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 65살, 여자, 혼자, 세계 여행자 쨍쨍으로부터
쨍쨍 지음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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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걱정이라는

양가의 감정을 가지고 다가온다.

큰맘 먹고 떠나는 여행,

낯선 풍경 속에서 무엇을 보고 즐기고

먹고 느낄지 기대가 되면서도

기대되는 만큼이나 혹시나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들까지 더해져서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어 떠나는

짧은 여행만을 다녔던 나에게

정해진 기한이나 계획 없이 긴 호흡으로

현지에서의 '삶'을 살아보는 장기 여행자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좋은 호텔이나 리조트, 안정적인 투어나 패키지를 두고

부러 힘들고 어려운 나라를 다니는 그 마음은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커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쩌면 여행을 원하는 마음보다도

용기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주저했던 그 발걸음인데,

여행을 원하는 마음뿐 아니라 떠나고자 하는

용기도 강해서 안정적인 26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하고 쿨하게 홀로 세계여행을 떠난

쨍쨍의 여행 에세이를 만났다.


65살 여자 혼자 세계여행이라니,

그것도 홀로 여행이 20년이 되었다니

그 시간 속에 쌓인 추억과 여행에서 느낀

깨달음이 얼마나 깊을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대 학생이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했던 쨍쨍.

무릇 교사는 햇빛이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반 아이들에게 이제부터 '햇빛'으로 불러달라는

그녀의 화통함. 거기에서 나아가

"햇빛은 쨍쨍"이라며

새로운 애칭을 만들어준 아이들까지.

그때부터 쨍쨍은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햇빛처럼 쨍쨍 빛나고 있었다.


꼼꼼하지 못해서, 사람을 쉽게 믿어서

마주했던 아찔했던 실수와 사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행운'을 담아

'해피엔딩'으로 그녀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은

기꺼이 서로에게 친구와 도움이 되어주었고,

뜨거웠던 사랑과 때로는 악연의 시린 기억도

여행이 있었기에 무탈히 지날 수 있었다.


화려한 핑크색 옷차림을 하고

겁도 없이 여기저기 누비며 모두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여행자 쨍쨍!

그녀가 전하는 여행의 추억들은

마치 나를 그 시간, 그 나라로 이끄는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발자취가 있는 나라들을 따라가며,

쨍쨍의 마인드로 함께 보내다 보니

남의 이목을 신경 쓰느라, 비용을 신경 쓰느라,

하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아내고

우선순위를 따지며 쳐내는 나에게

좀 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자'는

뜨거운 용기 또한 얻을 수 있었다.


비로소 떠났다가 돌아오고 나면

현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와 그만한 몫의

행복을 가득히 만끽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멋진 것인가?'에 대해

너무 평이하고 획일적인 보편적인 안정만을

멋짐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녀 역시 혼자 여행을 할 때면

무섭고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타인과 함께 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미워하느니

좀 무섭고 힘들더라도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다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용기 내어 언젠가는

나도 쨍쨍한 나만의 여행을 시작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다양한 세계의 풍경과 더불어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준 좋은 사람들이라는

빛나는 보물을 얻을 수 있었던 여행!

쨍쨍이 6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빛날 수 있는 건 그런 좋은 사람들과

추억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떠올리면 설레는 '여행'의 힘!

지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이전의 나와는 다른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본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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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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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잃은 남편은 홀아비,

남편 잃은 아내는 과부,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라고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일컫는 말은 없다고 한다.

아이를 앞세운 슬픔이 너무 커서

그것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고 하는데,

그 고통을 당사자가 아닌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힘내라는 말로 감히 위로할 수 없는

그 참척의 고통을 낱낱이 써 내려간 통곡이 여기 있다.

다양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박완서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이다.


뜨거운 올림픽의 열기가 가득했던 1988년,

박완서 작가는 1남 4녀 중 하나뿐이었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는다.

남편을 떠나보낸지 반년도 되지 않아 마주한 이 이별은

아직 20대로 창창했던 아들을

한순간에 잃은 작가에게는

표현할 수 없는 아픔으로

이후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잃게 하고,

또 아들을 데려간 신에 대한 원망에 이르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으며

술을 마시고 겨우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면 울부짖기를 반복하다

이해인 수녀님의 초대로 가게 된 성당의 언덕방에서

비로소 혼자의 시간을 맞이하며,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데려간 신에게 맞붙어보고

'왜 이런 고통을 주었는지 한 말씀만 하소서'라며

자신의 고통이 주어진 이유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참척의 고통을

쏟아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일기는

활자가 되어 누군가 읽게 된다는 염려 없이

자신을 그대로 쏟아낸 글로

작가 박완서가 아닌 한 에미로써 느끼는

인간적인 고통이 담겨있어서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가족을 잃은 고통,

그중에서도 내 품 속에서 낳고 키우던

자식을 잃은 고통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자고 일어나면 꿈일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매일 떠오르는 해처럼 다시 찾아오면서

이내 아들이 없는 사실을 매일 일깨우며

'생과 사' '삶과 죽음'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작가는

놓았던 삶의 끝에서 다시금 생의 희망을 발견한다.


