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유꽁사 지음 / 세미콜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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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를 통해서 본 광고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밥심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으로

농협중앙회에서 진행한 광고였는데

세상을 살아가는 힘으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스토리를 전하고 있었는데,

무언가 지치고 힘들 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유난히 기억에 남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광고였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아침에 나를 일으켜 세우고

회사로 가게로 각자의 일터로 발을 이끄는 사람들.

때로는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힘들거나 지치는 날, 울고 싶은 날이 있지만

그래도 따끈한 한 끼 식사 앞에서

'그래도 이렇게 먹고살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안도를 받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에겐 먹여살려야 할 나라는 1인분의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캄캄해 보이지 않는 길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으면

결국엔 어딘가에 가닿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른이기에 그렇게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유꽁사의 신간

《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를 만났다.

유난히 가라앉고 지치는 날,

일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에도

어김없이 작가는 자신을 위한 한 끼 식사를 내놓는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나만을 위한 식사를 하며

다가온 계절과 시간을 만끽하며

놓쳤던 마음을 다잡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나고 든든해지면서 다시 무엇이든

해보려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는 작가처럼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흔들렸던

많은 순간을 함께 지울 수 있었다.


사람들 중에는 혼자 있으면,

혹은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먹는 데 쏟을 힘조차 없어서 말 그대로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버리는 이들도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지'

하면서 있는 반찬 없는 반찬을 모두 꺼내서 먹고

부풀어진 배를 문지르며,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이 중에서 후자에 속했다.

혼자 먹는다고, 힘들거나 지쳤다고 대충 먹기보다는

오히려 부러 평소보다 더 챙겨서 먹고는

보란 듯이 잘 먹고 보란 듯이 아무렇지 않게

툭 털고 일어나는 타입.


나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하며

설사 그것이 이미 만들어진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된다든가,

혹은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라면을 먹는다 해도

라면에 계란과 파 토핑을 넣고

다진 마늘 한술이라도 더해서 내가 나를 '신경 썼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결국은 먹고살고자 하는 이 인생에서

내가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다 하더라도

유일하게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 차려주는

정성스러운 한 끼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날씨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엄마는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 기운이 나지' 하며

가족들을 위해 식탁을 채운다.

엄마가 차려놓은 식탁 위에서

간단히 수저를 드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기운이 충전되곤 한다.

그런 먹고사는 이야기가 쌓여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계절감이 물씬 풍겨지는

제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다.

소박하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하고 예쁜

단출하지만 부족하지 않고 든든한

작가의 한 끼를 보고 있자니

나에 대한 이런 정성이라면 못 할 일이 없겠다 싶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숱하게 흔들렸던

작가의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이끌어 준 건

이런 밥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일을 하며 느낀 최선의 의미,

프리랜서로 일하며 느꼈던 생각 등

공감 가는 여러 장면에서 수시로 멈춰 섰다.

늘 최선을 다해 100 그 이상을 쏟았기에

스스로 다치는 줄도 몰랐던 과거의 나에게

조금은 느슨함을 선사해 주자는 최근의 생각을

들킨 것만 같아서 이 공통된 '결'이

그토록 반가울 수 없었다.


거창하고 대단한 목표나 행동이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를 더 잘 살게 만드는 건

나를 위한 작은 밥상이라는 것을 배운다.

정성스럽게 차린 한 끼의 식사 앞에서

인생을 배우고, 최선의 느슨함을 조정하며

앞으로 나아갈 빛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면

작가가 전한 봄 향기 가득한 레시피들을

따라서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이 맞는 사람이 전하는 레시피는

분명 내 입에도 맛있고 무한한 힘을 줄 테니까 말이다.


"이 글은 세미콜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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