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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2월
평점 :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헤어진 후
인생을 뒤흔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나 세상을 떠난 인연 앞에서는
'더 이상 아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 충격이 배가 되기도 하는데,
남아있는 이들은 떠난 이가 남긴 추억을 곱씹으며
때로는 그 이별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모든 게 다 나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지키지 못했어'
하는 부채감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인연도 이러한데,
때로는 자식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키워온 반려동물에 대한 감정은 더욱 특별할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대화를 할 수 없다 해서
소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눈빛과 행동으로 나누었던 많은 시간들은
사람과 동물이라는 차이를 넘어서
더욱 진한 애정을 가지게 한다.
각각의 종이 가진 수명이 다르고,
사고나 아픔이 있었을 수도 있기에
먼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한 번만이라도 더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이라도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신비한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을 만났다.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는 소설가이자
라이트노벨 작가인 저자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이번에 만나 본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에서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카에데안이라는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며
전하지 못한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점장인 야히로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황천길로 이끄는 신 소라,
그리고 우연한 계기에 함께 일하게 된 미노리,
여기에 카페를 찾은 손님들과 반려동물의
사연이 더해지며 각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 후회와
서로를 향해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읽으며
따스한 울림과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처음에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의 사연에만 집중하다가
고등학교 시절 떠나보낸 친구와의 이별로 인해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미노리와
스스로를 어두운 과거에 묶어주고 자책하는
야히로가 손님들의 사연을 넘어
자신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을 담고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반려동물과 인간이
인간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표현하고
마지막 당부를 하는 모습은 뭉클했다.
나 역시도 갑작스러운 가족과의 이별 앞에서
세상을 떠내보낸 가족과
마지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이별의 순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나의 아쉬움을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통해
대신 해소하는 기분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후회로 남기지 말고
지금을 함께하는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고,
소극적이고 위축되어 있던 미노리가
카에데안의 점장으로 변신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막연한 상상을 넘어서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런 기적의 카페가 있다면 다들 마음속의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공간이 있다면 나도 기꺼이 방문하고 싶다.
"이 글은 필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