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72악마를 봉인하다
Puri Choi / 유페이퍼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알, 가미긴, 마르바스, 바르바토스, 아스타로트, 아스모데우스, 단탈리온, 벨리알 등등. 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컨텐츠 속에서 한번 쯤은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이들은 솔로몬의 72악마에서 따온 이름들이며 여러 컨텐츠에서 악마의 캐릭터가 나온다면 높은 확률로 이 72악마의 이름을 빌려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번 [72악마를 봉인하다]는 이 72악마의 근원이 되는 솔로몬 왕이 악마를 봉인한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

주인공은 그저 '청년'으로 소개된다. 72악마들을 봉인하기 위해 유혹과 논리적인, 그리고 신과 신앙에 대한 의심의 씨앗이 숨겨진 악마들의 소음에 맞서고, 이겨낸다. 아무래도 나도 무신론자인 만큼 악마들의 유혹을 이겨내는 청년의 신앙심이 담긴 말은 곧바로 와닿기 어려웠으나 이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 더 근원적인, 근본적인 것이 무엇인가 곱씹으며 읽어보면 청년이 삶을 복잡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유혹들을 어떻게 떨쳐낼 수 있는지 가닥이 잡힌다.

가만히 책을 읽다 보면 악마들의 유혹 내용에 위화감이 든다. 그들이 제시하는 것과 그 대가로 인간들에게서 빼앗아가는 가치들. 그것은 하나하나 정말 소중한 가치이지만 지금 어딘가 공허하고 우울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서는 이미 찾아볼 수 없는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당신은 어떤 악마에게, 어떤 유혹을 받아 무엇을 빼앗겼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세 이전 놓치면 평생 아쉬운 미술 공부
이유미 지음 / 좋은땅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창의적'으로 해보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 학교에서는 창의력은 커녕 항상 시키는대로 공부하도록 그렇게 긴 기간동안 교육이자 세뇌를 시켜놓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다 잃은 이제서야 대뜸 창의적으로 하고, 내 소신대로 살라니. 심지어 어떻게 하는 건지, 그게 어떤 것인지 물어보려 해도 막무가내로 노력해보라는 이야기 뿐이었다. 마치 팔다리를 다 잘라놓고 도망가라는 흉악범을 보는 느낌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커요. 그리고 표현이 서툴면 자연스럽게 소통 능력이 떨어지죠. 그래서 9세 이전 시기에는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내며 표현력을 기를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이 없다면 그저 남들이 좋다고 말하면 그대로 따라가고. 주변인이 이렇게 사는게 좋다고 이야기하면 그렇게 살 뿐인, 공허한 기계가 되어버린다. 이 책에서의 '미술 교육'은 아주 간단하다. 지극히 어린 시절 부터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손으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나'에 대해 인지하게 만들고 조금씩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나간다. 이렇게 감각을 기르기 가장 적절한 시기에 다져진 자기 인지와 '감성 체력'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표현하며 이를 위해 참고 버티는 능력까지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다. 


"부모의 바람, 사회적 시선에 아이들을 가두지 마세요.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할 자유를 주세요." 


나는 학창 시절에는 아직 꿈이 없었다. 좋아하는 일도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게임 뿐이었고, 그 외엔 모두 부모님과 선생님,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라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하고 싶은 게 없어도 일단 대학은 가야 하는 그런 삶이었다. 하지만 당시 공부에서도 주변 친구들 중에선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그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목표로 가진 아이들은 열정과 끈기, 심지어 공부 효율에서도 나와 달랐다. 그런 때를 경험한 적이 있는 나로썬 부모가 아무리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많은 것들을 다 해줄 순 없더라도 자신의 꿈과 재능을 알 기회를 줄 수 있다면 그보다 큰 선물이 있을까 싶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책을 쓴 이유미 저자님의 미술 공부는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삶을 살기 위한 입시 공부의 사전단계가 아니라, 자신을 인지하고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본 소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의사 엄마의 완밥 이유식 보감 - 쉽게 만들어 뚝딱 먹이는 건강한 이유식 202
권민진 지음, 민복기.김동진 감수 / 혜지원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육아 콘텐츠들을 보면 아기의 곁에서 항상 보호자가 온 관심을 쏟고 있는다. 아이에게 불편한 건 없는지, 뭔가 필요한지, 무슨 문제는 있지 않은지.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의, 그저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랄 때의 보호자는 대부분의 고민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일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평소 본인이 먹을 때는 별 신경도 쓰지 않던 친환경, 유기농, 무첨가 재료들을 찾고 고기도 평소보다 비싼 무항생제를 찾아 조미료와 첨가물을 최소화해서 부지런히 해보지만, 부모도 부모의 일이 처음이라 매우 서툴고 당황도 하고. 이게 아이에게 맞을지 불안해하기도 한다.

"저와 같은 초보 엄마에게 이유식이 어려운 이유는 아기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이유식 조리법 자체가 성인 요리법과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그런 부모에게 아주 좋은 지침서다. 한의사 어머니가 직접 짜낸 202개의 레시피는 언제부터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하고, 얼마나 먹이면 되는지. 아이가 몇 개월이 되었는지에 따라 어떤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지 상세히 저술되는 것은 기본으로, 각 시기에 맞는 이유식 레시피들도 죽, 수프, 퓌레, 밥, 그리고 부침개와 포타지, 리소토 등 이유식 후기에 적응한 아이를 위한 간식 핑거푸드까지. 오만가지의 이유식 레시피와 아이가 변비와 설사를 할 때 먹일 이유식 레시피까지 따로 정리해 두신 정성에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게 전달됐다.

