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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속보입니다.》
지난밤 새벽, 효고현 고베시 기타구의 고베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소년 사형수가 탈주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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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8세의 나이로 사이타마 현 구마가야시에 사는 일가족 세명을 살해한 죄로 사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 8p
스물아홉 남편과 스물일곱 아내, 두살 아이까지 일가족을 살해한 사형수 가부라기 게이치가 수감 1년 6개월만에 탈옥하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다.
도쿄올림픽의 공사현장에서, 시부야의 코스메틱 관련 미디어 회사에서, 나가노 현의 전통 여관에서, 야마가타 현의 빵공장에서, 개호시설인 아오바에서 그의 인적사항은 모두 달랐지만 그를 만난 사람들은 착하고 성실한 사람 이라며 그럴리가 없다고 말하는데....
"자신의 심리를 가즈야는 좀처럼 알 수 없었다. 그녀석을 감싸고 싶은 건 아니다. 위화감이 있을 뿐이다. 도저히 벤조와 살인귀를 자기 안에서 연결 지을 수 없었다." - 182p
"과거 따위는 상관없어. 이렇게 된 이상 이사해야 겠다. 어딘가 멀리 가서 살자." - 274p
"그는 정말 죄를 저질렀을 까요." - 379p

일가족을 회칼로 망설임없이 살해해 현장에서 검거되 사형선고를 받은 가부라기는 이제 고작 18살 미성년자 였다.
그리고 '탈 . 옥'
이어지는 488일의 도피생활.
도피생활중 부지런히 일을했고 그와 함께 일을했던 직장동료들은 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거란 입을모아 이야기 한다.
내가 생각하는 살인자들하고는 너무 다른 행보에 '뭐지?' 하며 궁금증이 생겨났다.
일반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탈옥을 했다면 어딘가에서 성실이 일을 하는게 아니라 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가부라기는 신분을 속인것 외에는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동료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땐 지체없이 도와주고 경찰이나 구급대에 신고를 할 수 있게 상기시켜 주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잔인하게 한 가족을 살해할 수 있을까?
지금의 모습은 진짜 모습이 아닌 계획된 모습인걸까?
왜 탈옥을 했을까?
탈옥을 감행한 이유가 있을텐데....
정말 가부라기가 살인을 저지르긴 한걸까?
계속 머리속에 떠돌아 다니는 물음표에 조급해지기 시작해 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보며 할 이야기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구나 했었는데 막상 읽고나니 짧게만 느껴졌다.
조금 더 길어도 좋았을것 같은~~!!
분명 소설인데 소설같지가 않고 사실일것만 같은 이야기.
한번 의혹이 생기기 시작하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의혹에 현혹되는 사람들과 이를 선동하는 대중매체들.
내가 살고있는 현재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에 너무 무섭고 답답하기만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을 궁금증에 허덕이게 하더니.....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울컥, 허탈감,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많은 생각과 긴 여운을 남긴 '정체'
많은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하는 괜찮은 책을 만나것 같다.
난 아직도 가부라기 그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