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없다 - 교통사고에서 재난 참사까지,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제시 싱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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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정말 사고였어"

치명적인 부상이나 안타까운 사망이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한 두 명의 사람이 아닌

대형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과연 이 모든 것이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는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이 16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에릭 응이라는 소년이

자전거와 차량 추돌로 세상을 떠나고

사고를 낸 사람의 선고 공판에서

"일어난 이 사고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는

그의 최후 진술 속에서 '일어난 이 사고'라는 말에

책무성의 부재와 죽음과 관련 없다는 듯한 화법에

'사고'라는 것에 대한 본격적인 추적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은

《사고는 없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누군가의 죽음이

사고로 쉽게 치부되고,

어떤 공동체가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지

또 '그건 단지 사고였어요'라는 주장을

면제권으로 사용하는지 생각하도록 촉구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를 비롯해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들과 안전 수칙에 관한 이야기,

총기와 비행기 사고를 비롯해

특정 인종이나 계급, 부와 관련해 가질 수 있는

어떤 편견이나 인종주의적 생각,

일어난 사건에 대해 '비난'이 더해지면서

사고에 대한 시선이 틀어지는 것,

무차별 범죄를 피하고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사실을 바탕으로 풀어놓고 있다.


책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바라보며

그간 내가 태어나고 자라오며 발생했던

굵직한 일들을 생각했다.

'역대 사고' '역대 참사'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그 일들은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비슷한 패턴으로 다시 발생하기도 하며,

제대로 된 책임이나 개선되는 것 없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특정한 누군가의 '처벌'만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단적으로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졌던 압사사건만 살펴보더라도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단적이고

편집되어 제공되는 사실로 편향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그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누가 그 일을 일으켰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참사 소식에 대해서는

사건에 대해서 이곳에 몰린 사람들과

우리나라 기념일도 아닌 할로윈데이라는데

초점을 맞춰지고 있었다.

다양한 코스프레, 더러 선정적인 옷차림과

할로윈데이에 일어났던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원인이

마치 피해자들의 처신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본 사람들은

대체 할로윈데이가 뭐길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갔으며

이후 사건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마약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들은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사건의 본질과 맞지않는

비난을 통해 사건 본질에 대한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사건의 원인이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연이나 스포츠, 관광지 등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사건의 주요한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사고 이후 최초에 사고의 주원인으로 표적이 되었던

'토끼 머리띠를 한 남자가 행인들을 밀기 시작했다'라는

유언비어와 그에 대한 수사는

왜 이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라보기보다는

'사건의 해결을 위한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감을 알 수 있다.

이후 혐의 없음으로 밝혀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소방당국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할로윈 행사 참여를 위해

여러 사람이 몰린 이태원에 인파가 넘어지면서

방문 시민의 다수에게서 사상이 발생한 것으로,

넘어지고 깔리면서 외상성 질식과 다발성 장기 부전이

유발되며 질식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참사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달라진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에서 해밀턴 호텔이

골목에 불법 테라스 구조물을 설치했으며,

이로 인해 인도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해밀턴호텔 대표는 이후 벌금 800만 원의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이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으며 비슷한 일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몰릴 수 있을 것이 예상되는 곳에서

사람들의 이동 및 통행을 제어할 수 있는

인적, 물리적 지원이 있어야 하고

제도적으로는 인도를 가로막는 적치물이나

불법건축물이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지

미리 체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유발하는 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 즉, 피해자 혹은

피의자로 특정 지어지는 한두 사람의 책임자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것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그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을 지적하며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처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실패들을 바탕으로 모든 설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갖자고 얘기한다.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해프닝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쉽게 '그것은 사고였다'라는 무기력한 말로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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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
캐트리오나 실비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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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

선생님과 제자, 직장 동료 등

살면서 마주하는 나 이외의 존재인

다른 사람 즉 타인에 대해서

완벽한 이해를 하기란 어렵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에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때로는 이토록 깊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알다가도 모르겠다' '도대체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이번에 읽게된 《백만 번의 세계가 끝날 무렵》은

그 이해에 대한 폭을 넓혀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데뷔작임에도 현재 15개국에서 출판권이 계약되었고,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와 유명 배우 갤 가돗이 참여한

