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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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오도바이(?)를 타는 아저씨'로

내 기억 속에 있는 김창완 아저씨.

가수이자 연기자로 오랜 시간 활동을 해 온 그가

지난 23년간 해온 아침 라디오를 마무리하고

방송에서 오프닝으로 작성했던 글들과

청취자들이 보냈던 고민 사연에 대한 답을

담은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하물며 23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시간일 수도 있기에

그 시간의 꾸준함이 더욱 깊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래 진행한 시간만큼이나

청취자들이 보낸 고민에

직접 손글씨로 엽서에 답을 써서 보낸

아저씨의 엽서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라디오를 청취하지 않는 나도 아래의 사연은

sns를 통해서 많이 봤었다.


세상살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잰 듯 떨어지지 않는다며

가득 그린 동그라미 속 그럴듯한 동그라미는

몇 개 되지 않고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동그라미라며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 않겠냐는 아저씨의 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라는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모두가 완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향한 잣대와 기준을 상당히 높게 잡아

스스로 실망하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완벽한 인생만이 아름다운 인생이 아닌데,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완벽' '성공'만을

아름답다는 기준으로 잡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글들은

라디오 방송을 위해 자전거로 출근을 하면서,

또 방송을 준비하며 오프닝 멘트를 쓰면서

쌓아온 계절과 일상의 조각들을 담았다.

아침방송을 하면서 오히려 청취자들을 통해

수많은 아침을 선물로 받았다는 거의 소회처럼

그 순간순간의 조각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기록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따뜻함을 심어주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이야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사한 순간들은

어떤 때는 인생 선배의 조언으로

어떤 때는 부모님의 걱정처럼

청취자들과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쓴 책에 대해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편견이 있었다.

'정말 본인이 쓴 게 맞을까?'

'있어 보이게 포장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김창완 아저씨의 글들은

소박하면서도 또 평범한 우리 이웃과 다를 바 없는

담백한 이야기여서 좋았고,

인생을 먼저 살아간 선배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툭 건네주는 위로 같아서

이런 나의 편견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23년간 진행해온 라디오 방송은 종방했지만,

하반기에는 저녁 방송으로 다시 돌아오신다고 한다.

23년간 나눈 아침의 이야기가 새벽빛을 머금은

조용한 위로였다면,

앞으로 쌓아갈 저녁의 시간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너무나 기회가 된다.


듣는 방송, 라디오라는 매체 자체가

낯설어지는 요즘. 어쩐지 그 저녁 방송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나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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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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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의 이유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채식을 하면 염증이 줄어든다'라는 얘기에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채식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도

등장하는 등 '채식' '비건'이라는 키워드가

이만큼 우리의 곁에서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먼 과거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부모님 세대나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자의가 아니어도 충분히 채식 혹은

채식 지향주의 식탁이 가능했었다.

풍요로웠던 것이 아니었고, 농업 위주의 환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작물로 끼니를 채우고

육류 섭취, 꼭 덩어리 고기가 아니라도 해도

생선이나 계란 등도 그리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부모님께도 들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말 그대로 물질 풍요 주의 환경이 되면서

고기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언제나 쉽게

구하거나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요소로

단백질 = 고기라는 인식이 더해졌으며,

닭, 돼지, 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육류를 소비하는 환경이 조성이 되며

채식이라는 것이 뭔가 낯설고 특이한 것,

유난스럽거나 비정상적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로 몰리게 되었다.


'풀만 먹어서 힘이 나겠냐'

'영양 부족이나 결핍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냐'라는

염려가 담긴 말들은 정말 걱정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담긴

시선이 더욱 강하고 말이다.

