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병원에서 시작된다 - 초보 의사가 전하는 고군분투 인턴 생활의 생생한 기록!
김민규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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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소개

 일을 넘어 따뜻한 치유를 하길 원하는 병아리 의사, 인턴의 고군분투 기록


 Review

 우리나라에서 의사에 대한 인식은 정말 좋다. 오죽하면 최근 초등학생 대상의 '의대 준비반'이란 것까지 있다고 SNS에서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니까.

 분명 의사는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도 무척이나 높은 편이다. 지인으로라도 아는 의사 한 명 있으면 괜히 어깨가 솟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의사라고 한들 어떻게 일이 쉽기만 할까. 그 모든 게 의사에 대한 '희망편'의 이야기였다면 이 이야기는 조금 더 '절망편'에 가깝고 현실적인, 번듯한 의사가 되기 위한 병아리 의사, '인턴' 의사의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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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들을 지웠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지금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도 되지 않을 땐 차선을 생각하면 된다. 절대 실패나 포기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내가 여러분께 이야기해 줄 것이 있어서 이 밤에 긴급히 호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내가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 손에 누군가는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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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모두 어떤 일이건 '처음'이 있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미숙하고, 미숙함에서 배워나가며 점차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그 '처음'인 일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면 어떨까? 만일 실수로 사람을 살리지 못했을 때, 골든 타임을 놓쳐 살릴 수 있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미숙한 법이죠. 그럴 수 있죠. 괜찮아요.'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 목숨이 아니라 단지 수술 중 실수를 해서 다시 해야 하는 경우만 되더라도 엄청난 난리가 벌어질 것이다. 바로 이게, '의사'가 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불합리한 부담감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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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은 명함 크기의 반 정도 되는 흰 스티커에 쓰여 있다. 간호사 선생님이 그 스티커를 내게 붙여주며 할 일을 전달해 준다.

"선생님, 3구역 ABGA요! 급해요!"

"선생님 4구역 L-tube irrigation 있어요! 급해요!"

이렇게 모두 급한 검사라고 하면서 스티커를 붙이고는 바쁘게 사라진다. 전부 급하다고 할 때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응급실에는 보통 80명 정도의 환자가 머물러 있다. 여기에서 생기는 모든 인턴의 일은 인턴 2명에게 맡겨진다. 한 사람당 40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 보니 벅찰 수밖에 없다.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끊임없이 일을 하며 팔에 붙여진 스티커를 떼어내도 그 숫자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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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나의 하루는 병원에서 시작된다]에는 이런 모순과 그런 모순을 마주하고도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자 악착같이 버티는 인턴 의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응급실이라는 전쟁터를 제 발로 선택하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느 인턴 의사의 모습은 흔히 보이는 병원들 안에서 '의사'로써 일하는 분들을 다시 보게끔 만든다.


 한편, 진심으로 사람을 위한 의사가 되려는 사람이기에 담긴 고민도 에세이 속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긴급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이지만, 과연 완벽하게 이성만으로 움직이는 의사가, 사람들의 목숨을 가능성과 돈으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의사가 과연 정말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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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흔히들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정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상황에 나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의사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물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돌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 단지 일이 되어버린 사람은 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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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고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생과 사의 경계에서, 어찌 보면 사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지만 그 일이 생사를 구분 짓는 사신과도 같은 일이란 부분에서 이처럼 환자들에게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의 마음은 너무나 아름답고, 동시에 언제 꺾일지 몰라 불안한 한 떨기의 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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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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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소개

 어느 말 많은 변호사의 입을 빌려 카뮈의 인간의 모순과 이중성에 대해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고전 문학


 Review

[페스트]. [이방인]을 쓴 카뮈의 여러 책들 중 어렵다고 소문난 [전락]이지만, 책을 읽기 전과 읽는 동안, 그 사실을 몰랐던 나로써는 '이게 그정돈가?'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따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나서 '남들은 어렵다던데 나는 읽을만 했다'며 으스대기 좋은 책인 것이다.

