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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리 dele 1
혼다 다카요시 지음, 박정임 옮김 / 살림 / 2021년 4월
평점 :

분명 스마트폰이 없었던 세상에서 살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못살것 같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엔 사진과 동영상, 문서, 문자 등 다양한것들이 저장되어 있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밀들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죽고난 후 나의 흔적들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입에 오르내리는건 상상만으로도 끔찍 그자체이다.
바로 이점을 착안해 디지털 데이터 처리를 도와주는 직업이 탄생했으니 누가뭐래도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직업이지 않을까.

'dele. LIFE'는 소장 사카가미 케이시와 신입사원 마시바 유타로가 근무하는 디지털 장의사이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 생활을하는 케이시 소장은 의뢰인이 특별히 지정한 데이터를 사망 확인 후 의뢰인의 디바이스를 원격조종해 삭제하는 업무를, 신입사원 유타로는 의뢰인이 진짜 사망했는지 다시한번 확인하는 업무를 맡아 처리한다.
지워야하는 데이터들은 각각의 비밀이 숨겨져 있고 유타로는 유가족들과 감정적으로 엮이기 시작하는데...

《첫 포옹》
28세 무직의 니무라 다쿠미.
지난달 컴퓨터와 스마트폰 양쪽 모두 48시간 이상 사용되지 않을때 양쪽에 있는 폴더 삭제를 지정해뒀고 현재 dele. LIFE에 연락이 온 상태.
컴퓨터의 데이터는 삭제할수 있으나 스마트폰은 전원이 꺼져있어 데이터 삭제가 불가능해 먼저 사망확인 후 스마트폰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의뢰인 다쿠미는 하루전 하천부지에서 담요쌓여 시체로 발견된 상태였는데....
의뢰인이 범죄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죽었을때 디지털 장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컴퓨터나 스마트폰엔 사건의 실마리를 풀수 있는 단서가 있을텐데...
만약, 계약대로 삭제를 한다면 이건 범죄일까?
《비밀정원》
대기업 종합건설회사 이사와 고문까지 지냈던 76세의 안자이 다쓰오.
1년전 건물주이자 dele. LIFE의 소장 케이시의 누나인 마이가 운영하고 있는 법률사무소를 통해 계약하게 되었다.
마이를 통해 가입된 고객들은 화장이 이루어진 후 데이터 삭제를 할수있다.
유타로는 케이를 대신해 조문을 가게되고 그곳에서 예기치 않게 76세 안자이씨와 비밀결혼을 했다고 주장하는 30대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의뢰인 뒤에서 소개시켜준 법률사무소와 자신과 관계된 사항을 계약했다면 그건 법적효력이 있을까?
의뢰인들은 분명 dele. LIFE 측에서 본인의 죽음을 인지한 순간 데이터 삭제를 요청했는데 .... 짧으면 하루, 길면 사나흘 후 데이터를 삭제한다니 유족측이나 누군가 데이터를 발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
《스토커 블루스》
휴대폰 판매점의 아르바이트생 31세 이즈미 쇼헤이.
3개월전 가입해 111시간 컴퓨터랑 스마트폰 모두 작동하지 않으면 dele. LIFE에 신호가 가도록 설정해둠.
사망확인을 위해 찾아간 집에서 동생을 만나게 되고 이즈미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한걸 알게 된다.
유타로는 교통사고가 아닌 누군가 살해 목적으로 이즈미를 떠민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하고 케이에게 데이터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총 다섯가지의 사건이 펼쳐진다.
각기 다른 계층에 각기 다른 사연들.
유타로는 직접 유가족들을 만나며 사연에 관심을 기울이며 연민을 느낀다.
반면 원리원칙으로 냉정하게 계약을 이행하려는 케이.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며 변해가는 모습에 괜히 흐뭇해지기도 했다.
많은 생각을 하며 읽게된 디리1!
그런데... 진짜 이런직업이 있나?
들어본것 같기는 한데...
있으면 좋을것 같긴한데 악용하려 드는 사람들도 있을것 같아서 쉽게 문을 두드리지는 못할것 같다.
만약 내가 의뢰한다면 '사진을 싹다 지워주세요.' 이정도 겠지만~
디리2 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