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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없다 - 교통사고에서 재난 참사까지,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제시 싱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평점 :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정말 사고였어"
치명적인 부상이나 안타까운 사망이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한 두 명의 사람이 아닌
대형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과연 이 모든 것이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는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이 16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에릭 응이라는 소년이
자전거와 차량 추돌로 세상을 떠나고
사고를 낸 사람의 선고 공판에서
"일어난 이 사고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는
그의 최후 진술 속에서 '일어난 이 사고'라는 말에
책무성의 부재와 죽음과 관련 없다는 듯한 화법에
'사고'라는 것에 대한 본격적인 추적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은
《사고는 없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누군가의 죽음이
사고로 쉽게 치부되고,
어떤 공동체가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지
또 '그건 단지 사고였어요'라는 주장을
면제권으로 사용하는지 생각하도록 촉구하고 있는데,
교통사고를 비롯해 업무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들과 안전 수칙에 관한 이야기,
총기와 비행기 사고를 비롯해
특정 인종이나 계급, 부와 관련해 가질 수 있는
어떤 편견이나 인종주의적 생각,
일어난 사건에 대해 '비난'이 더해지면서
사고에 대한 시선이 틀어지는 것,
무차별 범죄를 피하고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사실을 바탕으로 풀어놓고 있다.
책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바라보며
그간 내가 태어나고 자라오며 발생했던
굵직한 일들을 생각했다.
'역대 사고' '역대 참사'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그 일들은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이
비슷한 패턴으로 다시 발생하기도 하며,
제대로 된 책임이나 개선되는 것 없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특정한 누군가의 '처벌'만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단적으로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졌던 압사사건만 살펴보더라도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단적이고
편집되어 제공되는 사실로 편향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그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생각보다는
'누가 그 일을 일으켰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참사 소식에 대해서는
사건에 대해서 이곳에 몰린 사람들과
우리나라 기념일도 아닌 할로윈데이라는데
초점을 맞춰지고 있었다.
다양한 코스프레, 더러 선정적인 옷차림과
할로윈데이에 일어났던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한 원인이
마치 피해자들의 처신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본 사람들은
대체 할로윈데이가 뭐길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갔으며
이후 사건에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마약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들은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사건의 본질과 맞지않는
비난을 통해 사건 본질에 대한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사건의 원인이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연이나 스포츠, 관광지 등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사건의 주요한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사고 이후 최초에 사고의 주원인으로 표적이 되었던
'토끼 머리띠를 한 남자가 행인들을 밀기 시작했다'라는
유언비어와 그에 대한 수사는
왜 이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라보기보다는
'사건의 해결을 위한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감을 알 수 있다.
이후 혐의 없음으로 밝혀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소방당국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할로윈 행사 참여를 위해
여러 사람이 몰린 이태원에 인파가 넘어지면서
방문 시민의 다수에게서 사상이 발생한 것으로,
넘어지고 깔리면서 외상성 질식과 다발성 장기 부전이
유발되며 질식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참사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달라진다.
참사가 일어났던 골목에서 해밀턴 호텔이
골목에 불법 테라스 구조물을 설치했으며,
이로 인해 인도의 통행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해밀턴호텔 대표는 이후 벌금 800만 원의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이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으며 비슷한 일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다수의 사람들이 몰릴 수 있을 것이 예상되는 곳에서
사람들의 이동 및 통행을 제어할 수 있는
인적, 물리적 지원이 있어야 하고
제도적으로는 인도를 가로막는 적치물이나
불법건축물이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지
미리 체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유발하는 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 즉, 피해자 혹은
피의자로 특정 지어지는 한두 사람의 책임자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것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그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을 지적하며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처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실패들을 바탕으로 모든 설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그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갖자고 얘기한다.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해프닝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쉽게 '그것은 사고였다'라는 무기력한 말로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 글은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