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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 - 시카고에서 차려 낸 엄마의 집밥
조앤 리 몰리나로 지음, 김지연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2월
평점 :

낯설게만 느껴졌던 비건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비건 레시피를 다루는 유튜브나 책도 많고,
비건 레스토랑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걸 보면
'한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그 장벽이
조금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건강을 위해서 혹은 환경을 생각해서
고기와 생선, 우유와 계라 등 육식을 배제하고
채식을 하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 고기를 안 먹고 살 수 있지?'라고 궁금하다가도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고기를 먹었다고?"
라고 생각해 보면 가깝게는 우리의 엄마 아빠,
조금 더 올라가 할머니 할아버지 대까지 가면
채소로만 식탁을 채우는 일은 일상 그 자체였다.
다양한 제철 채소를 바탕으로 한 한식은
비건식으로도 발전시키기에 너무 좋은데,
막상 우리가 먹는 일반 한식 메뉴에서
비건을 지향하려고 하면 이만저만 걸리는 게 아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부터 시작해서,
한식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불고기, 잡채, 비빔밥에도
육류는 다 들어가니까 말이다.
이른바 사찰에서 먹는 '절밥'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한식에 비건을 적용해야 할지 어려운 이들에게
맛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한식 레시피를 소개한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시카고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엄마의 손길이 담긴
집밥 '한식'을 비건으로 재 탄생시키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한식 레시피를 공유했는데
식탁을 차려내는 레시피를 소개할 뿐 아니라
음식을 통해 전하는 내 가족, 나의 뿌리에 대해서도
아련하게 전하며 색다른 에세이로 다가왔다.
《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이다.
과거에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았지만,
이민이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많고
또 이민 세대 들의 자녀들인
이민 2세, 3세, 4세까지 등장하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과
다양한 K-콘텐츠를 통해
한식은 전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아직은 '비건'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비건을 지향하는 외국인들이 여행을 와도
고를 수 있는 음식의 선택지나,
같은 음식에 대해서도 비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가 않아서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선택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한식에서도 '비건'을 도입할 수 있다면
좀 더 세계적으로 진출하기에도 좋을 텐데 말이다.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 부모님을 둔 이민 2세대로
자연스럽게 한식을 먹으며 살아왔지만,
남들과 달라 보이는 자신이 아닌 그저 '미국인'
으로 살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는 몸부림치듯
거부하고 싶었던 음식들과 식탁의 기억이
이제는 희로애락이 담긴 아련한 추억으로
나의 뿌리와 나의 원천으로 새겨져 있다.
엄마와 할머니를 통해서 먹었던 음식,
또 추억이 가득 담긴 한식 레시피를
비건 레시피로 변형하여 소개하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건 한식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기본 재료와 소스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아직은 빵이 익숙한 외국인들이
퓨전 한식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빵,
한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반찬들을 비롯해
젓갈이라는 큰 산을 넘어 맛있게 만드는 김치와
비건 한식의 가장 기본이자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나물들,
뜨끈한 한 그릇 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는 찌개와 국,
간단하면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면 요리와
한국식으로 해석한 파스타,
소소한 추억이 담긴 길거리 음식을 비롯해
멋과 맛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한 그릇 음식,
낯선 재료로 달콤하게 만드는 디저트까지
식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식들이
비건 레시피로 펼쳐지고 있었다.
각 음식의 레시피와 사진, 그리고 여기에
작가의 추억이 더해지며
단순히 따라서 만드는 방법이 아닌
하나의 '의미'가 전달이 되었고,
이민자의 자녀로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않았던
작가가 느꼈던 외로움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자식들을 위해
사랑과 음식을 내어주었던 가족들의 사랑으로
더욱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한식'이라는 카테고리가
꼭 '정통 한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에서의 추억과 맛을 그리워하며
현지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들로
최대한 구현해낸 그 음식들 또한
한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만든 음식' '한국 사람들이 먹는 음식'
이것이 곧 한식이자 한국 그 자체이지 않을까?
제법 오랜 시간 즐겨 보고 있는 유튜브 중
캐나다에 정착하여 거주하고 있는 "잇츠 미셸" 채널의
유튜버 역시 한국에서의 맛과 추억을 잊지 않고,
또 비록 그곳에서 태어나 캐나다인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한국의 명절과 한식을 때때마다 차려내며
캐나다에서의 한식을 정성스럽게 차려내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는
비건이라서 접근이 어려웠던 외국인에게
한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기도 하고,
외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현지의 재료로 최대한 한국의 맛을 내는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아주 오랜 시간 전, 전쟁을 피해 찾아갔던
낯선 마을에서 엄마와 가족들을 받아준
고마웠던 그 마을을 찾아가며 마무리 지어진다.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로 무엇 하나 아쉬울 것이 없었던
그녀를 먹고 일으켜 세운 그 힘의 원천!
세계적인 한식 셰프로 거듭난
작가가 써낸 특별한 비건 한식 레시피는
다양한 요리의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이런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먹고 입고 사는 이곳이 나 자신 그 자체이고,
이것들이 나를 말해준다.
그녀가 먹고 살아온 한식이라는 토대는
그녀를 사랑한 부모님과 할머니의 사랑 그 자체였고,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낯설게만 느껴졌던 비건이라는 장벽을
하나 더 뛰어넘어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이다.
맛깔스러운 음식 사진을 통해
하나씩 차분하게 따라 하며
비건을 실천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따라 해보면 되지 않을까?
"이 글은 현익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