(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다수의 의견으로,

다수가 채식을 하는 환경이 되었을 때

육식을 하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특히나 채식은 맛이 없는 것,

그냥 나물 반찬에 밥, 두부 정도로만 생각하고

다채로운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맛있고 즐거워야 할 식사라는 것을

인내나 그저 채우는 음식으로만 생각하면서

더욱 어렵고 멀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초식마녀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튜버이자 만화와 글을 쓰는 작가의

채식 레시피를 담은 음식 에세이인

《비건한 미식가》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 만으로도

간단히 쉽게, 그러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식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채식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가득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건에 관련된 여러 책을 쓰기도 했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채식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그것을 먹는 모습, 자신의 일상 등을 전하고 있는데


'고기를 좋아한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채식은 도전하기에 먼

마음만은 채식 지향이지만

'고기 없는 하루'가 썩 쉽지만은 않은 나에게

그런 내가 가지고 있던 '채식'이나 '채식하는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채식에 대한 공감이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원하기에

채식 지향 식탁이 여전히 어려운 나였다.

작가는 자신이 즐겨 해 먹고 많은 이들에게

맛있다는 평을 받은 자신의 채식 레시피를

전할 뿐 아니라, 채식을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어렵고 멀게만 생각했던 채식이라는 한 과정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만만한 실천용 비건 레시피 공유라는

작가 스스로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뿐더러

채식이 어렵거나 어떻게 맛있는 채식을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던 사람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익숙했던 메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색다른 조합의

메뉴들도 있는 데다가 만화로 그려진 레시피가

너무 쉽고 재미있어 보여서

작가의 레시피를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해졌다.


꼭 어떤 원대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가볍고 쉽게 '비건'을 체험해 보거나

시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채식이라는 장벽을 낮춰주는 도우미로써

작가의 노력이 와닿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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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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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라는 것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지식을 가르치는 공간이나 사람은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나 지혜를

어떤 형태의 지식으로 가공한다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어려운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며

마주하는 삶의 시간들 속에서 굳은살이 쌓이든

인생의 경험을 쌓고 지혜를 배우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물려주고 있다.


인생의 성장에 대하여

발전, 상승하는 것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 쇠퇴하는 모든 과정까지를

성장에 포함시킨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런 내용과 별개로

우리가 실제로 삶을 살아가면서

귀를 기울이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간 선배라기보다는

모두가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어떤 지위나 물질적인 것을 얻은 사람들이

하는 말에 치우쳐 있다.


영화배우 박중훈이 어느 방송에 나와서

어머님이 해주셨던 말을 전했는데,

이 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어린 아이 너무 나무라지 마라, 네가 걸어온 길이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네가 갈 길이다."

라는 말이었는데

세월의 지혜가 쌓인 노인들의 삶에 대해

우리가 지극히 단적으로 판단하던 것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는 그런 말이었다.


나이가 들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고나니 그제야 그때의 부모님이나

할머니 등 어른들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뒤로 쳐진

인생 막바지의 이미지만을 생각하던 우리에게

그들의 '나이 듦이 가져온 변화와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생 수업을 전하는 책이 있다.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이다.


편집자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뉴욕타임스에 연재한

6부작 기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1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의 경험과 배경을 가진

여섯 명의 노인을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삶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어떤 특별한 직업이나 대단한 배경이 아닌

요양원에서, 자식들 없이 홀로 집에서 사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여섯 명의 노인들이 전한 삶의 가치와 지혜는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가 만나본 노인들은 80대 후반~90대 초반으로

나이 듦에 따라 신체의 불편함, 넉넉하지 않은 경제력,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현실을 살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어쩌면 인생이라는 한 문장에서 마침표에

다다른 노인들의 삶은 아쉬움이나 불만,

아픔에 따른 고통만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그날 주어지는 하루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 주어지는 남은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그 모습은 여느 젊은이들보다도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며, 행복이라는 것에 오히려

더욱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듦에서 오는 쓸쓸함이라는 이미지는

누가 그린 것일까?

다시 찾아오는 오늘에 감사하고,

기대치를 낮춰 현재를 행복으로 가득 채우며,

다른 이의 도움을 받고 또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기도 하며,

가족이나 친구 등 소중한 이들을 아껴주고,

끊임없이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인생'이라는 시간을 알차고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멋진 선배의

모습 그 자체인데 말이다.