 물론, 이는 책을 읽는 내가 받아들이는 감상만으로 즐길 경우의 이야기고 여러 평론가, 전문가, 문학계의 분석을 이해하려면 이 역시 어려울 필요가 있다...만. 그건 책을 한 번 읽고 나서 마음에 들면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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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감, 나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데서 오는 기쁨은 인간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전진하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이런 말씀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것을 빼앗아버린다면 인간은 침이나 질질 흘리는 개나 다름없이 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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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어느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며 전개된다. 술을 물처럼 마신건지,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말이 많은 이 사람. 하지만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에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이 심겨져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로 자신의 일에 아주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는 자신의 자부심이 단순히 '정의'로운 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자비를, 적선을 베푸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 뭇 '사람'이란 누군가에게 섬김을 받거나 타인을 지배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며, 이는 공기로 숨을 쉬듯 당연한 것이라 읊는다. 이 대목에서, 책을 읽는 나는 현대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이끄는(지배) 사업가, 사람들의 관심(섬김)을 받는 인플루언서와 정치인 등이 자연스레 연상되며, 이 변호사가 지배받고 타인을 섬기는 이들은 노예이지만 노예라 불리지 않는 사람들이라 칭하는 모습에 뇌리에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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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이란 건, 가급적 미소 지으면서 해주는 복종이란 건 그러므로 불가피한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걸 노골적으로 인정해서는 안 되죠. 하는 수 없이 노예를 부릴 수밖에 없는 사람의 경우라면 노예를 자유인이라고 지칭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우선은 원칙상 그러는 편이 좋고 그 다음은 노예가 절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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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이 아주 많은 변호사는 이런 안목을 통해 엿볼 수 있듯 '인간'에 대한 아주 깊은 이해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그가 지치지 않고 떠벌거리는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세상의 이면을 비추고 있으며, 그의 모든 것을 까발리는 안목은 자부심이 충만하고, 줄곧 삶이 행복하다 느끼던 그 자신조차 분쇄하여 파헤친다.


 모든 현대인이 심판하는 자이며, 심판이 예정되어 있는 사람들이란 사실과 그들의 위선, 죄의식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은 읽는 이의 속을 뻥 뚫어줄 뿐 아니라 당장 사회의 가장 큰, 핵심 문제점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어쩌면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듯한 기분마저 드는 이 변호사이자, 자칭 재판관이며 참회자인 그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중성과 모순에 대해, 이기성과 부조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나 즐거운 대화의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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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언어발달 - 아기발달전문가 김수연 박사의 영유아기 언어발달 노하우
김수연 지음 / 삼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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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소개
 영유아기 아이의 언어발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육아법, 그리고 잘 발달하고 있는지 검사까지 담겨있는 언어발달 중심 육아서

Review
 '아기가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주면 참 좋을 텐데'
 무언가 불편한 아기가 끊임없이 울고만 있는 소리를 매일 듣는 부모는 정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죽하면 아기가 잠들어있는데도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 환청을 듣기도 하는 정도로.

 그리고 아기가 자라 간단한 단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때에도, 부모가 기대하는 원활한 소통은 어렵고 여전히 고집부리고, 울고, 말썽을 피우며 계속 혼을 쏙 뽑아먹는다.

 게다가 무작정 아이가 알아서 언어 발달이 잘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 아이가 말을 제때 못 떼면 어쩌지', '아이가 소통에 문제가 있는 거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아이를 보살피기도 바쁜 부모에겐 이와 같은 걱정까지 어깨를 짓누른다.

 이 책 [우리 아이 언어 발달]은, 이런 고민을 하는 초보 부모들을 위한 아기 발달 전문가 김수연 박사의 '영유아기 언어 발달'에 대한 모든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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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는 우리에게 표정과 몸짓, 소리의 변화로 말을 걸어옵니다.
따라서 부모도 표정과 목소리 톤의 변화를 주어 아이와 소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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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그들의 몸짓, 표정, 소리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지 알아본다. 이런 비언어적 표현은 사람도 포함해 모든 동물이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것들이니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이해를 할 수 있다.

