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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의 들꽃 - 삶이 그러하여도 잠시 아늑하여라
김태석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평점 :
간만에 읽기 정말 편하고, 가슴 속으로 깊이 녹아드는 시집이었다.
살다 보면 힘든 상황은 반드시 마주한다. 아니, 사실 항상 힘들지만 때때로 맞이하는 행복한 상황들로 힘들고 지치는 일들을 잠깐씩 잊으며 버티고, 그렇게 얻은 기력으로 다시 고통 속으로 제 발로 뛰어든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는 항상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간다.
"외로움 때문에
괴로움을 곁에 둔다는 것은 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아무리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고, 세상의 순리를 이해하려 해도 마음 자체가 너덜너덜해지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 일상을 벗어나 자유로운 순간을 맞이해도 마음이 하루아침에 깨끗하게 낫는 것이 아니니까.
이 시는 그런, 마음 깊이 무거운 피로와 아픔을 지니고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시다. 표지 속 꽃밭처럼, 책 안에 담겨 있는 시들은 우리가 딱딱하고 차가운 일상을 잊고 포근하고 안정감이 드는 힐링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독자들을 품는다.
"어설픈 매듭은 풀리기 십상이고
풀린 끈은 밟히기 마련이다"
일상적인 문체로 말을 전하는 시의 매력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고, 이와 함께 어우러진 감성적인 사진들은 시와 예술적으로 어우러져 마치 사진 속 풍경의 공기가 피부에 닿고, 풍경의 냄새가 콧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까지도 전해준다.
빨리 읽으려 한다면 순식간에 읽을 수 있고, 시와 사진의 풍미가 마음에 들어 천천히 음미하려 한다면 하루 종일도 곱씹어가며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고작 책 한 권의 가격으로 내일을,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일상을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발밑의 들꽃'과 같은 책들의 장점이자 매력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