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껏 산다 - 식물로부터 배운 유연하고도 단단한 삶에 대하여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집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물을 키우며 많은 힘과 위로를 얻는 사람들이 많다.

퍽퍽한 회색도시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푸르른 모습을 드러내는 잡초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데

하물며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키우는 식물에게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설명치 않아도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새 학기가 되면

각자 하나씩 자신이 키울 씨앗을 화분에 심어

학교에 가지고 갔었다.

각기 다른 씨앗을 심은 화분을 창가 쪽에

쪼르르 놓아두고는 물도 주고 관찰일기를 쓰며

오늘은 떡잎이 몇 개였는지,

어떤 꽃이 필지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 학교 가는 또 다른 재미를 키워왔던 것 같다.


누군가는 손톱에 예쁜 물을 들일 수 있는 봉숭아를

누군가는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상추를 심었다.


나는 쉽게 잘 키울 수 있다는 나팔꽃을 키웠는데

아빠가 알려주신 대로 나무젓가락도 꽂아두고

창가에서 햇빛을 잘 쬐다 보니

덩굴이 너무나도 잘 자라 거의 교실의 벽을 타고

창문 저 끝까지 올라가 내 키를 훌쩍 넘어버렸고

앙증맞은 보라색 꽃은

'내가 엄청난 걸 키웠지 뭐야' 하는 뿌듯함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던 나팔꽃은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나에게 '좌절감' 또한 느끼게 해주었다.

방학 중에는 학교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져왔던 식물들을

'집으로 가져가 잘 키우다가

다시 개학이 되면 가져올 것'이라는 미션이 떨어진 것.

평범한 화분을 가져온 아이들은

그대로 들고 가면 그만이었지만

내 키보다도 더 큰 키를 가진 나팔꽃 화분은

창가에 눌어붙은 덩굴을 끊어내고

그것을 다시 수도꼭지에 꽂은 호스처럼 둘둘 말아

화분에 얹어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돌돌 말아 호스처럼 축 처져버린

나팔꽃은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끊긴 덩굴은 다시 벽에 이어붙일 수 없었고

그렇게 나는 식물을 키우며 기쁨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 나만큼이나 식물을 사랑한 이가 있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식물을 통해서 기쁨, 슬픔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힘과 지혜까지도 얻는 사람

단단하고 유연함까지도 배우는 작가 정재경의

에세이 《있는 힘껏 산다》를 만났다.


책 속에는 작가가 키우고 만났던 36가지의

식물 이야기가 담겨있다.

'반려 식물 처방'이라는 주제로

33개월 동안 연재했던 이야기들을 모았는데,

작가는 식물과 함께 하며 그들에게서 받은 사랑 덕분에

말라가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느낀 이 강인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독자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이야기는

소박하면서도 예쁘게, 그리고 계절감을 가득히 머금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식물이 주는 푸릇함은 상쾌한 기분을 들게 한다.

계절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화려한 꽃이나

향기로운 과일도 좋지만

흔히 우리가 '식물 색'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초록색과 연두색의 어귀쯤

푸릇푸릇하면서도 삐죽삐죽한 생명체는

'살아있다' '날 자연의 그대로'를 느끼게 하는

무언의 힘이 있는 것 같다.

투병을 하면서도 창밖의 풍경으로 보이는

마지막 잎새를 통해 삶의 의지를 다졌던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책상 한편에서 때로는 창밖에서

때로는 길이나 산속에서 만나는

그 푸릇한 식물들이 풍기는 에너지는

그 어떤 힘보다도 강인하고 단단하면서도

소박하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익숙했던 공기정화식물들의 이름을 넘어

계란프라이 꽃이라 불렀던 개망초의 유래까지

식물과 얽힌 다양한 사연들을 읽으며

나의 추억과 겹쳐 보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들이 가진 수많은 이야기는

몰랐기에 더 새로웠고,

익숙했기에 더 친숙하고 가벼워서 좋았다.


