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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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 대한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갖고 싶다'는 '필요하다'는 감정과는 달라서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고,

그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해도

'존재한다', '소유했다'는 의미로

언제까지고 내 곁에 머무른다.

<카모메 식당>,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무레요코는

소설뿐 아니라 물건에 대한 욕망과 정리에 대한

에세이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투여한 듯 각자의 추억과 사연으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비우기를 맞이하며

느끼는 감정을 담아낸 소설집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에세이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열어본 책이었는데,

각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씩 겪어본 일을 마주하고 있었다.


산더미 같은 옷 사이에서 입는 옷은 지극히 한정적인데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지고 있다던가,

결혼 이사를 앞두고 버리고 줄여야만 하는

소중한 의미의 물건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비상시를 대비한 물건도 '만약에, 만약에'를 더하다 보니

어느 순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기도 하고,

감추고 싶은 치부나 추억도 남들 보기에 부끄러워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넣고 숨기며 쌓아놓고 있기도 하다.

남들이 보는 이미지와 상반된 물건들은

'이 사람이 이랬었나' 하는 갸웃거림을 주기도 하고,

주인을 잃은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들이 타인의

감춰진 비밀을 꺼내는 것 같아 골치가 아프기도 하다.


무레 요코는 단편 속에서

소유하고 비우기를 맞이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소유하고 채워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 자신 역시 맥시멀 리스트로써 수많은 것을 소유하고

또 그것을 비우느라 고생을 했었기에,

사람의 민낯을 보여주는 '물건'들을 통해

우리가 물건을 통해 채우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뻐서, 내 취향이니까라고 하지만

사실 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필요할 때는 고민하지 않고 구매를 하지만

망설이는 과정 속에는 '사실은 단순히 갖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가 있음을 인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처럼 쌓여가는 짐들 속에서

우리는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

물건을 단순히 소유하는 것만이 그것을

진짜 가지는 것이 아님을 배우게 된다.

내가 쓰는 물건이 말해주는 나라는 사람의 민낯을

비로소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다.


때로는 내 모습 같아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이 상황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도 하게 됐다.

물건이라는 것이 말하는 여러 사람의 모습은

꼭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았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물건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이게 할지

내가 어떤 물건을 어떻게 소유해야 할지

삶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는 시간이었다.

'무조건 많이 가져야지'라는 욕심에 나에게 어울리거나

필요를 따지지 않고 소유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진짜 필요하고 나다운 물건만을

간소하게 지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

그 어떤 책보다 와닿았던 책이었다.

그나저나 무레 요코 할머니, 짐 많이 비우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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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말하라 - 단숨에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숫자의 마법 26가지
사다이 요시노리 지음, 임해성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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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야근하기도 힘든데 일이 끝이 안 나."

"입사 동기들과 비교하면

업무능력에서 차이가 느껴져요."

"저는 열심히 일하는데,

팀장님은 제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아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라면,

일을 하는데나 평가에 있어서

이런 고민이 누구나 있다.


좀 더 명확하고 빠르게 일을 하고 싶을 때,

또 나의 노력을 좀 더 보이게 하고 싶을 때

필요한 비즈니스 화법!

바로 숫자로 말하기이다.


언어는 다르지만 전 세계 비즈니스의 '공용어'인

숫자로 말함으로써

실수 없이, 낭비 없이, 빠르게 의사를 전달하고,

언어와 경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데

어떻게 숫자로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직장인들에게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비즈니스 숫자의 마법 26가지가 여기 있다.

사다이 요시노리의 《숫자로 말하라》이다.


업무하는 데 있어서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추상적'인 화법에 있다.

"가능한 한 빨리 끝낼 생각입니다."

"시간 있을 때 해주세요."

"좋게 잘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적당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바쁩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등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설득력 있는 것 같지만

이 대화만으로는 업무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또 이 사람이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평가를 할 때는 굉장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정해진 기한과 금액, 가져와야 할 결과 같은

목표가 명확한 비즈니스에서

돌려 말하지 않고 정확하게 나의 의사와

업무 진행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숫자로 말하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오랜 시간 CFO로 활동해온 저자는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설명할 만큼 숫자에 약했지만,

'숫자로 말하기'를 통해서 해답을 찾았다.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불안과 절망에 시달리고

보다 좋은 역량을 키우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집필했는데,


이 책은 '왜 숫자로 말해야 하는가?' 하는

숫자로 말하기의 필요성부터 시작해서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숫자로 말하기,

중급으로 나아가서는 읽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리더나 경영자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고급 단계의 숫자로 말하기 방법까지

숫자로 말하는 26가지의 방법을 단계별로 서술한다.


