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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저고리 ㅣ 파랑새 그림책 84
이승은.허헌선 글.인형 / 파랑새 / 2010년 3월
평점 :
아주 오래전에 부부의 인형을 접한 적이 있다. 직접 가서본 것은 아니지만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는데 그때 꽤나 특별나게 기억하게 하였다. 그리곤 잊혀지기도 하였던 것 같은데 우연히 이분들의 그림책이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 반가운지 바로 구입을 하고 가끔 꺼내보기도 하였다.
이번에 만난 이 그림책도 특별난 것이 숨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색동저고리에는 우리 어릴 적 이야기가, 정서가 담겨있다. 무엇이든 부족했던 그 때였다. 옷 하나, 신발 하나를 제대로 살 수 없으니 설빔이라고 기대도 할 수 없던 그때였나 보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니 인형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우리 어머니 적,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적 어린 시절 이야기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부족하기에 더 그리운 그 때.
인형들이 어찌 이리 실감나고 오밀조밀한지 이야기도, 그림도, 아니 인형도, 소품 하나하나에도 눈길 두는 곳 모두가 정겹기만 하다.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괜히 울컥해지기도 한다. 남의 옷을 만들어주는 일을 했음에도 진즉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옷을 해 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돌이와 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애틋해지기도 한다.
분이는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 치맛자락에 얼굴을 묻고, 돌이는 동생을 위해 연을 만들어주는 모습에서는 우리가 저만할 때 형제들과 오순도순 지내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색동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었던 기억이 있다. 설날이면 입던 한복인데 그 길이가 껑충해지도록 입었었다.
그 눈 내리던 그 날 밤, 엄마는 정말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것도 잊은 채 분이의 색동저고리를, 돌이의 색동목도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얼굴에는 정말 함박눈처럼 환해졌다. 해맑게 웃으며 마당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들의 마음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밝아져 있었다.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어릴 때 입었던 옷도 생각나고, 놀이터도 생각나고, 친구들도 생각나고, 모든 것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