며

작가에게 졌던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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