만약 인생에 단 하루만 남아있다면,

그 하루를 우리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 하루뿐인 미래를 위해서 지금 같은 온도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주어지는 시간에 감사하고,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거워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지 않을까?

책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6명의 노인들처럼 말이다.


작가는 인터뷰하면서 만났던 노인들을 통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지지 못했던 생각과 여유,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마음들은 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했고,

이를 자신을 넘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하고자 했다.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가치 있어 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고

물음표는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인지

내가 살고 싶은 내 인생은 어떤 모습인지

그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6명의 노인들은

마치 우리가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처럼

평범해서 더 이야기가 와닿았는데,

생전에 할머니와도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할머니의 인생 마침표 앞에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 행복과 기쁨의 교집합을 함께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후회의 마음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지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해 본다.


"이 글은 북로망스(북모먼트)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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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번의 대화
다이앤 렘 지음, 황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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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혹은 존엄사라 불리기도 하는 이 제도는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환자 스스로가 가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찬반 논의가 뜨겁다.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있지만

아직은 해외 일부 국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조력존엄사는 아직까지도 도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인데,

이 의료조력사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실제 시행을 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찬반 의견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의 차이, 종교적 신념을 비롯해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수많은 직업과 나이,

성별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이 의료 조력 사망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존엄사에 대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담긴 인터뷰를 묶어서 낸 책으로,

실제 어머니와 남편의 죽음을 겪은 후

말기 환자, 의사, 간호사, 윤리학자, 남겨진 이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의료조력사망의 현실과 과정, 자격 조건,

승인받은 사람들에게 의료 조력 사망이 가지는 의미,

관련 의사들의 감정을 비롯해 남겨진 이들의

생각을 조명할 의도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도 작업되었고,

책을 통해서는 저자와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를 정리함으로써

의료조력사망에 대해 제대로 알고,

또 이에 대하여 독자들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1970년대에 비해서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유병기한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 기대수명 중 병을 앓으며 보내는 기간은

남성이 19%(79.9년 중 14.8년),

여성이 22%(85.6년 중 19.0년)로

삶의 5분의 1가량은

아프고 병든 상태로 지내다가

수명을 다하게 되는 셈이라고 하는데,

이렇다 보니 질병으로 인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두렵거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원한다는 의견도 많다.


본인 스스로 남은 여생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웰다잉(Well-dying) 관점에서

유언이나 연명치료 결정 등에 대한

사전 준비에 대한 부분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나의 때가 오면》 은 이런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이나 연명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직은 많다.

'안 좋은 상황을 미리 얘기할 필요가 있어?'

'죽음에 대해서 미리부터 생각하지 말자'

라든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 내가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 상태에서

미리 가족이나 지인 등과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가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연명치료나 사후의

어떤 처리에 대해서 결정이 된다면 그것 또한

나의 선택권에서 어긋나는 일일 수도 있겠다.


책에서 저자는 특정 의견이 맞다, 틀리다기보다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전달함으로써

이에 대한 독자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제도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의견들을 미리 예측해 보며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백세시대를 넘어 120세까지도 넘보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개인의 의견이 가진 힘이 점차 커지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져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삶의 마지막에 대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고 말이다.


실제 안락사로 마지막을 선택한 가족을 둔 이,

종교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반대하는 사람들,

혹은 장애 등이 있어서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존엄사, 의료 조력 사망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죽음을 맞이한 이후 물질적인 처분에 대한 논의는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에 있어서

죽음에 대한 선택권에 대해서는 제대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어떤 사망 관련된 소식을 접하고

비로소 얕게나마 연명치료나 사망 이후 처리에

대한 얘기를 가족들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려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며

오히려 이런 얘기를 왜 진작 나누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곤 했는데,


'죽음'에 대한 초점보다는

'이 모든 것에 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자유'라는

선택적인 측면에서 보다 생각하다 보니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생각도 읽어본 것이

오히려 나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의료 조력 사망이 도입되는 날이 있을 수 있겠다.