'아, 너는 살고 싶었던 거구나' '너는 살고 싶구나'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생의 욕구를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던 작가는 진정한 삶의 의미와

신을 원망하던 마음을 이내 바꿔 먹고

세상을 다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


아들의 죽음과 부재 앞에서

놓았던 생의 욕구는

어쩌면 다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계기로 다가왔다.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서도

언덕방에서 머무르며 마주한 수녀님들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떠난 아들을 뒤로하고 힘들어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딸들에 대한 고마움과 동시에

'나를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나

'아들이 아닌 딸이 떠났어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했을까?'라는 의구심을

스스로에게 보내다가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가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고통은 평생을 가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창창한 미래를 꿈꿔왔던

젊은 아들의 죽음이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흔들렸던 시간만큼이나 다시 단단하게 일어난

작가의 시간은 이후 다양한 작품 속에서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한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아들이 없는 세상을 다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아들이 있었기에 아름다웠던 세상을

비로소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3월

박완서 작가의 88년이

우리 가족들에게도 해마다 찾아오고 있는데,

잊지는 못하지만 조금은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시간들이 책을 읽으며 떠올라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겪어내고 다시 일어난 경험이 있기에

작가의 마음이 그 울림이 더욱 진하게 전해졌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희망에 대하여,

마냥 힘들기만 한 시간은 없고

결국 시간을 흘러간다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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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식사전 - 기초 용어부터 금융 상식, 글로벌 트렌드까지 말랑말랑 경제 공부 152, 2025년 개정판 길벗 상식 사전
김민구 지음 / 길벗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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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서 저축을 하며 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모두가 투자를 하고 공부를 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만

성공이라는 것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온다.


한때 열풍처럼 불었던 무지출 챌린지나

가계부 쓰기, 풍차 적금 등

한정된 '아껴서 저금하기'를 넘어서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와 재테크를 하며

부의 가치를 더욱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헤드라인 뉴스로만 접하고 아무리 읽어도

'마냥 어렵기만 한' 경제는 특히나 숫자가 쥐약인

인문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머나먼 별 같았는데,

'잘 알지는 못해도 외면하지는 말자'는 생각에

경제공부를 위해서 경제신문이나 기사를

조금씩 읽어보기는 하지만 기사 속에서 등장하는

경제용어들을 잘 모르기에 번번이 읽다가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제대로 된 경제공부를 위해서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18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50만 독자의 선택을 받았던

원조 경제 입문서라 할 수 있는

도서출판 길벗의 《경제 상식사전》이

2025년 8차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만나보았다.


31년 차 경제 전문 기자로 업체에서는

'경제통'이라고 불린다는 저자는

현대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152개의 경제 이슈를 엄선하여 설명하고 있다.


경제 관련된 책들을 읽다 보면

환율, 주식, 인플레이션 등 자주 접할 수 있는

기초 용어 부분에서는 잘 읽히다가

조금만 복잡한 개념이 나오면 제아무리

'쉽게' 풀어썼다고 해도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책장은 넘기고 있지만 그냥 글자만 읽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올해로 8차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온

《경제 상식사전》은 나의 경제 상식 지수를

체크하는 것을 시작으로

크게 4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 경제 기초체력 쌓기

✔ 재테크에 도움 되는 금융 상식

✔ 한국경제 핫이슈 따라잡기

✔ 세계경제 시야 넓히기


로 익숙했던 재테크 기초 용어는 물론

최근 경제 이슈와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내용이 아닌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경제로까지 확장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152개로 정리된 경제 키워드, 이슈 들은

단순히 정의나 설명만 덧불여진 텍스트가 아니라

보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와 삽화가 더해져서 지루함이 덜했다.

말 만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삽화나 그래프 등이 더해지다 보니

한결 부드럽게 경제를 다루는 책으로 부담감이 덜했다.


