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그에 이끌려 원작을 구입해 읽은 경우에 해당한다.

(영화는 정말 강추이다.  단번에 매혹시키고 말 것이다.  훌륭한 미쟝센과 멋진 캐스팅.....)

한마디로 원작의 소설은 이야기 구조 자체는 훌륭하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묘사력와 표현력이 상당히 떨어져서

읽는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실망스런 작품이었다.

영화는 대사가 많지 않고 눈빛과 행동, 명암, 소품 등으로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베르메르적"이다.

소설의 경우는 독자가 그것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작가가 더욱 은밀하고 치밀하게 그려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것이다.

작가가 너무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들면 되려 신비감이 떨어지고 밍밍하며,

반대로 시침 뚝 떼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  이야기는 헷갈리고 모호해진다.

이 <진주귀고리소녀>의 경우는 전자에 해당하지 싶다.

영화에서 느꼈던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감정의 고조가

소설에서는 그리트의 입을 빌어 친절하게 모조리 설명되거나 추측되어 있다. 이런 낭패가.

(1인칭 시점이다)

베르메르의 얼마 안 되는 작품들과 거의 존재하지 않는 자료만으로

이런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물론 재밌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바로 그 아이디어와 컬러도판만 빛난다. 정말 아쉽다.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 초고를 읽는 기분이다.

문체에 민감한 편인 독자라면

영화를 보지 않고 읽었더라도 실망스러울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