무엇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닌,

이런 제도적 도입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의미를 알아가는 게 최우선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은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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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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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하루에도 수없이 열고 닫으며, 넘나들지만

그 의미와 문을 통해 열리는 새로운 세계,

초월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되는 수많은 문을 넘나들며

자신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환상의 여정을 통해 '성장'이나 '가족'

또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책과 이야기, 글을 다룬

따뜻하면서도 환상적인 판타지 소설이다.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자,

휴고상 네뷸러 상 로커스상

월드 판타지상 최종 후보작으로 올라

많은 이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먼저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

그다음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해야 할 책'으로

매혹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한 권으로 펼쳐져 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재뉴어리.

아빠는 세계 각지를 돌며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재뉴어리는 W.C 로크 회사의 최고 경영자이자

고고학 협회 회장인 로크의 집에서 그의 지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번 발굴 작업을 하러 떠나면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타나는 아빠 앞에서

재뉴어리는 조금씩 소리 없이 성장해 나간다.

부족함 없는 지원을 받고 있지만

흑인도 백인도 아닌 남다른 피부색에

로크씨 밑에서 일하는 아빠의 상황 때문인지

로크씨가 요구하는 엄격한 생활 방식 속에서

저택에 갇혀 답답한 생활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한 후 떠났던

로크씨와의 여행에서 어린 재뉴어리는

'푸른 문'을 발견한다.

들판에 낡고 떨어진 형태만 남아있는 문을 보며

이 너머에 다른 세상에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열어보는데,

문 너머에는 재뉴어리의 생각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높은 절벽이 위치해 있었고

문 바깥쪽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처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 자신을 찾는 로크씨의

목소리에 원래 세계로 돌아온 그녀는

'다른 세상과 이어지는 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런 '문'에 대한 모험을 꿈꾸게 된다.


발굴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던 아빠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로크씨는 '아빠가 죽었다'라는 소식을 전하지만

재뉴어리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때 마침 발견하게 된 오래된 책

(제대로 제본되어 있지 않은)

〈일만개의 문〉을 읽다가

어린 재뉴어리도 직접 본 적이 있었던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문,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과

관련된 진실들을 알게 되는데...


재뉴어리는 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은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녀와 아빠를 돌봐준 로크씨와 로크하우스에

숨겨진 비밀을 무엇일까?


소설 속에서 재뉴어리의 시선을 따라 함께

모험을 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만개의 문〉을 읽어가며 마주하는 모험은

상상하고 그려왔던 그 이상의 모습으로

굉장히 환상적이면서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 소녀 같았던 재뉴어리가 자라면서

또 여러 문을 거치고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헤쳐나가는 모습은

그 어떤 성장소설보다도 힘을 주고 있었다.


특히나 세계와 세계의 경계에 있는

'문'을 열고 닫는 것이 그녀의 '쓰기'와 연결되면서

풀어나가지는 모습은 마치 '열고 닫히는 문'이 아닌

창조자로써 어떤 것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비유하는 것만 같아서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끝없는 모험 이후에 마주한 평온한 일상 앞에서도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위해

다시금 모험을 떠나는 재뉴어리의 모습을 보며

엄마 아빠를 그대로 닮은 용기에 응원하게 됐다.


아버지가 남겼던 것처럼 재뉴어리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냄으로써

새로운 히스토리의 산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가 되는

그 자유로움의 시작과 끝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글을 쓰자 열린 문,

거침없이 그 열린 문으로 자신을 던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도전이나 성장을 앞두고

머뭇거리게 되는 마음이 조금은 전보다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얘기를 써서 어떤 문을

나에게 열어줄 수 있을까?

내가 열 수 있는 문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재뉴어리의 푸른 문》을 읽으며

잊고 있던 동화 같은 판타지, 잊고 있던 마음속 열정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 글은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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