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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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의 작가 김주혜님의 신작 소설.

천재적 재능을 타고 난 발레리나의 삶과 사랑을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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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엄마 밑에서 어렵게 자란 나탈리아 레오노바는
어릴 때부터 발레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며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게 된다.

재능에만 의지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며
열정적인 그녀는 뛰어난 실력으로 모두에게 인정 받고 승승장구하며 관객들과 평단의 찬사를 고루 받으며 성장한다.

아름답고 유능한 발레리노 샤샤와 함께 프랑스
파리 발레단으로 스카웃되어 열정적으로 무대에 서며 명성을 얻고 행복을 찾는 듯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무대를 떠난 2년 뒤 힘겹게 재활의 과정을 거쳐 나간다.

그녀는 부상을 딛고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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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사랑하고 싶어졌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발레를 책으로 배우며
상상했다.
자신의 몸의 한계를 넘어서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는 발레는 극한의 예술이다.
낯선 발레 용어들과 그들 세계의 고유성을 짐작해가며 읽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독서였다.

세상에 쉬운 예술이 어디 있을까마는
접해보지 않은 세상이라 발레의 세계는 더없이 어렵고 그만큼 아름다웠다.

책 속에 나오는 작품들을 유튜브로 찾아보면서
나타샤의 무대를 상상했다.

발레의 현신은 생각보다 강렬했고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예술가의 열정.
시련 속에서도 발레의 품위를 지키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끝내 일어서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글씨로 그려진 발레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니!! 작가의 섬세한 묘사에 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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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술가가 아니지만 자신의 삶에서 한번은 열정을 불태운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홀로 서야 하는 세상 앞에서 외롭고 힘든 순간들도 많았겠지만 우리는 지금의 자리에 섰다.
남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은 누구보다 내가 인정하고 치켜세울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느낀다.

내 삶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

끝까지 아름답게 살아내야지..

나의 자리를 더 탄탄하게 만드는 건
그런 마음이라는 걸 배운다.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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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의 인사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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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나의 최애 작가
장은진..다른 작품에서 편지, 우산, 인터폰 등으로
나를 홀리더니 이번에는 'ㅁ' (미음) 하나로 내 마음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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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하루 하루를
버티는 살아가는 세주와 동하.
그들의 짧은 연애는 오해와 무지로 끝난다.
그래도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헤어지는' 이별을 한 두 사람..

어느 날 냉장고 속에 채워진 책들과 화분을 동하의 집에 남기고 세주는 사라지고 동하는 세주의 안부가 궁금하다.
세주가 던지고 간 책을 마음 깊이 새기며 읽고
세주의 화분을 정성껏 돌보고
세주의 메모에 남은 'ㅁ'을 궁금해하며
동하의 일상은 계속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ㅁ'으로 세주와 동하는 다시 연결된다.

******

세주의 'ㅁ'은 무엇을 쓰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그 'ㅁ'을 보며 정말 뜬금없이 맥락없이
'마데카솔'이 생각났다.
이런...마데카솔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불쑥 불쑥 비집고 나오는 단어.

'ㅁ'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주고 받으며
두 사람은 서로의 일상 속에서 다시 만나고
동하는 세주의 책과 문샤인 산세베리아, 세주 어린 시절의 사진을 통해
세주는 동하의 알람 시계와 천장의 남십자성 야광별과 고등학교 졸업 사진을 통해

그들의 어린 시절의 상처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오해는 이해로 바뀌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햇빛이 반 밖에 들지 않는 반지하방.
꽃을 피운 문샤인 산세베리아만 덩그러니 놓인
황량한 방. 벽에 나란히 기대 앉은 두 사람.
나직한 말소리.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미묘한 찰나의 빛과 소리와 햇살..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다.

#미래의세주와동하달라진시간속에서찬란하길.
#모든시간이그대들의것그힘을믿기를.
#마음의빚과상처를내려놓고이곳에서다시시작하기를.
#마데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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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다 읽고 나니 마데카솔이 전혀 뜬금없는 단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 술, 식물, 캠핑, 어두운 밤 빛을 밝힌 창문들,
무엇보다 세주와 동하의 마음이 서로의 상처를 덮어주고 새살이 솔솔 돋을 수 있도록 치유해주는
마데카솔 같았으니까.

흉터가 남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 피 흘리고
아프지 않게 끈적하고 따뜻한 온기로 덮어준 서로의 마음은 그 두 사람에게 마데카솔이었으니까.

문샤인의 달빛 꽃처럼
반지하 방에 조용히 내려 앉는 한 줄기 빛처럼
그렇게 마음에 스며드는 책.

당신의 'ㅁ'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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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 노르웨이부터 아이슬란드까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북유럽 동화 32편 드디어 시리즈 6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 지음, 카이 닐센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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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전래동화..