흔히 숫자로 말한다고 하면

재무팀이나 어떤 수치적 통계를 다루는

특정인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사회에서 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설득하고 함께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 모두가 '따로 더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통번역 하지 않아도 되는' 공용어는 바로 '숫자'이다.

보다 명확하고 간단하게 숫자로 말함으로써

상대를 설득할 수 있고,

보다 효과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저자가 전하는 숫자로 말하기의

키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언제, 얼마나, 몇 퍼센트를 숫자로 표현하라!"


언제(When)?는 업무 마감시간을

얼마나(How Much)?는 예상 비용이나 리소스를,

몇 퍼센트(What percent)?는 기대되는 성과를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이 판단하기 쉬워지고

이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순서대로 시간, 얼마나, 목표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숫자로 말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제로 업무에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예시를 들어 설명해서 더욱 이해가 쉬웠다.


단순히 숫자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바꾸어 말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상대를

움직이게 한다는데 포인트가 있다.


통계나 리소스, 비용 만을 나열하는 숫자는

책에서 말하는 숫자로 말하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숫자로 나열하는 데이터들은 상황과 목표를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단순함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연습을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겠다.


지난 시간 업무를 진행하며 나의 대화 속에서

숫자로 말하기가 얼마나 되는지,

과연 효과적으로 말해왔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똑같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업무에 대한 평가에서

내가 소홀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꼈던 것은

어쩌면 숫자로 말하기의 스킬이 부족해

나의 능력이나 노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대화이다.

대화는 서로 상호가 주고받아야 하고,

내 이야기를 듣는 상대를 고려하여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고, 또 말하고자 하는

나의 의도와 목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히나 업무에 있어서 가장 분명하고 공통적인

공용어인 '숫자로 말하기'에 대해서 진지하게

그리고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일과 관련하여 대화를 시작할 때,

저자가 전하는 포인트인

'언제, 얼마나, 몇 퍼센트'를 떠올려야겠다.

보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얻고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숫자의 마법사가 되어야겠다.


"이 글은 매경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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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박완서 산문집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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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지루함이나 무료함을 느낄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나서 색다른 시간을 만끽한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의

먹고 자는 일들이 여행을 떠나서는

색다른 추억의 조각이 되니,

여행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큰맘 먹고 낸 휴가, 낯선 여행지에서

똑같은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보거나 체험하는 여행이 아닌

'살아보는' 여행을 하는 이들의 여유로움을

부럽다고 느낀 적이 있다.


정해진 기간, 꼭 봐야 하는 것이나

꼭 먹어보길 추천하는 것,

여기에 가면 꼭 사야 한다는 것을

숙제하듯 하나하나 도장을 찍고

휴식을 위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어두운 밤까지

일정을 소화해 내기 바쁜 우리와는 다르게

원래부터 그곳에 살았던 것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정처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이동하며

원하는 활동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진짜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여행은 그런 것 같았다.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고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그대로 바라보면서 즐기는 것 말이다.


타계한지 벌써 14주기를 맞이한

박완서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생각도 그러했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까지도

잊어버리고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하고 말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산문을 모은 산문집이

완전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는 산문 5편을 포함하여

가깝게는 당일치기로 떠난 강원도 여행부터

중국 만주, 백두산 여행

고산병으로 고생했던 동아시아 여행 등

여행지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여행을 하며 느낀 박완서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기뿐 아니라

문인으로 또 한국을 대표하여 떠난 여행에서는

여행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어떤 책임감이나

의무감에 대한 무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동료 작가들과 함께 한 여행에서

여행지의 낯선 풍경과 사람들을 보며 느낀 감정들은

평범하게 즐기는 여행이 아니었고

현지인들의 삶으로 가까이 다가갔기에 볼 수 있었던

풍경과 감정들이어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저 편하고 즐기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현실을 잊고 노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박완서 작가의 글을 통해 바꾸게 되었다.