프로덕션 파일럿 웨이브에서 영화 판권을 계약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지구상 인간에게 가능한

거의 모든 형태의 사랑을

수많은 생애에서 거듭하게 되는

남녀의 운명과 그 비밀을 다룬 소설로

'소라'와 '산티'라는 두 주인공의

무한한 생애와 관계를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는 영국에서 성장하면서,

남들과 다른 이상한 억양과 평야 지역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산티에게는 이런 작가가

겪었던 어떤 차별이라는 감정이 심어져 있기도 했는데,

소프트웨어 회사의 솔루션 개발자로 일하며

틈틈이 SF 소설을 집필한 그녀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SF와 로맨스, 서스펜스를 오가며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서사와

대담한 스케일을 한정된 장소에서 풀어가는

자신만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어지러이 펼쳐지며 다양한 관계로 엮이는

소라와 산티의 여러 세계가 펼쳐지며

그들이 이런저런 관계로 만나고

또 새로운 세상에서 얽히고 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설의 막바지에서

보게 될 결말에 다다르는 단서들을 보여주는 1장,

이전 세계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무한대로 주어지는 생애를 알게 된

소라와 산티가 그곳을 벗어나려는 시도와 함께

서로를 찾고, 피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2장,

이 반복되는 생애 속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가며 마지막에 다다르는 3장으로

점점 그리고 짙어져가는 소설의 농도는

처음에는 정신없이 쫓아가다가 마지막에는

그 농밀함에 읽는 속도를 늦추게 되는

마법 같은 힘을 지녔다.


흔히 불교에서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한 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인연이 후생에도 이어진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처음에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스쳐지나는 옅은 인연 같았던 소라와 산티가

여러 생애를 다시 살아가면서

계속 얽히고 연결되며 관계를 맺는 모습이

동양적 불교 관점에서는

애초에 하나의 이야기가 다양한 인연으로 풀어지는

자연스러움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공간적 한계와

여러 번 반복해서 살 때마다 상수처럼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까지,

모든 것이 운명 같고 신의 뜻이라 생각하는 산티와

그저 지금 살고 있는 삶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소라의 모습이 대조되며

그들의 색이 더욱 진해져가는 모습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했다.


타인에 대해 나만큼이나

완전한 이해를 하기란 어렵다.

여러 번의 생애를 반복하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 소라와 산티가

마지막에 다다르며 선택에 이르기까지

그 도전과 고민을 함께하며 여러 번의

생이를 살아낸 것만 같은 피로함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타인에 대한 이해로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성장과 변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만약 소설 속 그들과 같은

무한한 생애를 반복하고 있다면

소라와 산티 중 누구와 같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끊임없이 충돌하고 마찰했던 두 사람의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서야

비로소 다다를 수 있었던 결론까지

꽉 차게 즐길 수 있었던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이 글은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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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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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얘기가 하나 있다.

바로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


제 1 법칙 : 어느 직장에나 일정량의 또라이가 존재한다.

제 2 법칙 : 그래서 아무리 또라이를 피하려고

회사나 부서를 옮겨도 또 다른 또라이를

만날 수 밖에 없다.

제 3 법칙 : 만약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내 주변에는 또라이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당신이 그 또라이일 확률이 높다.


또라이 혹은 빌런이라고 불리는 이 인물들 덕분에

우리는 직장이나 집단에서

스트레스와 불편을 얼마나 느꼈는가?

'이상한 한 사람'이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듯

조용한 회사생활이 흙탕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법칙을 떠올리는건

나 한명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것이다.


전작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첫 소설을 발표한 후 150만부 이상의 판매를 올리며

전 세계에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자신만의 탄탄한 필력을 보여준 이미예 작가가

새로이 출간한 《탕비실》은

네 평 남짓한 회사안에 있는

탕비실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그곳에 등장하는 여러 빌런의 얘기를 통해

잠시 스쳐지나가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미운털이 박혀 싫은소리를 들으며

이해받지도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로 어딘가에나 있을 법한

등장인물들의 탕비실에서 행하는 행동들은

하이퍼리얼리즘을 넘어 사실 그 자체인가 싶었는데,

얄밉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그들의 행태 앞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내 소유가 아닌 회사 소유의 공간이기에

회사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이라는 대가를 받는 우리들은

회사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나, 불만 등을

탕비실에라는 공간에서 민낯을 드러내곤 한다.


