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맺힌 실화들을 이문영 기자가 각 사연의 풀이에 맞게 소개하고 있다. 삼성서비스지회 비정규직의 처절한 삶의 모습, 알바 청년들이 탐욕의 끝까지 내몰리는 현장, 폐광과 철거지역에서 갈 곳 없이 버티는 사람들,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몰염치와 미성숙에 더해진 악마성 등이 도드라지게 표현된다. 그리고 있어선 안 되었던 세월호 참사의 2014년 4월 16일 현재 시각의 국가기관에 살려달라고 요청하는 기록이 소름돋게 전해진다. 한의 역사는 위로받고 치유되어야한다.
김봉곤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이성애를 서술하고 있다면 김봉곤은 동성애를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뿐이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름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는 또다른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제목처럼 시간이 흐름을 따라 연애사가 전개되는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청년의 감성으로 작가적 취향으로 데이트장소나 여정의 느낌도 조금은 더 섬세하고 삶의 내면을 찾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는 일은 역시나 득도의 과정인 것 같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 조정진씨의 삶이 서술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일, 경비업무가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아파트 경비하는 분의 노동의 가치가 참으로 가사노동처럼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것임을 느낀다. 또한 그 노동의 강도가 대가에 비해 너무 과중해지고 있음도 실감하게 되었다. 일고의 배려도 존중도 없이 차갑게 진행되는 임계장들의 노동에 이 책을 통한 정서적 공감과 경제적 지원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한편으로 60대 노인빈곤의 문제가 더 빠른 속도로 개선되어 노동의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숨통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의료사회학자 아서 프랭크의 첫번째 책이다. 아픈 몸을 살다, 저자는 심장마비를 한차례 겪고 고환암을 경험하며 환자로서 느꼈던 일상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자신이 과거 익숙하게 알던 객관적인 사실들은 병원에 들어와서 투병중에 의사와 간호사를 만나며 의료인의 메마른 중립적 언사를 소외로 느낀다. 아내 캐시가 행한 돌봄에서 함께 한다는 것, 가만히 바라봐 준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치료가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감사와 관계의 소중함을 얘기한다. 결국 암을 이겨내면서 자신이 선택받듯 복을 받았다기 보다, 덤덤하게 진행된 삶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 비해 살고 있으니 덤으로 받은 삶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인생의 경지를 보여준다.
문부일의 단편 소설집이다. 청소년 시기 주인공들이 아직은 다 알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불안과 긴장을 보여준다. 알바현장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와 이해관계를 알기쉽게 보여준다. 가족해체 가정에서 새롭게 꾸려지는 가정 또는 한부모 가족의 삶을 진솔하고도 희망적으로 엮고 있다. 또한 미약한 판단 속에 끝없는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절망하는 모습도 여과없이 전달된다. 우리사회의 청소년들이 긍정의 힘으로 각종 문제들을 슬기롭게 헤쳐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