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의 기술 - 제2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평점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번이나 읽어보려 했지만, 항상 실패를 거듭했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책방에 갈때마다 눈에 띄는 책 중 하나인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이번에는 리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진득하게 읽게 되어 오히려 좋아.
그런데 또다시 읽으려고 도전했던 알랭 드 보통의 글은 뭔가 어렵게 느껴졌다.
마치 얼마전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의 첫 부분처럼 한두번 읽어서는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그야말로 종이에 적힌 글자만 읽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그래서 마음을 아주 다잡고 제대로 집중해서 한글자 한글자 유심히 읽어보았다. 그랬더니 이제 드디어 그토록 궁금했던 알랭 드 보통 이라는 작가의 세계가 나에게 펼쳐졌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여행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여행 에세이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읽어왔던 여행 에세이와는 많이 다르다.
그동안 읽은 여행 에세이는 본인들이 한 여행에 대해 독자에게 이야기해주는 (척하면서 뭔가 자랑하는 것 같아서 그닥 공감하고 싶지 않아 잘 읽지 않는다 ㅋㅋ) 것이었고, (여행가서 사진 찍느라 반나절은 보냈을 것 같은) 멋진 사진들이 실려있으며, 상당히 힙한 곳 (그곳에 여행해서 거기 안들리면 루저가 된것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에서 음식을 먹고 등등 뭐 그런 식인데..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는 여행은 거둘뿐 인생의 진리를 찾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하튼, 알랭 드 보통은 아주 지적이고, 냉소적으로 웃기는 사람이었다.
책 구성을 보면 매 챕터마다 안내자가 있는데, 챕터에 딱 어우러지며 여행에 대한 생각과 함께 마치 그 안내자들이 현재 내 옆동네 사는 사람인 것처럼 친숙하게 그들의 마음가짐(?)을 묘사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안내자들이 웬만큼 지적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람들이며 / 그만큼 어려운 사람들인데 이렇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유머 덕분일 것이다.
첫 챕터 출발 에서 첫번째 이야기 / 기대에 관하여 에서 알랭 드 보통은 광고지 한 장에 마음을 빼앗겨 바베이도스 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는 위스망스 라는 작가가 1884년에 쓴 <거꾸로> 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그 작품의 주인공 데제생트 공작은 아주 퇴폐적이고 염세적인 사람으로, 사람들이 추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하여 그들을 피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런던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하인들에게 짐을 싸라고 한뒤 일단 파리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런던으로 출발 전 <런던 안내>라는 책을 통해 런던의 볼거리를 읽으며 기대를 하게 되는데.. 기차시간이 막상 다가오자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을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 ㅋㅋ 그는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직접 다닐 필요가 있겠어 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집을 떠나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제목 <여행의 기술>처럼 여행에 있어서 데제생트와 접목된 여행의 기술에 대해 논하고 있다. 본인도 여행하며 현실적인 상황들에 놓이며 피곤해지고, 결국 상상력의 자극을 받는 여행이 최고라는 결론에 이른다.
너무 지적이고 너무 웃기지 않는가.
목차를 보고 깜놀해서 역시나 수준이 높아보인다고 해서 읽지도 않고 멀리하지 않기를.
그래야 이렇게 알고보니 만만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아직 첫챕터 밖에 읽지 않고 리뷰를 쓴다.
이책을 단시간에 다 읽어 버리는 것은, 맛있다고 1년치 간식을 다 먹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읽어 버리지 않고, 읽어 주워담는 책이다.
알랭 드 보통... 보통이 아닌 작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