추운 겨울을 지나 메마른 잎이 죽은 듯싶었는데

포근해지는 날씨와 더불어 다시 빼꼼 고개를 드는

강인한 생명력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을 버텨내고 이겨내면

다시금 마주할 수 있는 따스한 봄이라는 시간을

우리 모두 가질 수 있다고 몸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유약한 존재, 소리도 낼 수 없고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자라지고 길러진다는 느낌이었던 식물이

사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굳은 의지대로

묵묵하게 추위와 어려움, 위기를 이겨내는

성인군자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웅담을 보는 것도 같았다.

이런 사소함을 발견하고 끄집어내어

우리 모두의 눈에 그것을 보여주는

작가의 마법이 고스란히 통했던 책이었다.


식물 하면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사람들이나

가만히 앉아서 들여다보기나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이 단단하고 유연한 존재가 보여주는

새로운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이제는 지나는 길가의 풀 한 포기,

선물로 받았던 화분 속 식물의 모습 하나하나가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

그들이 발을 담고 있는 흙을 살피고

잎을 어루만지며 소리 없이 전하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봐야겠노라고

다짐하게 된다.


가진 에너지를 발휘하여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강인한 식물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있는 힘껏 산다》와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글은 샘터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는

사건사고의 소식이 쏟아져 나온다.

*명 사망 *명 부상 등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나누는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몇 자리의 숫자로 함축된다.

이런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나면

우리는 사고의 원인에 대한 파악이나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건 사고 속에서도 스토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

생전에 그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그가 성인이라면 가진 직업적 사명의식이라든가

그가 학생이었다면 얼마나 꿈이 많은 아이였는지 등

우리는 사건사고 속에서도 사람과 스토리를 찾는다.


반면 살아남은 이들은 그저 살아갈 따름이다.

참사 속에서도 기적같이 살아난 이들,

누군가의 도움이었을 수도 있고

자신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사고 이후에 힘듦과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살아남았는데 더 잘 살아야지'

'남들보다 더 행복해야지' 하는 부담 같은 응원을 가지고

같은 사고로 혹은 비슷한 사고로 세상을 떠난

다른 이들의 몫까지 더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많은 목소리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과연 그들이 원하는 목소리였는가,

그것이 과연 그들이 듣고 싶던 말이었는가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

모두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 사건사고 속에서도

그 어둠 속에서도 피어난 꽃처럼

이들이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툭 털고 슈퍼맨처럼 일어나길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힘들지,

살아가는 내내 어떤 중압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은정동 화재사건

은정동 아파트 화재사건

은정동 11층 이불 아기 등으로 불리는 유 원.

열 살 차이 언니가 동생을 너무나 원해서

원할 願 영어로 불러도 want는 원하다는 뜻이라며

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이다.


위층 할아버지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집 베란다로 들어와, 베란다에 있던

언니의 상장, 책, 소설 등을 태우며

집은 순식간에 불에 휩싸이게 된다.

얇은 판자로 구분되어 있던

작은방의 베란다에서도 불을 피하기는 역부족.

유치원에 다녀온 동생과 낮잠을 자던 언니는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불을 피해

목욕탕에 가서 이불을 물에 적신 후

동생에게 말아 준 뒤,

동생이라도 살리기 위해 11층 창밖으로 던진다.

창밖으로 던져진 이불 아기는 40대 가장이 받아내며

그 충격을 모두 대신 흡수하고

끝내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되고,

이 화재사고로 동생을 아꼈던 언니는 세상을 떠난다.


소설 유원은 주인공이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유원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사고가 발생한 후 10년 후,

사고가 있었던 때의 언니 나이 즈음이 되어

고등학생이 된 유원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연 때문인지

쉽사리 누구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하고

또 알 수 없는 동정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너는 그러면 안 된다'

'언니는 참 착한 아이였는데'

하는 사람들의 시선 아래

자신의 몫의 인생이 아닌

누군가의 몫을 대신하는 느낌,

자신을 통해 다른 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언니의 모습을

너스레를 떨며 시시콜콜 털어놓는 사람들 앞에

"그랬어요? 저는 몰랐어요"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부모님,

자신을 구하느라 평생 고칠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된

아저씨 앞에서 부모님이 어떤 거절도 싫은 소리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살아남은 것이 과연 좋은 일이었을까?'

