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작가의 자서전적 가족소설이다. 남부군 출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생전에 아버지가 살아온 업적?이 생생히 전달된다. 마을일에 온갖 오지랖을 선보이며 정말 없어서는 안될 일꾼이었다. 아쉬운 소리를 대변하고 주장해야 할 요구를 그가 추진해왔다. 오늘에서 과거 빨치산이라는 멍애를 생활세계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삶에서 어떤 모범을 보이느냐가 어쩌면 진리를 판별할 기준인 것이다.
얼마나 오랫만에 조성기의 소설을 보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 소설은 역사에 묻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재규라는 한 인간티 참회하듯 사형일테 갖는 회고록이다. 유신독재를 끝내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어느덧 중정 부장의 뇌리에 스며들고 그 부하들과 함께 역사는 만들어졌다. 이 책은 너무나 자세히 박정희를 보여주고 해방전후 한국 정치군인의 속살을 깊이 꺼내 보여준다.
어린이날을 맞아 보수동 책방골목 어린이도서관에서 의미있는 책을 손에 들었다. 어마어마한 제목, 어린이라는 세계, 거창한 제목을 넘겨 들어다본 각 꼭지마다 어린이들이 가진 속성과 그들의 목소리가 파릇파릇 담겨있다. 해맑아지는 느낌, 김소영 작가의 편집자이면서 독서교실을 한 경험들이 이면에 자리한 어린이의 세계를 잘 길어올린 것이다.
정유정 작가의 글 중에 무섭지 않은 유일한 책이 아닌가싶다. 교통사고로 이진이의 영혼이 콩고에서 온 보노보 지니의 몸으로 들어가서 사흘간 존재한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이다. 스릴러가 아니지만 긴박함이 있고 긴장에 따른 흥미진진이 따른다. 백수 김민주가 다정한 그녀인 침팬지 사육사 이진이를 만나고 사고 당한 이진이의 영혼이 깃든 지니와 함께 하면서 전개되는 휴머니즘적 이야기가 신비롭다.
작가 정찬의 소설 골짜기에 잠든 자에 이어 “슬픔의 힘을 믿는다”를 읽었다. 정희진의 말처럼 ‘줄거리의 소비’ 보다 ‘생각하는 노동’을 요구받는다. 그런데 웬지 미세한 음성을 쫓아 소리를 줄이며 몰입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 정갈하게 정리한 이야기, 양심의 목소리에 침잠하게 한다. 왜 우리 사회가 이러할까, 분단과 반공의 이데올로기, 상식과 인정된 역사적 진실마저 부정하는 주류의 비열함 등이 정연하게 언어로서 부각된다. 슬픔의 힘은 어느덧 거대한 쓰나미처럼 말끔하게 정화하는 힘으로 나타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