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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대신 라면 - 밥상 앞에선 오늘의 슬픔을 잊을 수 있지
원도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은 빅피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엔 "먹고살기" 위함인데
때로는 그 방향이 반대가 된 듯
일하기 위해 먹고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른다거나
밥 먹을 새도 없이 일을 하다 보면
"도대체 먹고사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식의 맛처럼 다양한 맛을 가진 세상에서
나를 먹이고 다독이고 일으켜 세운
날들의 기록을 맛깔난 한상차림으로
채워낸 작가가 있다.
8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경찰관 속으로〉, 〈아무튼, 언니〉,
〈있었던 존재들〉, 〈파출소를 구원하라〉 등으로
독자들과 만나 온 원도 작가가
경찰관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며
"뭐 먹고살지?"에 대한 숱한 질문에 대한
답을 담은 에세이 〈눈물 대신 라면〉이다.
"뭐 먹고살지?"라는 질문은
"오늘은 또 뭘 먹지?" 와 함께 놓인다.
뭐(를 해) 먹고살지?라는 질문 앞에
늘 놓였던 다양한 음식들을 떠올리며
작가는 음식의 맛에 인생의 맛을 함께 느낀다.
때로는 지친 자신을 일으켜 세웠고,
때로는 자신을 다독였으며,
대체로 자신을 먹였던 음식들.
언제나 힘을 내게 하는 음식이기도 했고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기도 했으며
누군가와 함께 해 더욱 따뜻했던 음식이기도 했다.
경찰관으로 살아가며
또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며
낯선 서울 생활을 시작한 작가가 마주한
매일의 기록은 하루 세 끼의 음식들이 쌓인 것만큼이나
수북하게 책이라는 상 위에 차려졌다.
지친 마음이나 쌓인 일도
"일단 먹는 동안은 잊자"라는 마음이 된다.
고단함이나 슬픔도 잊게 해주는 음식들의 힘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이 지난한 인생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곤 한다.
이 책은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먹고사는 것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잔뜩 담은
맵고 짜고 뜨거운 분투기라고 할 수 있다.
전작들을 통해서 만난 원도 작가의 이미지는
과학수사를 하는 경찰이라는 직업 때문인지
특유의 무거움이 느껴졌었다.
글을 읽으며 함께 웃는다기보다는
그가 전하는 사연을 읽으며
함께 울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연대나 책임감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찰이라는 옷을 벗은 전업작가 원도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조전'을 좋아하고 씩씩하게 콩나물을 넣은 밥을 비비며
오늘의 시름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초짜 서울생활러이자 우리의 이웃으로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일상의 밥상 앞에 앉아 한술을 뜨며
그의 '삼봉오란' 이론에 공감하고
치킨 부위 양보를 떠올리며
인간관계와 보편적인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맛'이 있는 인생 목표를 세운다.
오롯이 내 몫의 밥상처럼 차려진 인생에서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내 입맛에 맞는 인생을 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일단 입을 크게 벌리고
맛있는 음식부터 한 입 먹어본다.
먹방을 보며 입맛을 다시듯
작가의 음식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맛을 배워본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 맛깔나게 다가온
베스트 먹방 같았던 책 〈눈물 대신 라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