'내가 아니라 언니가 살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기 있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데

사고의 기억과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제대로 날개조차 펴기 힘든 유원은

그저 구석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자신을 점점 숨기게 된 것이다.


자신만의 아지트였던 옥상 입구 책상 사이에서

여느 때처럼 점심시간을 때우려던 유원 앞에

마치 비밀의 화원의 문을 열듯

마스터키로 옥상 문을 따고 들어가는 수현과의 만남.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수현의 모습 속에서

원은 '친구'라는 새로운 존재의 매력을 알게 된다.


다른 이들에게는 쉽사리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서툴지만 천천히 털어놓는 원.

언니에 대한 고마움과 원망,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원의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뻥 뚫린 옥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수현은 원에게 점점 더 가까워진다.


알 수 없이 끌리던 서로에 대한 우정은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 옥상에서 진실게임을 하던 중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무언가 말할 듯 말하지 않았던 수현이 가진 비밀과

그 비밀 앞에서 무너질듯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현을 믿고 싶었던 원의 마음.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었지만

끝내 이해하고 힘을 북돋아 주는 모습은

새로운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참고서처럼

그렇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원이 처한 상황과 반복되듯 마주하게 되는

아저씨와의 부딪침 속에서 속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렸고 어려웠고,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고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오고 자라왔던 원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하게도 응원이라는 말로

'잘 살아야만 한다'는 압박을 주고 있었다.


실제 그 일을 겪은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누군가의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그 압박감은

우리가 응원이라는 말로, 위로라는 말로

감히 건넬 수 없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을까?

위로라는 말로 사실은 그의 상처에

더욱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나의 시간을 돌아봤다.


누구의 동생, 어떤 사건의 피해자, 생존자가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새로이 태어나

높은 곳에서도 두려움 없이 훨훨 나는

원의 모습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지금의 시간을 제대로 살 수 있기를,

그런 용기를 가진 원이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슬프며 적당히 그렇게 살기를 바랐다.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고마우면서도 증오하는,

뒤엉킨 복잡한 마음을 부여잡고

단단하게 당당하게 일어서 나갈

유원의 내일을 기대한다.

불안함이 아닌 두근거림과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가진

평범하고 오롯이 나 자신인 유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번 작품을 읽으며,

이토록 섬세한 마음을 담은 작가의 필력에 놀랐고

93년생이라는 작가의 나이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

용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더하는 힘,

소설 《유원》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꿀잠 선물 가게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고민이 많거나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을 때는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피곤함이 익숙해서 커피를 하루에 2~3잔,

많게는 4잔까지 마셔도 머리만 바닥에 대면

잠이 들던 때가 있었고

어떤 때는 너무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아서

거의 눈만 감은 채로 지새운 적이 있었다.

'잠'이라는 것은 하루의 끝 온전히 나에게 주는

휴식시간으로, 하루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열어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요즘은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서 수면상태를 체크하고

수면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자면서 뒤척인 횟수, 신체 회복 / 정신 회복에 대해

100%를 만점으로 회복도를 체크할 수 있고

깊은 잠에 들거나 깬 시간, 렘수면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등 잠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잠에 대한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은

반대로 그만큼 잠을 이루가 어렵거나,

잠에 든다고 해도 질 좋은 수면에 이르지 못하기에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불면 클리닉이나 수면 클리닉도 많고

점심시간 등 짧은 휴식시간을 이용해 쉴 수 있는

낮잠 카페도 있는 걸 보면

여전히 기술발전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의학기술과 영양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여전히 '잠'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개개인마다 적절한 수면 시간에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성인은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루에 많아야 5시간을 자고 출퇴근을 반복하던

직장인 시절에는 수면의 질도 좋지 않고

업무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에

자면서 잊고 쉬기보다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에 일과 관련된 무언가를 더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회사를 나와 비로소 나에게 제대로 된

수면을 선사하고 나니,

하루 7~8시간이라는 수면시간이 가져오는

변화가 얼마나 큰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고민이나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잠든 내 꿈속에 들어와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나에게 딱 맞을 꿀잠 아이템까지

추천해 주는 가게가 있다면 어떨까?

