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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번의 대화
다이앤 렘 지음, 황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평점 :

안락사 혹은 존엄사라 불리기도 하는 이 제도는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환자 스스로가 가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찬반 논의가 뜨겁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지만
아직은 해외 일부 국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조력존엄사는 아직까지도 도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인데,
이 의료조력사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실제 시행을 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찬반 의견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의 차이, 종교적 신념을 비롯해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수많은 직업과 나이,
성별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이 의료 조력 사망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존엄사에 대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담긴 인터뷰를 묶어서 낸 책으로,
실제 어머니와 남편의 죽음을 겪은 후
말기 환자, 의사, 간호사, 윤리학자, 남겨진 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의료조력사망의 현실과 과정, 자격 조건,
승인받은 사람들에게 의료 조력 사망이 가지는 의미,
관련 의사들의 감정을 비롯해 남겨진 이들의
생각을 조명할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도 작업되었고,
책을 통해서는 저자와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정리함으로써
의료조력사망에 대해 제대로 알고,
또 이에 대하여 독자들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1970년대에 비해서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유병기한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기대수명 중 병을 앓으며 보내는 기간은
남성이 19%(79.9년 중 14.8년),
여성이 22%(85.6년 중 19.0년)로
삶의 5분의 1가량은
아프고 병든 상태로 지내다가
수명을 다하게 되는 셈이라고 하는데,
이렇다 보니 질병으로 인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두렵거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원한다는 의견도 많다.
본인 스스로 남은 여생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 관점에서
유언이나 연명치료 결정 등에 대한
사전 준비에 대한 부분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나의 때가 오면》 은 이런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이나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직은 많다.
'안 좋은 상황을 미리 얘기할 필요가 있어?'
'죽음에 대해서 미리부터 생각하지 말자'
라든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 내가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 상태에서
미리 가족이나 지인 등과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가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연명치료나 사후의
어떤 처리에 대해서 결정이 된다면 그것 또한
나의 선택권에서 어긋나는 일일 수도 있겠다.
책에서 저자는 특정 의견이 맞다, 틀리다기보다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전달함으로써
이에 대한 독자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제도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의견들을 미리 예측해 보며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백세시대를 넘어 120세까지도 넘보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의견이 가진 힘이 점차 커지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져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삶의 마지막에 대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고 말이다.
실제 안락사로 마지막을 선택한 가족을 둔 이,
종교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반대하는 사람들,
혹은 장애 등이 있어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존엄사, 의료 조력 사망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죽음을 맞이한 이후 물질적인 처분에 대한 논의는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선택권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어떤 사망 관련된 소식을 접하고
비로소 얕게나마 연명치료나 사망 이후 처리에
대한 얘기를 가족들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려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오히려 이런 얘기를 왜 진작 나누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곤 했는데,
'죽음'에 대한 초점보다는
'이 모든 것에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자유'라는
선택적인 측면에서 보다 생각하다 보니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생각도 읽어본 것이
오히려 나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의료 조력 사망이 도입되는 날이 있을 수 있겠다.
무엇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닌,
이런 제도적 도입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의미를 알아가는 게 최우선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은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