소설 속에서 〈탕비실〉은

시작은 다큐멘터리 였으나

저조한 시청률과 출연자 논란으로 중도 폐지되고,

탕비실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술래를 찾는

게임을 하는 동명의 리얼리티쇼로 다시 등장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이 리얼리티쇼에 출연하게 된

다섯명의 인물을 바탕으로

그 중에서 '얼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상금을 노리고 게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얼음,

술래가 누구인지 서로를 의심하며

주어진 환경 내에서 힌트를 얻으며

추리를 이어가는데,

규칙을 깨면 주어지는 힌트 교환권을 통해서

출연하는 다섯명 중 원하는 인물을 선택하면

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여느 출연자와 달리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은

힌트 교환권이 2장이라 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힌트 교환권을 얻게된 얼음,

궁금했던 다른 출연진의 힌트를 열어보며

그에 대한 제보를 하는 출연진의 직장동료들의

뒷담화를 들으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나에 대한 힌트를 듣는 다른 출연진에게는

나에 대한 어떤 얘기가 들어있을까?

나의 직장동료들은 나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했을까?

하고 말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술래를 찾기 위해

서로가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숨긴 채

열심히 서로를 탐색하고 마음 속으로 평가하는 과정은

뒤집어 생각하면 자신을 향한 타인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서 더욱 씁쓸했다.


'사무실 빌런' '탕비실 빌런'이라 부르지만,

그들 역시 한편으로는

어떤 '나'의 모습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일주일간의 시간을 보내며

연합을 하는 출연진도

또 혼자서 묵묵히 헤쳐가는 이도 있는데,

과연 '방송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술래는 누구일지 얼음의 시선을 따라

술래를 함께 예측해 가는 재미도 있었다.


마지막에 다다라 밝혀지는 술래의 정체와

또 뒤이어 촬영했던 리얼리티쇼가 방송되고

사람들의 반응과 맞물려 알게된 불편한 진실까지,


이유없이 좋고 싫을 수밖에 없는

인간 관계라고 하지만

제대로 마주하는 기회가 아닌

스쳐지나는 탕비실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미운털이 박혀버린 사람들에게

그들 각자에 대한 이해나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그저 '평가'되어지는 모습을 통해

싫어하는 대상의 기분을 상상해보는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는 선의이자 배려였는데,

이런식으로 해석하다니' 하는 감정들,

눈살을 찌뿌리게 했던 행동들에는

숨겨진 다른 배려나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으로 돌아가본다.

또라이는 정말 어느 집단에서나 일정 비율로

등장하는 이상한 사람일까?

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평가한

우리들이 만들어낸 어떤 캐릭터 같은 건 아닐지,

그런 오해 같은것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 싫음의 감정을 소화시키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소설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 글은 출판사 한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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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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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홀로 태어났지만,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서 만나 관계를 맺으며

그것을 당연한 삶의 과정인 양 여겨왔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이동이나 만남이 제한되었을 때도

이런 사람들 간의 '만남'이나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두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맞을까?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만남이 제한되고

다시 집합 제한이 풀렸지만

그 이후 싸움이나 어그러지는 사연이 없었음에도

자연스럽게 만남이 소원해진 사람들이 있다.

이는 반대로 사실은 이들과의 인연도

의식하고 만들어서 엮였던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코로나라는 격리 상황이 오히려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라는 것에 있어서 우선순위와 옥석을 가리는

어떤 조건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마치 '성공한 인간관계'로 평가받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 속에서

'인간의 불행은 홀로 있지 못하는데서 온다'라고

말하며 개인주의를 말하는 작가가 있다.


1993년에 발표한 《완전 자살 매뉴얼》로

사회적인 붐을 일으키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10~20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쓰루미 와타루이다.


학창 시절 및 직장 생활을 하며,

또 가정 내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형에게 폭력을 당했던 작가는

10대 때부터 사회불안장애를 겪었다.