오랜만에 걱정 없이 잘 수 있고,

또 꿀잠 아이템을 통해서 고민까지 지울 수 있다면

기꺼이 찾아서 이용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은데 말이다.


꿀잠 아이템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오슬로와

그와 가족 같은 존재이자 조수인

부엉이 자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꿀잠 선물 가게》를 만나보게 되었다.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꿀잠 선물 가게.

구석의 벽난로는 따스함과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하고

꿀잠 선물 가게 주인인 오슬로 전용 안락의자와

손님의 위한 소파, 큰 창을 통해서는 햇빛이 들어오고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부엉이 자자가 준비한

웰컴 티인 맛있는 꿀차가 제공된다.


꿀차를 마시고 편안한 상태에서 잠이 들면

부엉이 자자가 손님의 꿈에 들어가 오슬로와 함께

꿈을 들려다 보며,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나 고민,

후회 같은 다양한 마음들을 알아보고

불면의 이유를 알아낸 다음 손님에게 꼭 맞는

꿀잠 아이템을 추천해 주는 곳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솔깃하고 궁금한 이 공간을 찾은

다양한 손님들의 사연이 차례로 펼쳐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겹친다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손님들의 사연은 책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백 년마다 한 바퀴를 도는 백 년 시계

뜨거운 마음을 조금은 식혀줄 첫눈 커튼

새로운 도전을 하고픈 이에게 권하는 구름 나라 패스포트

현재의 마음을 그대로 잘 전할 수 있도록

상기시켜준 달빛 스노볼,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방황하는 초보 엄마 아빠에게

전하는 걱정 인형과 걱정 처방전,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잘난 척만 하던 이에게

따끔한 충고로 다가왔던 소곤소곤 귀마개,

쓱싹쓱싹 빗자루 이불은 쓰레받기 베개와 세트로

이용하기를 추천~!

그리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출장 의뢰까지

손님들의 사연을 따라 다양한 꿀잠 아이템들을 만나고

문제 해결 과정을 살펴보며

우리가 바쁘게 사느라 놓치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마음들을 일깨워 주고 있었던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


'잠'이라는 어쩌면 흔해서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말하는 부엉이'와

마법의 힘을 가진 '꿀잠 아이템'으로

더욱 환상적이고 따뜻하게 그려내어

특별하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오슬로와 부엉이 자자에게 얽힌 사연도

손님들의 사연들 만큼이나 따뜻하게 다가왔고

앞으로 이후에 펼쳐질 그들의 꿀잠 선물 가게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기대되었다.


"이 글은 창비로부터 가제본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유꽁사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TV를 통해서 본 광고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밥심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농협중앙회에서 진행한 광고였는데

세상을 살아가는 힘으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스토리를 전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지치고 힘들 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유난히 기억에 남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광고였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아침에 나를 일으켜 세우고

회사로 가게로 각자의 일터로 발을 이끄는 사람들.

때로는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힘들거나 지치는 날, 울고 싶은 날이 있지만

그래도 따끈한 한 끼 식사 앞에서

'그래도 이렇게 먹고살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안도를 받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에겐 먹여살려야 할 나라는 1인분의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캄캄해 보이지 않는 길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엔 어딘가에 가닿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른이기에 그렇게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유꽁사의 신간

《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를 만났다.

유난히 가라앉고 지치는 날,

일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에도

어김없이 작가는 자신을 위한 한 끼 식사를 내놓는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나만을 위한 식사를 하며

다가온 계절과 시간을 만끽하며

놓쳤던 마음을 다잡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나고 든든해지면서 다시 무엇이든

해보려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는 작가처럼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흔들렸던

많은 순간을 함께 지울 수 있었다.


