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해가 갈수록 더 깊이가 있어지고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무심히 보았던 책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 읽었던 아니 제목만 보았던 것도 다시 읽으면 그 재미가 새롭다. 그러기에 요즘 고전을 한 권 두 권 다시 접해보기도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기행문이다. 조선 선비 최부는 제주도에 관리로 가 있던 중 부친상을 당하게 된다. 고향으로 가기 위해 육로도 생각해 보았지만 좀 더 빠른 바닷길을 선택하게 된다. 최부는 그 누구보다 유교를 숭하고 효심이 지극한 사람이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을 순탄치가 않았다. 배를 타고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표류를 하게 되었고 그 길에서 여러 일을 겪게 된다. 그 일을 적은 것이 표해록이다. 이 책은 중국 견문록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이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냐는 것에 대한 대답은 책을 읽고 나면 그 해답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가장 먼저 조선 선비의 눈으로 중국과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다른 견문록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잇겠다. 배를 타고 표류하던 과정 중에 주변 나라에 대한 상황과 정보를 아주 상세하게 담고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쉽게 할 수 잇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비록 힘든 상황일지라도 선비의 당당함에서 우리나라의 힘을 엿보게 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스스로가 가져야 할 당당함과 현명함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당당한 모습은 다른 나라 사람에게도 충분한 감동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 당당함과 통솔력은 모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엄청난 힘이 되기도 한다. 해적을 만나도, 왜구로 오인을 받아도 그는 당당하게 이를 헤쳐 간다. 북경에서 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현재 자신은 상을 치르는 중임을 밝히며 상복을 벗지 않는 등 그의 마음에는 늘 백성으로서, 자식으로서, 선비로서의 선을 지킴에 어긋남이 없었다. 최부는 자신이 겪은 일을 기록하여 임금님께 올린다. 그 힘든 여정을 지나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을 하나한 실감나게 기록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주변의 이야기도 듣고 참고도 하고 그것을 기록에 함께 하기도 한다. 그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이지만 정말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문화뿐만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모든 것까지도 아주 상세하다. 이런 점은 아마도 그의 보고서를 접하게 된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유용한 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책 속에 현재 우리가 쓰지 않는 말이나 용어가 더러 나오지만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 이런 기회를 통해 그 때의 삶과 문화도 접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표해록’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과 엔닌(일본 승려)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더불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에 꼽힌다. 이 책이 세계 3대 중국 여행기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는지는 책을 읽다보면 그 가치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