편한 호텔이나 정형화된 패키지가 아닌

자유롭게 현지를 오가며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때로는 오지 탐험이라 할 만큼 힘든 여정에

오르는 이들을 볼 때면 그 힘든 여정에 오르는

마음이 궁금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만

다니고 싶을 텐데 구태여 힘든 고생길을

여행지에서 마주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글을 보니

편하고 즐거운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즐겁다는 개념이

꼭 편하고 여유로운 것만 한정되지 않으며,

때로는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때로는 불편하고 낯설더라도

그 속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기쁨이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통해

낯선 이국에서의 풍경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새로운 경험들이 있는 글들을 보며

모든 것을 잊고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기를

나 역시 그런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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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도감
묘엔 스구루.사사키 히나.마나코 지에미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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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 makes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사이에서 우리는 타인들과 부딪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배려나 행동, 말로 인해 "저 사람 너무 센스 있다"라며

의외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그렇게 안 봤는데 좀 별로인 것 같아" 라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센스나 매너라는 것은 그렇다.

누구나 갖추어야 할 '필수'는 아니지만, 갖추었을 때 플러스가 되는 요소.


때로는 그 사람의 센스나 배려가 설사 그 사람에게는 손해나 품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배려로 인해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편해지기도 하니

이런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아~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느끼며 그의 센스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또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물음의 답을 줄 재미난 책을 만났다.

이름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사람 도감》이다.


《좋은 사람 도감》은 일본의 젊은 크리에이티브 팀 엔타쿠가 전시했던

'너무 착하잖아展'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100명의 좋은 사람을 소개한

전시 원본을 엮은 책이다.


무심코 받고 지나온 일상 속의 배려들을 꺼내고, 사소한 순간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주변의 '좋은 사람'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직장 및 학교에서, 취미나 놀이 활동에서 또 밥 먹을 때나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100명의 좋은 사람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엇! 이거 내 얘기인데'

'나도 이런 사람 너무 좋아'라는 생각이 연신 들었다.


한눈에 상황을 알아볼 수 있는 그림에 덧붙인 설명들을 보며

사소하지만 타인에 대한 마음으로 배려 넘치는 행동을 하는 센스 있는 좋은 사람을

내가 주변에 두고 있다는 감사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절친한 잘 아는 사이거나 가족 등, 나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베풀 수 있지만

사실 낯선 타인이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배려나 센스를 베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았던 좋은 사람 항목 중 하나이다.




15. 잔돈이나 영수증을 지갑에 넣을 때 "천천히 하셔도 되요" 라고 말해주는 계산대 직원

73. "세로로도 찍을게요~"라고 말해주는 사람


잘 모르는 타인에게 전해지는 친절은, 그 사람을 거쳐 또 다른 사람에게 옮겨간다고 생각한다.

내가 베푼 친절이 돌고 돌아 나에게 닿는 날도 있지 않을까.


나보다 타인을 생각한 행동이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에 의미를 더 부여해서 하는 행동 같아서

더욱 진한 감동을 준다.




27. 여러 명이 같이 셀카를 찍을 때 셔터를 눌러주는 사람

28. 여행 때 멀티탭을 가져오는 사람


반면 도드라지거나 타인이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들여다봐야만 보이는 좋은 사람도 있다.




34. 설령 돌아보지 않더라도 상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는 사람

51.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조그맣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56. 남이 좌석 앞을 지나갈 때 다리를 들어주는 사람


이 중에서도

56. 남이 좌석 앞을 지나갈 때 다리를 들어주는 사람 항목은

어쩌면 내가 타인들에게 바라는 배려여서 더 좋은 사람의 항목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개인주의 성향이 워낙 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것이 짐짓

나에게 피해나 손해를 준다는 비뚤어진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 것 같다.


영화관이나 경기장, 공연장, 대중교통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가 참 많았다.

통로에 둔 짐을 치우거나 타인이 지나가기 쉽게 몸을 틀어주거나 다리를 들어주는 정도의 센스는

자신에게 손해나 피해가 아닌데, 요즘은 '알아서 지나가라'는 식이 많아서 아쉬웠었다.

그래서 더욱 빛나게 느껴졌던 항목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기준일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있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연인 사람들과 달리

일회성으로 마주하게 되는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 상대방을 바라볼 때,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본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다음의 항목들은 설사 이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의도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이기도 하다.