사람들 중에는 혼자 있으면,

혹은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먹는 데 쏟을 힘조차 없어서 말 그대로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버리는 이들도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지'

하면서 있는 반찬 없는 반찬을 모두 꺼내서 먹고

부풀어진 배를 문지르며,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이 중에서 후자에 속했다.

혼자 먹는다고, 힘들거나 지쳤다고 대충 먹기보다는

오히려 부러 평소보다 더 챙겨서 먹고는

보란 듯이 잘 먹고 보란 듯이 아무렇지 않게

툭 털고 일어나는 타입.


나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하며

설사 그것이 이미 만들어진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된다든가,

혹은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라면을 먹는다 해도

라면에 계란과 파 토핑을 넣고

다진 마늘 한술이라도 더해서 내가 나를 '신경 썼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결국은 먹고살고자 하는 이 인생에서

내가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다 하더라도

유일하게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 차려주는

정성스러운 한 끼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날씨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엄마는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 기운이 나지' 하며

가족들을 위해 식탁을 채운다.

엄마가 차려놓은 식탁 위에서

간단히 수저를 드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운이 충전되곤 한다.

그런 먹고사는 이야기가 쌓여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계절감이 물씬 풍겨지는

제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다.

소박하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하고 예쁜

단출하지만 부족하지 않고 든든한

작가의 한 끼를 보고 있자니

나에 대한 이런 정성이라면 못 할 일이 없겠다 싶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숱하게 흔들렸던

작가의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이끌어 준 건

이런 밥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일을 하며 느낀 최선의 의미,

프리랜서로 일하며 느꼈던 생각 등

공감 가는 여러 장면에서 수시로 멈춰 섰다.

늘 최선을 다해 100 그 이상을 쏟았기에

스스로 다치는 줄도 몰랐던 과거의 나에게

조금은 느슨함을 선사해 주자는 최근의 생각을

들킨 것만 같아서 이 공통된 '결'이

그토록 반가울 수 없었다.


거창하고 대단한 목표나 행동이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를 더 잘 살게 만드는 건

나를 위한 작은 밥상이라는 것을 배운다.

정성스럽게 차린 한 끼의 식사 앞에서

인생을 배우고, 최선의 느슨함을 조정하며

앞으로 나아갈 빛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면

작가가 전한 봄 향기 가득한 레시피들을

따라서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이 맞는 사람이 전하는 레시피는

분명 내 입에도 맛있고 무한한 힘을 줄 테니까 말이다.


"이 글은 세미콜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 벼랑 끝의 닌텐도를 부활시킨 파괴적 혁신
레지널드 피서메이 지음, 서종기 옮김 / 이콘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임만이 주는 기쁨이 있다.

나이와 성별, 인종이나 국가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게임이라는 존재.


우리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게임 속 캐릭터가 되어 낯선 땅을 달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끝판왕과 싸우며

때로는 유명한 캐릭터가 되어 버섯 왕국을 누비기도

어떤 때는 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미지의 섬에서 유유자적 낚시를 하고 과일을 키우며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내가 처음 만난 게임은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오락실에서 즐기던 보글보글 같은 게임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금지된 공간 같았던

오락실에서의 게임은 집이 오락실을 하던

친구네 가야만 한 번씩 즐길 수 있었던 이벤트 성이었고

명절 선물로 아빠가 회사에서 타왔던 겜보이로는

풍선 터트리기나 갤로그 같은 게임을 즐겼었다.

그러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는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선생님이 뽑아서 칠판에 붙여둔

게임의 경로를 DOS 창에 입력하고는

방귀를 내뿜고 다니는 택시 게임이라든가

왕비가 되는 것이 목표인

하지만 제목은 '프린세스 메이커'인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진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반영하듯

피카츄가 등장하는 배구 게임을 하기도 했고,

짱구와 떡잎마을의 등장인물들이 나와

부리부리 대마왕과 싸우는 게임도 즐겨 했었다.


테트리스, 포트리스를 거쳐 히든 캐치,

야채부락리를 비롯해 스타크래프트까지

보통의 여자아이들이 하지 않는 게임까지도

즐겨 했었던 나는 이십 대가 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나를 위해 내돈내산의 게임기를 마련했다.