"이유식은 숟가락 맛이에요.
이유식 그릇보다는 숟가락이 여러 개 있으면 밥태기 극복에 효과적입니다. 아기들은 숟가락 크기, 색깔, 모양, 소재에 따라 먹는 재미를 다르게 느끼기도 한답니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가 있어야 이렇게 많은 레시피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하는 생후 6개월부터 생후 2년까지 이 레시피북만 반복해도 너끈히 아이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당장 이 레시피들을 개량해 자취 요리로만 해도 밥걱정은 없겠다 싶을 정도니까. 그리고 이유식을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 이와 동시에 모유는 어느 정도 양을 먹여야 하는지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아이를 위한 요리를 할 때 어른의 요리에서는 놓치기 쉽지만 아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들까지 상세히 적혀있어 이 한 권의 레시피 북이면 아이의 식생활에 대한 걱정은 모두 털어낼 수 있다.

워낙 레시피가 다채롭고 상세히 적혀 있다 보니 어른인 나도 '이렇게 해 먹으면 맛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레시피에 소금 등 조미료 간만 더해도 얼마든지 만족스럽게 가성비 좋고 깨끗한 집밥을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 고기의 핏물을 씻어내려 물에 헹구면 세균 번식 위험과 철분이 제거된다는 이야기는 성인 대상의 요리에서도 상당히 유용한 지식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역사에 대한 지식은 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얕지만 이에 대한 흥미는 가득하다. 여러 창작물들에서 비춰지는 중세 시대의 모습들이 지금은 사라진 가치들이 당시엔 '당연한 것'으로 있었고 명예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을 비롯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지만 그만큼 낭만적인 면모들도 많았으니까.
조금조금 흥미가 생기면서 나는 역사를 인문학서들을 통해 알아갔다. 세세한 일대기보다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나 <사피엔스>와 같은 책들로 시대별 굵직한 문화와 사상을 아는 방식을 통해 배우니 확실히 역사서를 읽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은 건너뛰고 지식을 쌓을 수 있었지만, 역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문화를 알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이 '알렉시아드'다.

역사서 [알렉시아드]는 동로마 제국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며 어떤 미묘한 권력의 역학이 이를 유지시켰는지, 그리고 200년 너머 이어진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으로 기록된 십자군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시작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이를 결정한 알렉시오스 황제에 대해 그 딸 안나 콤나니가 정말 자세히 기록해놓았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이런 불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취하는 이들은 항상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 이런 자들은 항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지만, 대개 그것마저 실패하기 마련이다."

특히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이 많은 내게 안나 콤나니의 기록이 1100년대 당시의 군사 전략, 경제, 정치 등 다방면을 다뤄냈으며 그녀가 글 속에서 사용한 여러 비유와 설명들에서 한 사람이 이토록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글을 써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역사서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하게 글의 재미를 심어주어 마음에 들었다.

역사는 대개 승자의 이야기로써 기록이 된다. 이 말 처럼 실제 전쟁 기록의 경우 승자가 절대 선이자 정의로 기록되는 경우가 잦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한 편의 이야기만 듣는다면 자칫 왜곡된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어린 아이들의 싸움에도 양 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지 않는가. 이 책은 접하기 힘든 동로마의 역사적 자료로써 관계자들에게 귀한 자료로 대우받고 있는 만큼 이 책은 일반인에게도 관점을 넓히고 역사와 인문학적으로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를 부르는 이들에게
콘딧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가벼운 시집이다.
하지만,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가벼울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시집을 읽은 직후 이렇게 서평을 쓰는 게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번만 읽어봐도 이 시는 책장에 넣어두고 여러 번 읽으면서 그 깊이가 더욱 크게 느껴질 거라 확신이 들기에.

이 시는 작가가 폐쇄 병동에서 썼다고 직접 밝힐 정도로 상당히 무겁고, 우울한 시다. 그리고 한국의 우울증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보여주듯 그렇게 치료를 받고 이겨내 보려 노력한 작가도 아직 해결책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떤 해결책도, 완화 방법조차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깊이 가라앉아 고통받는 그 과정을 시의 언어로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표지와는 다르게 어둡기만 하고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 시는 어떻게 출간 이후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부크크 이 주의 도서 1위를 달성하고 부크크 차트까지 달성할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책 작가의 말에 있던, 이 서평 머리의 인용구에 있다.

"제 유년기에 그런 시를, 그런 소설을, 그런 문학을 원했었던 것처럼, 누군가도 이런 시를 원할 테니까요"

우울증을 포함해 정신질환을 겪어나 삶에 지쳐가는 사람들에겐 고립이 가장 치명적임에도, 이들의 심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누구도 존재하지 않고 접근할 수 없는 깊은 곳으로 숨어들게 만든다. 그런 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우울하고 어두운 시는 어떤 글보다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