 이는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영유아기 아기에게도 동일하다. 아기가 똑같이 울기만 하는 것 같지만, 어떤 행동을 함께 보이느냐에 따라 어떤 감정이 들어 우는지 알 수 있고 아이를 달래기 위해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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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신호 - 눈이 커지며 양육자를 빤히 쳐다본다, 미소를 짓는다, 손이 공을 쥔 듯 펴진다, 옹알이를 한다 등
불편하다는 신호 - 칭얼거린다, 딸꾹질을 한다, 입을 오물거린다, 시선을 피한다, 발차기를 한다, 손을 입에 넣는다, 배에 손을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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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책에서는 아이의 개월 수에 따라 아이의 언어 이해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 자가검사지와 언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놀이를 포함한 부록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객관적인 지표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교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눈에 띈 부분은 부모가 아기가 귀엽다며 볼을 꼬집거나, 간지럽히는 행위를 하면 아기가 부모가 사랑해 주는 느낌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받아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었다. 꼭 꼬집고 간지럽히는 게 아니더라도 심심찮게 보이는 실수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기본 지식이라 여겨졌다.

 이처럼 언어 발달부터, 어떻게 해야 아이가 잘 자라날 수 있는지 육아 정보까지 담긴 책 [우리 아이 언어 발달]은 육아라는 머나먼 여행에 들어서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기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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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경제학의 12 질문
이대규 지음 / 지식노마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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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소개

 '상식'을 당연하다는 듯 벗어나는 현실 속 여러 경제 딜레마, 역설들을 소개하며 교과서 속 지식을 넘어 현실의 경제를 꿰뚫어볼 수 있는 경제적 안목을 키우는 경제 중급자용 도서.


Review

 주제 선정부터 해서 책이 담고 있는 지식의 높은 품질, 글의 짜임새와 읽는 데 부담이 가지 않는 매끄러운 문장감까지 어느 것 하나 모난 점 없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의 메인 제목은 '경제학의 12질문'이지만 나는 그보다 앞에 붙은 '세상을 이해하는' 이란 수식어에 초점을 두는 걸 추천한다.


우리가 먼 옛날 직접 사냥을 하며 자급자족하거나 물물교환을 하던 시대의 사회, 혹은 미래의 더 이상 지금의 재화와 같다고 볼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나지 못한 21세기의 '현대인'인 이상 경제와 떨어져서 살 수는 없다. 경제에 대해 안다는 건, 그 역량만큼 세상의 물살을 맞으며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살 수도 있고 흐름 위를 유영하고, 때론 역행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아빠'를 통해 의무교육 이상의 경제를 접했다. 당시 그 책을 읽으며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이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은 진짜 무지렁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세상을 이해하는 경제학의 12 질문]을 통해 이제 경제활동도 하면서 투자, 임대료, 대출, 세금까지 이해하고 판단하는 내가 여전히 무지렁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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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제 행위가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에 기반을 두지만, 이와 더불어 불확실한 상황이 일상인 현실에서 야성적 충동의 영향도 크다는 거죠. 야성적 충동은 경제가 불안정해지는, 달리 말해 변동성이 심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는 동인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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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경제학의 전제인 '이콘'이라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과 '휴먼'이라는 감정적인 두 가지를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행동심리학을 넘어,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현실의 경제와 맞물린 여러 역설과 딜레마들을 소개한다.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현실의 경제를 1차원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왜 '경제' 키워드에 아직 거부감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며 점에 불과한 이해를 선으로, 면으로, 입체까지 늘려 우리가 입체적인 현실을 흑백논리와 선을 그으며 편가르기를 하는 수준을 넘어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한 사람의 속만 봐도 온갖 고민과 욕망으로 채워져 자신조차 헤아리기 힘든데, 그런 사람이 무수히 모여서 이 사회를 꾸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라 보아도 무방하다.


