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안위만 생각하며 왕자의 무게를 무시했던 쫄보이자 이기적이던 이강이 신분이 다른 타인과의 관계맺음과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시련을 그대로 맞으면서 성장해나가는 입체적인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인상깊었어요. 이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조선의 모습과 상황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미국이었어요. 근대 이전의 사건들에 대해 뉘앙스와 개요만 언급하셔서 지루함보다는 어떤 사건인지 궁금증으로 유발하여 공부하며 읽었어요. 일본의 만행이나 조선 상황에 대해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언급하기에 감정이입이 되고 흐름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어요. 제가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후속편을 기대하며 읽어낼 수 있게 만든 요소였어요. 의친왕 이강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나도 변할 수 있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접하게 되는 환경 안에서, 만나는 사람을 통해,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시련과 고난을 맞게 되는데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그동안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면 어제의 나보다, 1년 전 나보다, 과거의 나보다 멋지게 성장하는 내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어요. 그리고 나의 오점을 가리기보다는 당당히 드러내고 성장의 계기로 활용하자는 결심하게 도와주었어요. 이강의 오점이 되는 사건들을 읽을 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깨달음이 큰 책이라는 점에 위안을 삼았어요.
책을 읽어내려가며시한부를 선고 받는다면...특별한 무언가를 해 내거나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을 무언가를 찾아서 행동할 거라는 그동안의 환상이 와르르 무너졌어요.[특별한], [미련], [후회]는죽기 직전의..그러니깐 미래의 나에 맞춰진 단어들이더라고요.현재 아픈 내게는 무의미한 질문과 생각이었어요.시한부를 선고받아도 현재의 삶은 계속 되고내 가족과 주변은 계속 흐른다는 걸전혀 생각하지 않은 망상적 사고였어요.어떤 상황 속에서도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용기를 내고 도전함으로써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해하기보다는괜찮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주변과의 약속을 지켜내며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지금, 여기(NOW & HERE) 존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행복을 미래로 미루던 제게"나라면"이라는 질문들을 던지며책 속 그녀와 같은 상황 속에 머물게 만들었어요."나중에"라는 순간이 존재하지 않은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정신이 번쩍 들었어요.그리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자는 다짐도 했어요.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행복과 사랑에 대해 나중에라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만드는 고마운 책이었어요.그리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마음과 달리 잘 풀리지 않아 힘든 시간을 겪는 나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어요.
그동안 알았던 단어들을 재해석하고 깊이 있게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어요. 심리학을 전공하며 가장 기본이 되지만 어려웠던 "경청"과 "공감" 개념을 글자로만 이해하고 머리로만 받아들였기에 실천할 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경청은 귀를 내어주고 그의 말을 해석하고 거기에 말과 말 사이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어요. 수많은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었음에도 이제야 제대로 알았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지금이라도 알 수 있어 감사했어요. 책을 읽을수록 인간관계로 인해 상처 받고 힘들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나의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누군가에게 나 또한 상처를 주고 힘들게 했기에.. 나의 말이 부메랑처럼 다시 나에게 돌아왔던 것이었어요. 나만 상처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어릴 때 말하기를 좋아하고 굉장히 수다스러웠던 저는 나이들수록 말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침묵만이 나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침묵이 금인 것은 맞지만 침묵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작정 침묵을 깨는 것보다, 무작정 침묵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타인의 상태에 맞게 말을 할 때처럼 침묵도 주변에 대해 귀를 기울여서 해야 한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동안 제가 말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잘못 사용하고 잘못 생각했기에 관계 맺음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어 감사해요. 여러 번 음미하여 나, 타인, 세상과 관계를 다시 잇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