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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가 되지 않는 법
이온화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나무옆의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끝난 줄 알았던 삶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오롯이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맞이한 '두 번째' 삶에서
전과는 달라진 일상에 평범한 자유를 꿈꾸며
다시금 벗어나고 싶어 할까?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자유'라는 키워드 앞에서 인간과 신을 구분 짓는다.
태초의 신 이사야가 떠난 도시에서
신세기의 신 이사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게 된
열여섯 살 주인연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서로 다른 계급을 가진 친구와의 로맨스까지
폭넓은 판타지를 담은 성장 소설
〈이사야가 되지 않는 법〉이다.
〈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를 통해서
삶과 죽음 사이의 따스한 연결과 상처의 치유라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서는
한번 죽은 뒤 두 번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열여섯 살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그려온 '자유'와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의 판타지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로 세상을 떠난 주인연.
이렇게 삶을 떠나는가 보다 싶었는데,
죽음 사람을 다시 살려낸다는 '복생술'을 받고
다시 살아난 '복생자'로 새롭게 태어난다.
다시 태어나면서 죽음의 순간 느꼈던 고통을
복기하며 힘들었던 인연 앞에는
자신이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반기기보다는
그를 살려낸 자신들의 과업을 칭찬하고,
마치 메시아처럼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된
자신을 기꺼이 이용하고자 하는 엄마만이 보일 뿐이다.
4가지의 까다로운 조건 아래
복생자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인연은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보던
기존의 평범한 삶에서 떨어져
정해진 거주지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답답한 일상이 현실로 다가오는데,
왜 자신이 그런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자신을 죽인 범인은 왜 잡히지 않았는지
왜 나를 죽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모르는 게 때로는 낫다'라는 얘기를 들으며
모든 것을 잊을 것을 강요받는다.
자신과 같이 복생자로 살아가는
거주지의 이웃들은 속내를 알 수 없고,
이윽고 몇 시간이 지속되도록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복생자로 살아가는 삶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날 밤 길에서 만난 계급인은
그런 인연에게 '자신과 연애를 하자'라고 권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인연의 앞에
그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는 신 이사야와
복생자들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이 다가온다.
'새로운 신'이 될 기회 앞에서
그것을 단호하게 No!라고 외치는 인연은
진정한 자유를 품을 수 있을까?
오차 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시스템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정해진 일상을 살아가며 답답함을 느낄
십 대들이라면 더욱이 공감할 만한 성장소설이다.
새롭게 태어난 주인공에게 이 세상은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살았던 과거가 아니다.
늘 강압과 억압만을 했던 엄마와의 갈등,
존재조차 누군지 알 수 없는 아빠,
도시를 정화하고 사람들을 어둠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고통과 고행 앞에서
인연은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궁극적인 자유를 찾아 떠나려 한다.
사람들을 구원하는 줄 알았던
가장 자유로운 존재라 생각했던 이사야의 진실 앞에서
자유를 선택하며 거부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씩씩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의 세계를 열고자 하는
이미 초월의 존재에 이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고,
힘들고 싶지 않았던 어린 소녀.
잘못을 저지른 것도 하나 없는 한 소녀가
무고하게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목숨을 잃고
다시 복생술로 살아났지만,
그녀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어디에도 없다.
어린 소녀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에 나선
모험가이자 새로운 시대의 이사야로,
또 서로 다른 계급을 가졌지만
진정한 마음을 주고받는 초원과의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죽음 사람을 다시 살리는 기술,
그 복생자가 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을 뚫고
세상을 다시 살게 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생하는
연쇄살인과 방화 속에서
스스로 미래의 길을 만들어가며
인연은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된다.
가장 숭고하고 거룩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바람 같은 자유로움이 주는
행복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매일 잇따르는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면
스스로를 지켜내고자 하는 어린 소녀의 성장기를 통해
보다 단단한 마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새로운 설정,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색다른 자신만의 색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판타지 소설
〈이사야가 되지 않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