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저마다의 글 쓰는 스타일과 글 속 등장인물들의 말투, 세상에 대한 관점 등등 모든 것에서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나 싶은 놀라움이 생겼다. 작가가 등장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 자신이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는 것이라는데, 그런 작가들을 한 데 모아놓으니 고요한 방 안에서 읽는 단편소설집임에도 정말 시끌시끌한 토론장처럼 느껴진다. 홀연히 사라진 아부지와 아부지를 찾기 위한 단서로 덩그러니 남은 아부지 차의 이야기. 항상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습관 탓에 미각을 잃어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셔벗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목숨을 걸고 행복에 대한 갈피를 찾는 악마와 청년의 내기. 온라인 소개팅 앱을 만들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인연'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는 사업가의 이야기 등등. 일상적인 소재를 창의적으로 표현한 이야기부터 정말 치밀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SF 디스토피아 세계관까지. 딱 '네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준비해 봤어'라고 말하는 듯한 소설집이었다. 거칠고 솔직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만큼 '이것만큼은 꼭 이야기하고 싶다'하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었기에, 책을 읽고 나면 정말 깊이 공감하고 머릿속에 맴도는 글이 하나쯤은 꼭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