바로 닌텐도 DS Lite다.

당시에 남자들은 플레이스테이션,

좀 더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여자들은

디자인이며 UI 자체가 말랑했던

닌텐도를 즐겨 하곤 했었는데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동시에

닌텐도를 마련하며 우리의 게임은

출근하자마자 공식 업무시간이 시작하기 전,

그리고 점심을 먹고 다 같이,

퇴근하는 길 집에 가는 버스에서

여러 세계를 오가며 그 범위를 넓혀나갔다.


한동안 즐겨 하던 닌텐도의 열기는 조금 식었지만,

시간이 지나 조카가 태어나고 나니

함께 즐길 수 있는 선물을 찾다 보니 내가 다시

도달하게 된 것은 닌텐도의 세계였다.

내가 하던 추억의 게임의 새로운 버전을

조카들이 즐기고, 조카가 만들어 놓은 섬에

놀러 가서 낚시도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하며

집을 구경하는 재미는 무언가 숨겨놓았던

일기장을 몰래 펼쳐보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웠다.

같이 마리오 캐릭터의 등장인물을 고른 다음

미니게임을 즐기는 마리오파티는

여전히 우리의 공휴일 단골 코스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닌텐도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굳이 히스토리를 읊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이번에 만나보게 된

《우리의 임무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이런 전설적인 시리즈를 성공시킨

이와타 사토루의 최고의 파트너이자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로

닌텐도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데 일조했던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성공을 위한 투지,

그가 말하는 혁신적인 마케팅을 다루고 있었다.


레지널드 피서메이는 게임을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들어봤던 이름의 인물이다.

아이티 출신의 부모님, 브롱크스의 빈민가에서 살던

소년이 열심히 공부한 끝에 코넬대학교에 입학,

P&G 피자헛 기네스 등을 거친 후

닌텐도 아메리카에 영업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입사한 후 혁신가이자 파괴자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며

닌텐도를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펼쳐나갈 수 있도록 펼친 장본인으로

국제 비디오 게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그의 게임에 대한 열정과 닌텐도를 통해 보여준

혁신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강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번 책은 빈민가 출신의 저자가 자라온 이야기,

닌텐도에 이르기까지 이끌고 온 자신의

마케팅 업무적 역량, 닌텐도의 글로벌한 진출과

성공에 기여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었다.

좁게 보면 성공한 한 인물의 이야기로

단정 지을 수도 있지만, 그가 책을 통해서 전하고 있는

다양한 혁신을 위한 핵심은

무언가 변화를 꿈꾸고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극과 함께 따라갈 수 있는 큰 틀,

선배로서의 조언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자신이 직접 겪어보고 느꼈던 이 혁신의 포인트들은

책의 마지막에 다다를 무렵 정리해 준

대학교 졸업식 축사 내용에서도 함축되어 있었다.

이는 게임이나 마케팅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인생을 끌고 가는 데에도

결고 잊지 말아야 할 좋은 다짐으로 다가왔다.


레지가 말한 5가지 인생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내게 일어나는 일은 나 자신에게 달렸다.

✔ 인생이란 절대 만만치 않으니 전력을 다해라.

✔ 다른 대안에 마음을 열어라.

✔ 두려움을 받아들여라.

✔ 현재에 충실하게 살고 일상에서 재미를 찾아라.


안정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더 큰 모험을 하지 못하고

현재에서 주저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또 일을 하면서 난관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책을 통해

무엇보다 단단한 용기와 힘을 얻기를 바란다.


게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닌텐도와 그의 인생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공'이라는

투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파괴적 혁신을 가져온 그의 행보에는

어떤 스토리와 노력이 숨겨져 있는지

변화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닌텐도라는 아이템에 대해서

이토록 깊은 연구와 준비, 마케팅 전략이

담겨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더욱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 진심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지 않았을까

다시금 감탄을 보낸다.


전력을 다해 인내하고, 투지를 내보인

레지널드 피서메이의 앞으로의 행보도

더욱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 글은 이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