 이 책은 그 혼돈을 더 이상 혼돈이 아니라, 명확한 인과관계를 가진 원인들과 결과로 분석할 수 있는 당신의 새로운 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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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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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어릴 적 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지적 희열감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과학의 첫 문장'의 서론에서 설명하듯 단지 과학 '지식'을 주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과학이 크게 성장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그 배경과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과학적이고 때론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는 모습들을 통해 단지 '과학적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과학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과학자들이 고상한, 혹은 미개한 문제들을 피땀 흘려 해치움으로써 지금과 같이 체계가 잡힐 수 있었는지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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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수행되는 양상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켰던 저술을 짚어보는 책으로, 과학에 관심 있는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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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일처럼 읽는게 이제 4년차이니 익숙해질 법도 했음에도 책을 읽으며 머리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그게 논증, 각종 가설들, 과학적 원리들 등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해서 그렇다기엔 아는 이름들이었으니 머릿속에서 가라앉아있던 기억을 떠올리려 머리가 뜨거워졌거나, 혹은 이런 방식으로 과학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은 처음 접하기도 했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여느 영화 못지 않아 흥분감에 달아올랐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책 속의 내용은 '과학'을, '진리'가 아닌 세상에 대한 '진실'을 쫓는 과학자 집단이 수 세기동안 세상의 핍박과 경계, 거부감을 이겨내고 어떻게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그 투쟁과 노력을 풀어내는 대서사시처럼 그려낸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검과 마법이 등장하는 대신, 냉철한 머리와 과학자들 저마다의 '과학'에 대한 집착, 그리고 카메오로 그걸 받쳐주는 돈과 권력이 등장한다. 


 책을 읽어 나갈 수록 '과학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얼마나 비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그에 묻힌 얼마나 정신나간 집착을 가지고 있는지 책에서 설명한다. 책을 덮고 나면, 과거에 '과학자'로 이름을 남기기 위해선 먼 옛날 지혜로운 이가 세상에 남긴 지식이 틀렸다는 걸 자신의 삶 전체를 들여서 반박하는데 집착하기도 하고(윌리엄 하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상식을 고위 권력자들에게 생명줄이 잡히면서도 비틀려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확신에 대해 악을 쓰는(갈릴레오 갈릴레이) 사람들이다.

 어지간히도 미친 사람이 아니고선 '과학자'라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엔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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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는 자신의 체계가 맞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나갔다. 그는 갈레노스에 대한 비판이 정당하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실험을 계속했다. 70대가 되어서도 멈추지 않닸다. (..) 이 실험에 대해 하비는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이 실험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봐도 좋습니다. 결과는 여전히 내가 말한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갈레노스의 오랜 권위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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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은 순수하게 '전례 없던 지식'을 찾아내려 노력한 것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새로운 '옳음'을 각자의 이유로 거부하는 이들을 떨쳐내고 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싸웠다. 그 싸움의 주된 적은 '기존의 지식에 뿌리내린 안락함'에 취해 그것을 신념으로 삼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는 뿌리가 같은 종교계가 주로 등장하지만, 종교계 뿐 아니라 이익, 이권을 위해 많은 곳들에서 견제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 점에서 되짚고 싶다. 과연 그렇게 '과학의 투쟁'이 쌓아올린 세상에 사는 우리는 어떤 이들과 닮아있을까? 당연히 사실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답습하여 그들과 비슷한 사고관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게 자연스럽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람들과 사회는 더욱 경직되고, 변화를 일으키는 발전과 연구를, 객관적인 사실을 거부하고 낡은 신념만을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어쩌면 본성일지도 모르는 모습에 과학자들이 미치지 않고서는 못 견디던게 아니었을까 싶은, 과학과는 조금 거리가 먼 감상평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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