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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헌혈 ㅣ 이야기강 시리즈 12
정광민 지음, 도휘경 그림 / 북극곰 / 2024년 12월
평점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단, 믿고 보는 북극곰 출판사 책이다.
게다가 표지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다. 특히, 앞표지와 뒷표지 색상 설정 때문에 더 강력한 느낌이 든다.
앞표지는 책 제목을 그대로 표현했다. <이상한 헌혈>을 하는 장면을 진짜 혈색으로 해놔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딱 좋다.
그리고 뒷표지는 책내용에서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로 변신한 주인공 용기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번에는 파란색이기 때문에 피를 표현한 빨간색과 대비되어 헌혈과 어떤 대비되는 구조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120쪽이 안되는 짧은 책이기 때문에 초등 아이들이 만만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두께인데,
그 짧은 내용 속에 엄청나게 생각할 거리들이 있으며, 상당히 심오하면서 생각지 못한 반전까지 기다리고 있기에 초등 이상 청소년들이 읽어도 충분하다.
알고보니 이 책을 쓴 정광민 작가는 심리학 전공이라고 한다. 심리학 전공자가 들려주는 심오한 인간의 심리 이야기 기대가 되지 않는가.
용기는 휴대폰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아이템을 사려고 헌혈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아직 초등학생이라 헌혈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에 풀이 죽은 것도 잠시,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감정헌혈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장기는 필요 없고, 감정이면 충분해요. 흔히들 감정을 머리로 느끼는 줄 알지만, 감정은 온몸을 돌며 피를 물들여요. 우리는 그 피가 필요해요. 예를 들면 슬픔의 피, 기쁨의 피를 채취하는 거죠. 단, 감정 헌혈을 하면 얼마 동안은 그 감정을 느낄 수 없어요. 그것 말고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괜찮죠?"
그렇게 해서 용기는 감정헌혈을 하게 되고, 용기가 헌혈하게 된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 수혈되게 된다.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진행이 되게 되는데)
용기는 감정헌혈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분노했던 감정, 슬퍼했던 감정 등을 떠올리며 그때 느낀 기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며 돌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용기의 감정을 수혈받은 사람은 아마도 그 상황에서 느껴야 할 자기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감정수혈을 통해 자신이 느꼈어야할 타당한 감정들을 인정하고 찾게 된다.
분노할 일이 있다면 분노해야 하는 것이고,
긴장해야 할 일이 있다면 긴장해야 할 것이고,
슬퍼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슬퍼하고 넘어가는것이 마땅하다.
고마운 감정, 기쁜 감정, 설레는 감정 만 느끼면서 사는 것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그런 긍정적인 감정들만 느끼고 살게 된다면 그또한 경거망동한 세상이 될지어니.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느끼는 나의 감정이 결코 헛되지 않으니, 모든 감정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쉽게 말해 디즈니 <인사이드 아웃>에서 라일리를 위해 기쁨이가 슬픔이를 꽁꽁 묶어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듯이, <이상한 헌혈>에서는 주인공 용기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이 자신이 느끼는 여러 감정을 깨닫게 된다.
"음식을 많이 먹어서 속이 꽉 차면 답답하고 배가 아프죠? 감정도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누르면 마음속에 가득 쌓여요. 감정 치료는 무겁고 답답한 마음을 후련하게 해 주는 거예요."
"할머니가 슬픈건 할아버지랑 울고 웃던 모든 시간 때문이잖아. 슬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건 뭘까? 할아버지와 있었던 기억을 지우는 거지. 기억하지 못하면 슬프지도 않을 테니."
첫부분만 읽었을 때는 사실 또 매번 보아오던 마치 <전천당> 같은 책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을 한없이 늘릴 수도 있겠다는 것.
짧은 단편소설 정도의 분량 게다가 어린이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 쓰여있지 않은 다른 것들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 독자 또한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 속 구석구석을 상상하며 즐겁게 읽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