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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이명진 지음 / 크루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은 크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몸의 감각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일까?
어떤 추억을 떠올릴 때면
그날의 날씨라든가 입었던 옷,
혹은 먹었던 음식의 맛 등
하나의 감각이 열쇠가 되어
보물 상자에 보관해둔 추억이
쏟아져내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추억들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많아져서인지 때때로 자주 멈칫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서는
언젠가 다가오게 될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며
매일매일의 추억과 맛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음식으로 기록된 추억의 이야기를 담은
〈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를 만나보고 나니,
그런 나의 결과 일치하는 책 같아서
엄마와 함께 읽어보고 우리 집 만의 레시피를
정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작가는,
음식에 얽힌 추억을 글로 옮기며
자신의 시간에 대한 치유와 성장 또한 함께 담아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서 재치 있고
따뜻한 시선을 통해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은
별다를 바 없는 우리들의 인생에도
조용한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버린
시어머님, 시아버님을 떠올리게 하는 메뉴들부터
'우리 집'만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특별한 조리법들은 누가 쉽게 따라 하지도
또 쉽게 낼 수도 없는 묵직한 맛을 가지고 있다.
음식을 통해 시부모님께 표현했던 사랑은
거슬러올라가 할머니와 엄마에게
아낌없이 받았던 사랑 가득 메뉴들로 떠오른다.
여느 집 아이들의 김밥과는 다른 양파달갈전,
일요일마다 온 가족이 청소를 한 뒤에 먹었던 잔치국수
등으로 말이다.
남편, 아이들과 함께 먹으며
새롭게 쌓아가는 추억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득 담아 요리를 해주다 보면
어느새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는
엄마의 마음 가득한 메뉴들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힘으로 다가갈 것이다.
마치 그녀가 할머니와 엄마에게
받았던 응원처럼 말이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힘들고 지치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준 메뉴들도 있다.
음식이라는 것은 이토록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고 끌어올려 주는 깊은 맛과 힘이 있다.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음식의 사진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도 우리 집 만의 추억이 가득한 메뉴들과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맛들이 떠올랐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할머니가 해주셨던
다시는 먹을 수 없는 메뉴도 있고,
언제까지고 영원했으면 하는 엄마 아빠의 메뉴도 있다.
아무리 지친 날도 한술 밥을 뜨다 보면
잊고 이겨낼 수 있는데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추억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하나씩, 배우고 만들어가며
그 맛과 추억을 오래도록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친 하루 끝, 이윽고 도착한 집에서
따끈한 김을 피워 오르며
나를 달래던 음식의 힘,
사랑이라는 양념을 더해
무엇보다도 내 입에 잘 맞는
그 음식이 부리는 마법을 오늘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