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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평점 :

'문'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하루에도 수없이 열고 닫으며, 넘나들지만
그 의미와 문을 통해 열리는 새로운 세계,
초월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되는 수많은 문을 넘나들며
자신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환상의 여정을 통해 '성장'이나 '가족'
또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책과 이야기, 글을 다룬
따뜻하면서도 환상적인 판타지 소설이다.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자,
휴고상 네뷸러 상 로커스상
월드 판타지상 최종 후보작으로 올라
많은 이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먼저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
그다음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해야 할 책'으로
매혹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가 한 권으로 펼쳐져 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재뉴어리.
아빠는 세계 각지를 돌며 보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재뉴어리는 W.C 로크 회사의 최고 경영자이자
고고학 협회 회장인 로크의 집에서 그의 지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번 발굴 작업을 하러 떠나면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타나는 아빠 앞에서
재뉴어리는 조금씩 소리 없이 성장해 나간다.
부족함 없는 지원을 받고 있지만
흑인도 백인도 아닌 남다른 피부색에
로크씨 밑에서 일하는 아빠의 상황 때문인지
로크씨가 요구하는 엄격한 생활 방식 속에서
저택에 갇혀 답답한 생활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 말을 잘 듣겠다고 약속한 후 떠났던
로크씨와의 여행에서 어린 재뉴어리는
'푸른 문'을 발견한다.
들판에 낡고 떨어진 형태만 남아있는 문을 보며
이 너머에 다른 세상에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심코 열어보는데,
문 너머에는 재뉴어리의 생각처럼
바다로 둘러싸인 높은 절벽이 위치해 있었고
문 바깥쪽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처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 자신을 찾는 로크씨의
목소리에 원래 세계로 돌아온 그녀는
'다른 세상과 이어지는 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런 '문'에 대한 모험을 꿈꾸게 된다.
발굴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던 아빠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로크씨는 '아빠가 죽었다'라는 소식을 전하지만
재뉴어리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때 마침 발견하게 된 오래된 책
(제대로 제본되어 있지 않은)
〈일만개의 문〉을 읽다가
어린 재뉴어리도 직접 본 적이 있었던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문,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과
관련된 진실들을 알게 되는데...
재뉴어리는 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은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녀와 아빠를 돌봐준 로크씨와 로크하우스에
숨겨진 비밀을 무엇일까?
소설 속에서 재뉴어리의 시선을 따라 함께
모험을 하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만개의 문〉을 읽어가며 마주하는 모험은
상상하고 그려왔던 그 이상의 모습으로
굉장히 환상적이면서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린 소녀 같았던 재뉴어리가 자라면서
또 여러 문을 거치고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헤쳐나가는 모습은
그 어떤 성장소설보다도 힘을 주고 있었다.
특히나 세계와 세계의 경계에 있는
'문'을 열고 닫는 것이 그녀의 '쓰기'와 연결되면서
풀어나가지는 모습은 마치 '열고 닫히는 문'이 아닌
창조자로써 어떤 것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비유하는 것만 같아서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끝없는 모험 이후에 마주한 평온한 일상 앞에서도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위해
다시금 모험을 떠나는 재뉴어리의 모습을 보며
엄마 아빠를 그대로 닮은 용기에 응원하게 됐다.
아버지가 남겼던 것처럼 재뉴어리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냄으로써
새로운 히스토리의 산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가 되는
그 자유로움의 시작과 끝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글을 쓰자 열린 문,
거침없이 그 열린 문으로 자신을 던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도전이나 성장을 앞두고
머뭇거리게 되는 마음이 조금은 전보다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얘기를 써서 어떤 문을
나에게 열어줄 수 있을까?
내가 열 수 있는 문은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재뉴어리의 푸른 문》을 읽으며
잊고 있던 동화 같은 판타지, 잊고 있던 마음속 열정을
다시금 일깨운다.
"이 글은 밝은세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