특히나 한 개념 내에서 주제나 종류에 따라

세분화되는 다양한 비슷한 개념들을 모아서

정리해 준 부분들도 좋았고


자칫 비슷한 개념으로 착각하기에 쉬운 용어들도

비교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너무나 친절하게 다가왔다.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설명해 주다 보니

경제 바보나 초보자, 중학생도 읽을 수 있다는

소개 글이 결코 가벼운 자랑이 아닌

자신감에서 나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기초 경제 용어뿐 아니라

경제 상식, 여기에 개정판이 나오면서

덧붙여진 한국경제 핫이슈까지

경제 공부를 하면서 '고전'이라 일컫는 책들은

최신의 이슈가 빠져있어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꽉 채운 개정판은 더욱 시야를 넓힐 수 있게 해주었다.


꼭 경제나 재테크 관련뿐 아니라,

트렌드나 시대를 바라보는 눈을 통해

한 번쯤 접해봤을 용어들도 나오면서

이전에 알고 있던 개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고,


특히나 빅맥지수, 김치지수에 대한 설명에서는

'통화가치나 물가에 대해서 이렇게 비교할 수 있다고?'

하는 새로운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경제를 논할 때 우리나라만의 상황을 가지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

다시금 재임하게 된 미국의 트럼프나

일본 총리인 이시바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내용까지 꼼꼼하게 담겨있어서

현재의 시류를 파악하고자 하는 경제 입문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명확하게 정리를 할 수 있었고,

들어보기는 했지만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다양한 용어와

경제 이슈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또 압축되어 언제든 가볍게 꺼내서 보며

경제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을 만난 것 같아서,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경제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채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여전히 모든 개념에 대해서 제대로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 신문을 보거나 콘텐츠 등을 보면서

또 헷갈리는 개념이 있을 때마다 꺼내어 펼쳐보며

경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개정판으로 더욱 꽉 차게 찾아온

《경제 상식사전》

경제 공부가 너무 어려운 초보들에게,

또 이왕이면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들에게

강추하는 경제 입문서이다.


"이 글은 도서출판 길벗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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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식사전 - 기초 용어부터 금융 상식, 글로벌 트렌드까지 말랑말랑 경제 공부 152, 2025년 개정판 길벗 상식 사전
김민구 지음 / 길벗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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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50만의 선택을 받은 원조 경제 입문서인지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삽화를 포함해 자세한 설명은 물론, 다양한 예시를 통해서 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보 경제공부 입문자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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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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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갖고 싶다'는 '필요하다'는 감정과는 달라서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고,

그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존재한다', '소유했다'는 의미로

언제까지고 내 곁에 머무른다.

<카모메 식당>,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무레요코는

소설뿐 아니라 물건에 대한 욕망과 정리에 대한

에세이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투여한 듯 각자의 추억과 사연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비우기를 맞이하며

느끼는 감정을 담아낸 소설집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에세이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열어본 책이었는데,

각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씩 겪어본 일을 마주하고 있었다.


산더미 같은 옷 사이에서 입는 옷은 지극히 한정적인데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지고 있다던가,

결혼 이사를 앞두고 버리고 줄여야만 하는

소중한 의미의 물건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비상시를 대비한 물건도 '만약에, 만약에'를 더하다 보니

어느 순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기도 하고,

감추고 싶은 치부나 추억도 남들 보기에 부끄러워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넣고 숨기며 쌓아놓고 있기도 하다.

남들이 보는 이미지와 상반된 물건들은

'이 사람이 이랬었나' 하는 갸웃거림을 주기도 하고,

주인을 잃은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들이 타인의

감춰진 비밀을 꺼내는 것 같아 골치가 아프기도 하다.


무레 요코는 단편 속에서

소유하고 비우기를 맞이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소유하고 채워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 자신 역시 맥시멀 리스트로써 수많은 것을 소유하고

또 그것을 비우느라 고생을 했었기에,

사람의 민낯을 보여주는 '물건'들을 통해

우리가 물건을 통해 채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뻐서, 내 취향이니까라고 하지만

사실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필요할 때는 고민하지 않고 구매를 하지만

망설이는 과정 속에는 '사실은 단순히 갖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가 있음을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처럼 쌓여가는 짐들 속에서

우리는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

물건을 단순히 소유하는 것만이 그것을

진짜 가지는 것이 아님을 배우게 된다.

내가 쓰는 물건이 말해주는 나라는 사람의 민낯을

비로소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다.


때로는 내 모습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이 상황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도 하게 됐다.

물건이라는 것이 말하는 여러 사람의 모습은

꼭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았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물건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

내가 어떤 물건을 어떻게 소유해야 할지

삶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는 시간이었다.

'무조건 많이 가져야지'라는 욕심에 나에게 어울리거나

필요를 따지지 않고 소유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진짜 필요하고 나다운 물건만을

간소하게 지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

그 어떤 책보다 와닿았던 책이었다.

그나저나 무레 요코 할머니, 짐 많이 비우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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