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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있나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2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평점 :
잘 먹고 있나요? 이건 정말 평범하면서도 당연한 물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잘 먹고 있나요? 라고 물어본다는 것은 그냥 정말 잘 먹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밥을 꼬박꼬박 세끼 다 먹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 표지에 보면 그림 옆에 작고 흐릿하게 글이 써져 있다.
식구라는 건,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엄
마가 살아 있을 때, 왜 셋이 함께 마주 앉아 법 먹을
시간이 없었을까?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각자 따
로 밥을 먹었다.
이 글을 읽어봐도 아, 잘 먹고 있냐고 물어보는 것은 그냥 사실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너는 지금 어떠한지 방황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하여 던지는 물음인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 재규와 재연은 어느 한 지점에서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돌아가신 이 휘몰아치는 시점에서. 재규는 떠난 엄마를 간직하지 않고 남은 엄마의 자취를 점차 없애고 자신만의 식당을 만들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누나 재연이 이해가지 않는다. 또, 누나 재연은 자꾸 엄마의 그늘 아래에 갇혀 자신의 진정한 꿈과 삶이 무엇인지 방황하고 있는 동생 재규가 이해가지 않는다. 나는 그 누구를 이해할 수 없다고는 못 한다고 생각한다. 누나 재연은 자신 나름대로 집안의 가장이므로 동생 재규를 이끌기 위해 자신이 본보기가 되어 새롭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또 동생 재규는 그 전의 모습들을 되돌아보며 왜 엄마와 이걸 더 하지 못하고 해주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지금이나마 엄마의 자취를 찾고 간직하고 싶었을 것이다.
" 왜 억지로 하고 있어? 어차피 엄마도 없는 이 마당에, 너 미술 그만두고 싶은데 엄마 때문에 못 그만둔 거잖아.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본문 54쪽 중에서)
누나 재연의 한마디. 나를 비롯한 청소년들, 특히 수험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는 19살 학생들. 과연 우리는 내가 진정으로 꿈꾸는 것을 목표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부모님의 요구대로 하라는대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는 정말 하고 싶은 꿈은 있지만 부모님의 바램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혀 나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눈 앞에 있지는 않은가? 정말 큰 고민은 이 벽이 너무 커 내가 무얼 하고 싶고 막막한 상황인 것이다.
"식당에 손님은 점점 줄어들고, 내가 만든 요리도 맛이 없고....... 재규야, 나 정말 잘하고 싶었어. 엄마 식당, 잘 운영해서 너 대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키고 다 하려고 했어. 엄마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랬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미치겠어." (본문 186쪽 중에서)
잘 먹고 있나요? 에 대한 물음은 동생 재규가 누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진정한 길을 찾아갈 때, 누나 재연이 동생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고 엄마를 향한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자신들은 엄마와 함께 하고 있고 옆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그러면서 내가 하겠다는 진정한 꿈의 길을 찾았을 때 우리는 잘 먹고 있다. 그리고, 잘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가 잘 먹고 있냐고 물어볼 때 아무 의미 없이가 아닌 당당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