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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북월드 - 교유서가 10주년 기념 산문집 ㅣ 교유서가 10주년 기념 작품집
강건모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평점 :

당신은 책을 사랑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들은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만 15만 명의
유료 관람객이 입장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3%로
10명 중 6명 정도는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니
책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봐야 할지
참 어렵고도 어렵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찾기가 어려운데
또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는
엄청남을 넘어 지독한 애독가들이 많다.
이 애독가들이 그나마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의
평균 독서량을 하드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
문헌정보학, 국문학을 배우면서
책과 나름 가까운 시간을 보냈던 학부생 시절,
도서관의 서가를 누비면서 책을 둘러보는 것은
어쩌면 조금은 허세나 마음의 사치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을 파먹는 일을 할 것이다'라는 생각에
책을 진심으로 읽기보다는 그것이 마치
지폐나 황금처럼 나를 채우는 도구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내가 책을 진심으로 사랑했는가?라고 한다면
스스로도 부끄러워 대답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책을 파먹겠다는 원대한 목표와 다르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처럼
나는 책과는 떨어진 삶을 살게 됐다.
IT업계에서 일하며, 책과는 상극이라 할 수 있는
SNS 사용을 사용자들에게 더욱 촉진하기 위해
정성을 들였던 시간.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 끝에 다시 만난 책은
변함없이 나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며
따스하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마지막 교양의 끈으로 생각하고 잡았던 책과의 인연은
지금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가 되었으며,
이제는 누가 어디서 질문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책을 사랑하십니까?'라는 말에
"네, 사랑해 마지않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책을 쓰고 만드는 책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필진들이 모여 '책'에 대한 회고를 가득히 담았다.
책과의 인연, 책에 빠지게 된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면서도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데
각기 다른 필진의 책에 대한 생각을 읽으며
나의 책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
교유서가 10주년 기념 산문인
《판타스틱 북월드》는 교유서가를 통해
함께 책을 쓰고 만들었던 필진 39명이 담아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산문이다.
여럿이 함께 쓴 책은 많았는데
이렇게 많은 필진이 참여한 책이라니,
시작부터 압도당하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쓰는 작가나
책을 만드는 편집 일을 하는 출판업계의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시작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그들 역시 나처럼 한때는 독자였고,
책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여전히 책을 통해서 살고 있는데
그들이 '책'을 쓰고 만든다는 점에서
일반 독자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나의 편견이자 오판이었다.
심심했던 시간을 채워준 책,
외로움과 고통을 잊게 해준 책,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고 또 읽었다는 얘기는
평범한 독자들의 모습과 그대로 겹쳐졌다.
책과의 첫 조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책과의 추억을 전하는 각 필진들의 이야기는
비슷비슷한 듯싶지만 다른 모양이었다.
책을 통해 느꼈던 감정들은
언젠가는 나도 가졌었던 감정들이기도 하고
책을 통해 바뀐 그들의 인생의 모습은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 같았다.
책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싶다기보다는
책을 통해 좀 더 인생을 다채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고 아름답기 때문에
부럽다,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책을 제대로 읽기 전에는 책을 읽으면 생기는
변화에 대해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나 읽는 거지'
'책 읽는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지' 하면서
넘겼던 그 판타스틱한 세계를 직접 겪어보고 나니
왜 그토록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지,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이 좋은지
자꾸만 나도 얘기하고 싶어졌다.
책으로 지어진 세상에서 책을 읽음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사람들.
그 멋진 사람들이 전하는 진심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그런 판타스틱한 북월드 였다.
읽는 내내 책을 든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꼭 쥔 책의 온기와 종이 냄새, 잉크 냄새를 느끼며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이 세계의
신호를 느낀다.
"이 글은 교유당으로부터 교유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