42. 직원이 요리를 가지고 왔을 때 식탁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

55. 식기를 퇴식구에 넣을 때, 구멍을 통해 주방에 있는 직원에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고 가는 사람

58. 푸트코트에서 식탁에 흘린 음식물을 닦은 뒤에 자리를 떠나는 사람

59. 젓가락을 떨어트린 순간 새젓가락을 달라고 대신 부탁해주는 사람


전화나 채팅 상담을 하는 사람들에게 폭언을 하거나

서빙이나 청소를 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며 반말을 하고 막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 '뒤에 사람 있어요'라는 말을 늘 잊지 않는

의식적으로라도 말하고 행동하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시로도 소개되었던 100명의 좋은 사람 소개를 보며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발견하고,

좋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배웠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 어쩌면 서로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데

너무나 퍽퍽해진 마음에 이런 사소한 배려가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것 같다.


일상 속에서 사소한 배려로 타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사람.

이들을 발견하고 또 내가 타인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선순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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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수어사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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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서 바라보는 시대상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은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이런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으며

"오늘날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라는 평을 받은

작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대표작인

《버진 수어사이드》이다.


학교 선생님인 리즈번씨의 다섯 딸은

열세 살부터 열일곱 살까지 십 대 소녀들이다.

소설은 막내인 서실리아의 자살로부터 시작한다.

이렇다 할 이유나 유서도 없었던

서실리아의 자살 이후, 13개월 만에

리즈번가의 모든 딸이 자살을 하며

그들이 머물렀던 집도 처분되고 부부도 동네를 떠나며

모두에게 잊힌 듯싶은데,

리즈번가의 소녀들을 지켜봤던

당시 동네의 소년들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주변인들과 자신들이 수집해온 증거를 바탕으로

그들의 잊힌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그들의 회상과 당시의 시간을 묘사하며 펼쳐지는 작품은

베이비붐 세대인 소녀들이 겪은 기성세대와의 갈등,

그들이 느끼는 여러 답답함을 비롯해

막냇동생의 자살 이후 타인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아픔 등 십 대 소녀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당시 현실을 제대로 담고 있다.


최근 들어 유명인들을 비롯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의 사연이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자살 사고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말미에

의무적으로 등장하는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메시지를 볼 때면 매크로처럼 느껴질 뿐

실제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어떤 감정이고

그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이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한참 예민한 시기,

또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기에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 이후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날카로운 시선,

배려가 없는 동정이 섞인 말과 눈빛,

자유로움을 꿈꾸지만 통제만 할 뿐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자매들이

어쩌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웠던 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일상을 보내고픈

소녀들의 모습은 안타깝기도 했고,

단순히 1970년대라는 배경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아이들도 충분히 처한 상황에서는

그때와 비슷한 답답한 통제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비뚤어지는 일상 속에서 망가져가는 소녀들처럼,

그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 또한

점차 망가져가고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게 변하는 것을 보며 이 소설의 결말을

사실은 처음부터 작가는 그려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단편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한 집안의 십 대 자매들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비극적인 요소들만 있지만,

그들이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기 전까지

보여준 모습들과 소년들이 창문을 통해 바라본

그녀들의 모습은 그렇게 우울하기만 하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일탈을 즐기기도 하고

위트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등

유제니디스만의 문체를 통해 리듬감 있게 펼쳐졌다.


딸들만 있는 강압적인 분위기 특성상

가부장적인 분위기로 아버지가 통제의 주 대상일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자매들의 엄마가

주로 그 역할을 맡았고,

딸들을 위해 해주고 싶지만

아내를 설득하지 못하는 리즈번씨의 모습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중심을 잃으며 표류하는 모습으로

방관이라는 공범으로 거듭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보살피고 돌봐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무관심 아래에서 소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챙기고 아끼며 사랑했다.

여느 소녀들처럼 많은 것을 알고 싶었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었으며

세상에 나가 즐기고 싶어 했다.


그들이 그토록 만나고자 했던 세상과 단절되고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반대를

스스로의 목숨을 저버리는 것으로 표현한

비극적인 사건.

우리는 리즈번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안타까운 현실과 세대 간의 갈등을

비로소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된다.


처음에는 죽음에 얽힌 '집안의 문제'로 접근하다가

점점 시야를 넓혀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어

상처받은 소녀들의 목소리로 확장했다.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

그들의 추억을 꺼내어본 소설 속 '우리들'은

관찰자이자 어쩌면 그녀들을 구하지 못한 방관자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부채감을 이렇게 갚는다.


비극적이면서도 십 대들의 호기심 가득한 묘사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지극히 감정적인 진행은

미숙한 10대 아이들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소녀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기성세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보여준 이 작품은 유제니디스만의 진정한

애도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성장 소설이었다.


"이 글은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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