북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선한 이들이 악한 사람들의 계략에 빠져 위기는 겪지만 조력자의 도움으로 지혜롭게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

세 아이를 키우며 우리 나라 전래 동화와 세계 명작 을 많이 읽어 주었다.
북유럽의 동화이지만 우리 나라 전래 동화와 비슷한 내용들도 많아 친근하게 다가온다.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먼 공간을 뛰어 넘어 비슷하게 전개되는 걸 보면 인간의 사유와 희망은 시공간을 넘어 대충 비슷하구나 싶다.

선한 이들이 행복하기를.
어려운 고난도 누구가의 도움을 받고 용기있게 헤쳐나가면 다 해결된다는 믿음.
주인공에게 중요한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려는 꺾이지 않는 마음.
결국 나쁜 마음은 성공할 수 없으니 악을 버리고
선함을 택할 것.

나이 50에 다시 읽는 동화는 또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
초3 막둥이.. 이제 줄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한 편씩 혼자서 읽으며 줄글 읽기 연습하기에 부담이 없을 듯 하다.
내용은 쉽고 재밌고 친숙하지만 그림이 없는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도 충분할 듯.

세상살이에 찌들어 마음이 나약할 때
작은 승리를 거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을 얻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녀, 트롤, 아름다운 성과 백마와 공주, 왕자
아름다운 북유럽 감성의 신비로운 이야기.

아이와 함께 읽기도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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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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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김밥이 무척 먹음직스럽다.
리뷰를 쓰려고 책을 다시 뒤적이다가 문득
'김밥 천국 이야기인데 김밥천국에 다녀와야지!'
싶어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작정하고 들러
김밥을 한 줄 샀다.
김밥을 먹으며 다시 책을 훑어본다.

김밥천국 예찬서는 아니고 분식 예찬도 아니다.
처음 책을 받고 차례만 봤을 때는 분식 러버의
김밥천국 메뉴 탐방기 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분식보다 더 녹진하고 삶의 풍미가
가득한 인생과 일상에 대한 얘기였다.

"세상에는 그저 희미한 배경처럼 취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P.9)

첫 문장부터 홀린 듯 읽다가.. 웃다가 울다가..
너무 좋은 문장들.. 위로의 말과 희망의 다짐..
' 그래도 김밥천국이 있구나!' 라는 안도 속에서
오래 오래 머물며 탐독했다.

'어제보다 무엇 하나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오늘을 또 열심히 살아내는 그들.

학습지 방문 교사, 시청 공무원, 베트남 이주 여성,
죽음을 앞둔 세무사, 두 얼굴의 사수, 임신한 직장 여성 등 김밥천국의 메뉴만큼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녹여내며 그만큼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

삶이 허기질 때, 나의 삶이 버겁고 힘들어서
누군가가 날 좀 위로해주면 좋겠다 싶은
그런 순간에 이 책은 정말 큰 위로가 된다.

고급스럽진 않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따뜻하고 맛있는 '남이 해 주는 음식'의 위로가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고단함을 떨치고 다시금 나아가게 한다.

평범한 일상 속 고단함과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하고 맛있는 책!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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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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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키득거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무언가 마음에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이 마음은 뭘까? 생각하며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다시 읽기 시작했다.

소설 쓰는 일을 운명처럼 믿고 큰 꿈을 그리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온갖 종류의 부업들을 전전하는 프로 부업러에게 소설쓰기는 본업인가, 그것도 부업인가 헷갈리기 시작하고..

그 자체로 생명이 있는 듯 살아서 통통 튀는
생동감 있는 문체와 현실 고증의 날 것 그대로인 유머와 해학은 그대로 유쾌하다.

생계와 육아를 위해 온갖 일들을 해 내는 서민들의 애환과 애달픈 일상을 말빨 좋은 옆집 아저씨에게 듣는 것처럼 웃으며 때론 슬프게 공감하면서 애달파하며 읽게 된다.

주어진 것 없는 고달픈 일상사를 비극인듯 희극인듯 적절하게 오르고 내리는 작가의 솜씨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발문에 소개 된 것처럼 이것은 에세이인가 소설인가 궁금해진다.
허나 작가가 소설이라고 했으니 믿을 수 밖에..

그러나 서울 어딘가에 소설 속 오한기가 살고 있다고 믿고 싶고 그를 만나 수박바나 빵빠레를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 많은 부업들 중에 가장 괜찮은 건 무엇인지..
쓰고자 구상하는 소설은 잘 되고 있는지..
선하고 긍정적인 아내 진진과 몽상가 딸 주동은 잘 지내는지..
주차비는 여전히 그렇게 아까운지..
성남의 도마뱀들은 다 어떻게 되었는지...

어딘가에서 반드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서민 가족 육아 생계 일상 시트콤!!
세상살이의 고충과 애환이라는 진중함을
바닥에 깔고 짐짓 가벼운 듯 유쾌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작가님의 "인생이 좋은 방향으로 술술 풀릴 것이고" 작가님은 "곧 억만장자가 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갓 구운 마들렌을 사 먹을 수 있게" 되기를!

작가 오한기의 발견..또 이렇게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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