타인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또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었는데,

자신이 느껴온 괴로움을 바탕으로

비슷한 괴로움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 부적응자들의 모임'을 운영하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이 개인이 아닌 현대사회가

불러일으키는 불안과 스트레스,

또 관계를 강요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될 수 있도록 얘기하고 있었다.


꼭 사회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받거나

관계 맺기에 중독되어, 맞지 않는 타인을

끊어내지 못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번아웃이나 우울감 속에서 오롯이

'나'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담백한 위로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가까이 있는 다른 사람이 아닐까?'라며

이 질문을 진지하게 파고든 작가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가족을 포함한 모든 타인과의 관계에서

해방할 수 있고 벗어날 수 있는

편안한 내 마음을 위한 '개인주의자'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는

'작가가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가정이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단란한 가정의 형태가 아니고,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타인 그 이상의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

마음을 바꾸는 계기도 되었다.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사회적인 이목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맞춰가며

자신의 마음은 뒷전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생에 있어서 '나'를 챙기지 못하고

내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는 상황이

스스로를 그런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겠다.


특히나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들어왔는데,

자신과 타인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태도로,

제멋대로 군다는 의미가 아니며

진정한 개인주의란 모든 개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고, 동시에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굳건할 때, 건강하고 대등한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이 지극히 자신에게만 쏠린

이기주의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현명한 개인주의자로 나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그런 건강한 관계,

'관계 맺기'에만 집중된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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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유유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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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조직에 속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나를 다른 사람 앞에서

'무엇'이라고 소개해야 할지,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이렇게 정의되지 않는 나의 일 만큼이나

일에 있어서도 공식적인 표현이나

사전적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명사이기도 했고,

어떤 때는 형용사이거나 동사이기도 했다.


홀로 혹은 소인원으로 일하는

(단체나 소속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에게는

이런 은어 같은 표현들이 쌓이기 마련인 것 같다.


1인 작업자로써 자신을 먹여살리고 있는

30대 여성 두 명이 합심하여

자신들이 일을 하면서 만났던 단어들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린

《작업자의 사전》 이 나왔다.

기존에 2023년 언리밋 작업물의 확장판으로,

새로이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기존에 나왔던 단어에서 단어 50개를 추가하고

두 명의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까지도 담았다.


이들은 100개의 단어들을

4개의 큰 주제로 나누었다.

일을 하는 '과정'과 '결과',

또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관계'와

일을 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어들에 얽힌 자신들만의 정의와

이야기를 덧붙임으로써 작업자들을 위한

하나의 사전을 완성해 내고야 만다.


어떤 것에 대한 의미는 그것은 정의하고

명명하고 부르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이름이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그 예가 아닐까?


일을 하면서 숱하게 마주했던 업무 관련 용어들이

사회 초년생 때에는 왜 그렇게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지,

다들 너무 익숙히 사용하고 있어서

물어볼 용기는 내지 못하고

조용히 노트 구석에 적어두었다가

회의가 끝나고 검색하고 정리해두며

나만의 사전을 소리 없이 펼쳐보았던 기억이

새삼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들이 전하는 단어의 의미는

조직에 속하지 않고 홀로 일하는 1인 작업자의 입장에서

같은 길을 걸어갈 다른 이들을 위해 펼쳐주는

따스한 꽃길일 수도 있고,

작업자로서의 입장을 전하고 싶은

이들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일 수도 있겠다.


나를 향한 단어이기도

또 함께 일을 하는 다른 이들을 향한

단어이기도 한 사전 속의 말들은

하나둘씩 의미를 찾아가면서

그들에게 노하우라는 속된 말로

짬 바이브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나 쓰임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새로운 단어들이 계속해서 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일하는 단어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과 일에 대한

정의를 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그들을 이만큼 나아가게 하는

의미 있는 몸짓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꼭 어떤 기획자나 마케터, 프리랜서나

1인 사업자,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의 일을 하는 '작업자'들에게

자신만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정의함으로써

스스로 일에 대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쌓이고 있는 단어들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뭉뚱그려 품고 있던 단어들을 꺼내어

제대로 정의하고 의미를 빛나게 하는

시간을 꼭 만들어야겠다.


"이 글은 유유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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