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난생처음 베이킹 - 생각이 많은 날엔 빵을 구워요 ㅣ 난생처음 시리즈 5
김보미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2년 5월
평점 :

제과점이 겨우 보편화되기 시작할 무렵,
중학교 때 같이 노는 무리는 아니었지만
인사하고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일찍 도착한 등교 시간에 도움을 요청했다.
단짝인 친구의 생일을 맞이해서
자기가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잠깐 그 친구를 잡고 시간을 끌어달라는 것!
잠시 후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이벤트는
바로 직접 만든 브라우니 케이크로
생일선물을 대신한 것이었는데
평소에 보이시하고 털털한 이미지에
요리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그 친구가 직접 만들다니,
그것도 무려 집에서 케이크라니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녀가 만든 하트 모양의 브라우니 케이크는
굉장히 맛스러워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언니의 생일을 맞이해서
나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나에게 첫 베이킹이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오븐 기능이 있는
전자레인지가 있었고
언니 생일에 맞춰서 브라우니 케이크를 만들었다.
밀가루와 설탕 등은 집에 있었고,
쉽게 구하기 힘들었던 코코아 분말과 케이크 틀을
비롯해 레시피는 그 친구에게 빌렸는데
친구는 재료를 판매하는 곳의 명함과 주소를 비롯해
친절하게 레시피북을 복사해 주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해줬다.
밥이나 간단한 찌개, 반찬은 엄마의 도움 아래 해봤지만
케이크는 처음이었던 그때!
대강 레시피를 숙지해두고, 언니의 생일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나 케이크 만들기에 나섰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베이킹, 계량기도 없이
(이것부터 틀렸다) 감으로 만들기 시작한 케이크는
휘핑기도 없이 손 거품기로,
또 코코아가루가 달콤한 것이라는 착각으로,
레시피의 설탕량이 말이 안 될 거라는 오해로
(설탕이 몇 컵이 들어가는 게 맞아? 숟가락이겠지)
제대로 부풀지도 않고 납작한 씁쓸하고 텁텁한
코코아가루의 맛만 남은
하트 모양 브라우니로 완성되었다.
오븐 전자레인지 안에서 제법 그럴싸한 향을 풍기며
익어가는 브라우니 앞에서
"설탕은 몇 컵이나 넣었니?"라고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 그때부터 어딘가 잘못됨을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튀김 도넛이며
막걸리 빵을 만들어본 엄마는
'디저트'인 이것에 설탕이 많이 들어감을
이미 알고 있었고,
영문도 모르는 우리는 레시피북을 믿지 못하고
설탕 2컵 정도를 넣어야 할 것은 2스푼 정도만 넣었으니
그 결과는 말할 것도 없겠다.
납작하고 씁쓸하고 텁텁한 모양만 브라우니인
케이크를 그래도 언니는 너무 기뻐해 주었고
겨우겨우 생크림의 도움을 받아
꾸역꾸역 먹으며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그 뒤로 '제대로 만들고 싶다'라는 욕심은
베이킹에 대한 마음으로 부풀어 올랐고
그때부터 나의 홈베이킹 꿈은 시작되었다.

그 뒤로 전자레인지 설명서에 부록으로 있는
다양한 쿠키와 케이크 레시피를 따라 하고
응용하며 나만의 베이킹을 시작했다.
대학교에 가고 성인이 되며
베이킹 몰 등이 생기고, 인터넷에
다양한 홈베이킹 레시피를 올리는 커뮤니티를 보며
재료와 도구를 갖추고 남부끄럽지 않은
홈 베이커가 되며 '이렇게 달콤한 향을 맡으며
이게 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런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베이킹을 시작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은
작가의 이야기에 책에 담겼다.
난생처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인
《난생처음 베이킹》은
자타 공인 빵순이인 저자가,
'이렇게 (많이) 사 먹느니 직접 만들어보자!'에서
시작한 빵 만들기에서 본격적인
카페 사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방송구성작가로 일하던 저자는
밥보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나만의 빵집 리스트가 있을 정도였다.
배고플 때 스트레스 받을 때 등
찾는 빵집들과 그 포근한 빵들에게서
누구보다도 큰 위로를 받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된 베이킹 클래스에서
그 매력에 더욱 빠지며 본격적인 빵 만들기에
돌입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에 이토록 적극적이며,
그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새로운 시작 앞에 소극적인 나에게는
굉장히 진취적이고 멋진 모습으로 보였다.
특히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에게는
그 새로운 방향을 도전했다가 포기했었기에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포근하고 달콤한 위로, 빵이 주는 힘은 맛 외에도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보며 얻는 힐링타임이 있다는
잊고 있었던 그 매력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렸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하듯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마주한 힘듦 앞에서도
빵에 대한 애정으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이토록 진심인' 사람들의
순수한 애정이 주는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근간이 아니라서, 책에서 소개된 sns 계정을 통해
찾아본 최근의 소식은 폐업이라서 그 사연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어디에 있든
저자의 빵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심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에 오롯이 마음을 다해 뛰어들 수 있다는 것,
그 순수한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난생처음 시리즈'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베이킹을 잘 모르는 사람도
빵에 대한 관심만을 가진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