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평점 :

"살아 남는 일, 실카,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에요.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중에 가장 용감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432p
<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주인공인 랄레가 수용소에서 알게된 실카에 대해 알려준 이야기와 그녀를 알고지낸 지인들의 증언, 그리고 작가가 조사한 사실을 토대로 쓴 소설이다.
물론 소설이다보니 픽션이 여기저기 섞여 있겠지만 그녀의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삶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솟구쳐 책을 내려놨다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16살 어린나이에 말도안되는 이유로 끌려가 수용소에서 적군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해 버리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언니와 엄마를 떠나보내고도 버텼던 3년.
그끝에 돌아온건 나치와 결탁한죄로 노역 15년형 이라니....
힘없는 여자들은 죽음의 공간에서 살아 돌아와서는 안되는 걸까?
순결을 지키며 자결이라도 해야 했던걸까?
자꾸 격해지는 감정에 순간 놀랬다.
실카는 자기가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상대를 꼭 지켜내고야 마는 강한 여성이기도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기타에게 그랬듯이 보르쿠타 굴라크로에서는 두살어린 조시에게 그랬다.
조시가 병동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주고 대신 죄를 뒤집어 쓰기도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실카.
그녀가 너무 안타깝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곳, 29번 막사의 여자들은 미래를 알수없는 암울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보듬어준다.
끝없을것 같은 수용소 생활에도 시간은 흘러 한명씩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연 고향에 가족들이 남아 있을까?
원해서 그런게 아니지만 무섭고 따가운 시선들이 그녀들을 쫓아 다니지는 않았을까...
살기 위해서, 살아 남기 위해서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 때문에 얼어버린 심장! 그로인해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실카.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알레산드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과연 실카와 알렉산드로는 수용소를 나올수 있을까?
또 둘은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걸까?
487페이지를 읽는동안 무언가 콕콕 찌르는 느낌과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당황해 책을 읽는데 나흘이나 걸렸다.
실카의 힘든여정을 함께하는 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감정을 느낄수 있었다.
풀 한포기도 못 나올듯한 척박한 그곳에서 끈질기게 버텨 '동료애'라는 꽃을 피워 '미래'라는 결실을 맺음에 얼마나 울컥하고 가슴을 파고들었는지 모른다.
실카와 함께했던 그 여정을 잊지 못할듯 하다.
나는 오늘도 21세기에 살고있음에 나의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