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
이종산 지음 / 래빗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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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사시겠습니까?"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한 해의 마지막 날
갑자기 거대 고양이가 나타나 앞으로 남은 삶을 고양이로 살고 싶다면 예, 아니라면 아니오에 체크하세요. 라는 종이를 준다.
예라고 체크한 사람은 진짜 고양이가 되어버리고 남은 사람들은 당황한다.

설정이 재밌다. 고양이라니..

왜 고양이가 되고 싶었을까를 내내 생각해봤다.
사람으로 사는 삶에 회의를 느껴서?
고양이가 된다면 더 고고하게 살 수 있으려나?
분명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고양이의 삶에도 어려움이 있을텐데..

고양이로 변한 사람들을 여전히 사랑하고
그가 남긴 것들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혼자서 고요하게 주변을 사랑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 고양이가 되기로 한 사람들.

안전하기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큰 불행없이 평안하기를 바랄 수 밖에..

나는 절대 예라고 답하지 않겠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이지만 일상의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나누고
어려운 일들을 함께 헤쳐나가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그렇게 꿋꿋히 인간의 일생을 살아가야지..

당신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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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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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소설이 18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18년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의 시대에 읽어도 아무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묵직한 문체와 주제는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부모의 이혼으로 많은 혼란을 느끼며 살아가는 호은과 아빠의 딸 승지, 이혼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본질적인 질문들 던지며 독자들에게 스스로 묻고 해답을 찾아가게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한번의 삶은
각자 다른 무게로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공허하고 혼란스러운 삶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우리들에게 누구도 내 삶의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없고 결국은 스스로 삶에 드리워진 그늘과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살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타인의 삶을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원망하지만 가까스로 들여다 본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결국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만들어 낸 삶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으려는 개인의 노력이 큰 덩어리를 이루어 함께 살아가고 결국 '자기만의 집'을 만들어가며 어우러진다.

자기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들 모두 결코 혼자이지 않다. 타인과 소통하고 이해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내며 모두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결국엔 '삶'일테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위로와 용기의 문장들..

함께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인생의 의미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 진심의 이야기!!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 p.253
-한 사람 한 사람이 산 하나처럼 느껴져. 생각해 봐. 산 하나의 내부가 품고 있는 그 많은 생명들과 어찌할 수 없는 인과관계와 진실을. 그게 한 인간이 품고 있는 자기 자신인거야. 그러니 누구도 타인을 구할 만큼 자유로울 수 없어. 제 한 존재를 버티는 일도 참 버거운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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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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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어떤 정보 없이, 큰 기대도 없이
만나게 된 책이 너무너무 정말정말 좋을 때
충만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정말 큰 기쁨을 느끼고
감탄하고 감동 받고 울고 웃고 위로 받으며
커다란 희열에 쌓여 읽었다.

제목처럼 무수히 많은 밑줄을 긋고
좋은 문장에 갇혀 다시 읽고 또 읽으며
또박또박 천천히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건져올린
깊은 사유와 흔들림 없이 묵직하고 먹먹한 문장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쓰는 사람'의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행위에 대해
'읽는 사람'의 명징한 기쁨에 대해
작가만의 '고유한' 사유와 문장으로
독자들을 더 깊은 읽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유니크, 영감, 뉘앙스, 고유성, 고통, 슬픔 씨..
많은 단어들이 뇌리에 박혔고
더 잘 읽고, 깊게 사유하고, 더 사려깊게
쓰고 싶게 만든다.

내가 만난 정용준의 세계는
그 무엇보다 고유한 정서로, 문장으로
홀리게 하고 빠져들게 한다.

나는 또 이렇게 한 사람의 작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세계를 궁금해하며
홀린 듯 그의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내 삶이 팍팍하고 지칠 때 기둥이 되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통필사의 욕구를 일으키는 책!!!
손가락에 꼽을, 오래 남을 산문집.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밑줄과생각 #정용준산문 #작가정신
#작정단13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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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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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 시리즈인 '카두케우스 이야기' 단편 9편,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디스토피아 단편 5편이 실려 있다.

항성 간 초광속 이동 기술을 카두케우스라는 사기업이 독점한 초자본주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9개의 단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다.

떠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이별이 있고
사랑하는 자를 위한 희생의 몸짓에 희망을 찾고
무한한 슬픔을 건강하게 애도하기 위한
아름다운 노력이 있다.

인간보다 귀한 작물과 광산을 일궈내려는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기억하려
노력하고
개인의 꿈과 미래를 포기하면서까지
누군가의 생명을 소중히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범우주의 세계에서도 그리움과 희망, 슬픔은
고스란히 남아 누군가의 세계를 지켜내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믿음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SF!!

팬데믹으로 무너진 세상 가운데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정소연의 세상에는 흔들리지 않는 소망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정소연의 이야기 속에는 현재의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사랑과 연대와 믿음이 살아있다.
다가올 미래가 아무리 암울해도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래도 살아가겠구나!"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은 이야기...
끊어진 세상 속 사다리 같은 이야기 안에서
내일의 미래를 긍정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SF!!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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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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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가 더 새롭게 보인다.
우거진 나무와 운동장의 그네..

영어덜트 소설상, 틴스토리킹상 수상작가
#폭풍이쫓아오는밤 의 작가 최정원의 신작 소설.

전작만큼이나 빠른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고 근미래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욕망과 양심 사이의 간극을 들여다보게 한다.

********

근미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서울 시민 수백만명이 나무가 되어 버린다. 아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서둘러 서울을 버리고
더 이상 감염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서울을 방벽으로 둘러싸고 봉쇄해 버린다.
엄마를 남겨두고 이모와 피난을 온 '여운'은 서울에 설치된 방역 기기 '우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벽을 넘어 서울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비감염자 '정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후 내용을 책을 읽어 보시길..)

********

나무로 변해버린 사람들은 햇볕을 쬐고 물을 먹고
광합성을 하며 자기들만의 숲을 이루며 살아가고
그 나무들을 지극히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방벽 밖의 사람들은 나무로 변하지 않기 위해 나무를 해치려 하고 반면 나무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이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생각하게 한다.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인간만 남기고 다 없앨 것인가!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허밍이
방벽을 타고 넘어 인간들의 마음을 녹이고 이기적인 마음과 욕망으로 뭉쳐진 굳은 마음을
녹여내는 따뜻한 바람이 되어가길..

끝끝내 우리가 서 있고 싶은 곳은
방벽 안 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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