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서동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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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의 한국 사람들은 웬만큼 공부를 손에서 놓았더라도 구구단은 욀 줄 안다. 00년생인 나보다 연배가 있는 분들은 19단까지 줄줄 외고 다니기도 한다. 큰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삶에서 돈이 엮이지 않을 일은 없고, 평범한 일상을 꾸리는 데에도 이런 사칙연산은 반드시 알아야 삶이 순탄하고 편리할 것이라 여긴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토록 열심히 가르친 덕분이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옳다는 걸 증명하듯,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복잡한 함수와 미적분 문제의 풀이는 까먹어도 구구단은 매일 쓰며 잊지 않는다. 오죽하면 나는 핸드폰의 알람 끄는 방법이 수학 계산일 정도이니 매일 같이 가 아니라 그저 매일 구구단을 왼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은 이토록 아침잠에 취해 비몽사몽인 상태에서도 줄줄 외는 구구단이지만, 실제로 그걸 외울 적에는 머리가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정신없이 숫자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의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부모님의 호통과 다른 친구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다른 아이들보다 더 앞서나가고 싶다는 승부욕과 조급함이 구구단을 외다가 눈물까지 찔끔하고 자기 자신한테 화도 내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은 이렇게 고통 속에서 구구단을 외는 아이들이 자신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모두가 힘듦에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기에 딱 좋고,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귀엽고 말랑함이 느껴지는 그림체의 아이가 언제, 어디를 가나 구구단을 외우며 머리를 싸매는 모습은 구구단 공포증이 생기려는 아이의 마음이 조금 풀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덩달아 아이가 왜 이 쉬운 것도 제대로 못 하나 싶어 답답함과 원망을 느끼는 부모님의 마음도 한결 덜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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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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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게 아름답고, 피가 얼어붙듯 차가운 단편 소설집이다. 


책에 담긴 단편 소설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특별한 이야기 없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나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작가의 말이 재구성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소외되고 잊힌 것들을 주제로 작가와 진중하게 이야기하며 서로 감상을 나누고, 감정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이전 작인 '거울은 소녀를 용서하지 않는다'가 아직은 흐릿한 상태인 작가의 세상을 최대한 감정만은, 분위기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글로 옮긴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독자가 메시지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작가와 최대한 공감될 수 있도록, 그리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한발 더 나아갔다. 이전 작품이 비명의 텍스트였다면, 이번 작품은 한없이 음울하고 잔인한 다큐멘터리였다. 이전 작품에서 작가가 예술가였다면, 이번 작품에선 완연한 작가가 되었다. 


이런 비극은 잊히고 무시될 뿐이지 늘 우리 곁에 있다. 혹은 우리 안에도 있을 수도 있고, 우리의 일부분이 그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소외되는 고통 속의 우리가, 주변의 다른 이들을 지워버려 같은 고통에 빠트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떠올린 다짐들의 다른 케이스보다 더욱 길고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을 것이다. 


내심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어 좋았지만, 이렇게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우연 작가 특유의 강렬한 감정과 색이 바래어질까 봐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이를 더 세련되고 예리하게,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큰 노력과 도전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내었다는 점이 굉장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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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소프트 파워 - Al & 하이테크 필요한 진정한 힘
유재천 지음 / 더로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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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소속이나 MBTI같은 지표를 제외한다면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타인의 모습으로 끼워맞추곤 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타인들의 요구에 다 맞춰주고 나면, 나의 요구와 바램은 또 누가 들어준단 말인가? 

"소프트 파워는 '하이터치'라는 인간의 감성,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한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말한다. 공감, 유연성, 경청 등 인간의 삶과 관게에 있어서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인 것이다." 

이 책은 Ai 기술로 인해 기술적으로 더욱 '완벽'에 다가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소양을, 능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Ai 사회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지, 어떤 능력이 사회에서 더욱 중요시될지 알려준다. 책에서 '소프트 파워'라고 알려주는 기술은 여느 경제경영서에서 배울 전문 기술이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과 더욱 매끄럽게 어울리고 부드럽게 섞여들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화술과 사고 방식, 그리고 자기 자신의 멘탈관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과의 연결성을 높이고, 스스로가 지각하는 자신에 대한 모습을 바탕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자아상을 알아간다." 

당장 Ai가 녹아들기 시작하는 시점에도 사람들간의 소통하는 방법에 정말 많은 문제들이 느껴진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사람들은 허구헌날 흑백논리로 갈라져 싸우기에 바쁘고, 싸우기만 하면서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선 자연스레 잊어간다. 사람이 사람으로써,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갖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다.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생존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만, 행복을 위해선 끈끈한 신뢰로 엮인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별 생각 없이 연락해도 기분 좋게 받아주고, 아무 부담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들로 이루어진 인간관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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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스타는 안녕한가요 - 인스타그램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합니다
앤디파파(정진호) 외 지음 / 애플씨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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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조금 운영하다 보면 스팸처럼 질리도록 받는 '퍼스널 브랜딩' 관련 연락들이 있다. 처음에는 '내가 드디어 가치를 보이는 건가?' 싶지만 조금만 상대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이상의 팔로워 수를 보유하거나 적당한 알고리즘을 타면 글자 하나까지 똑같은 연락들을 받게 된다는 걸 알아버리고 이런 스팸성 연락들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그놈의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이미지도 '부업 광고'와 같은 이미지가 박혀버린다. 


그래도 퍼스널 브랜딩 자체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 보면 분명 가치는 있는 이야기이다. 연예인, 인플루언서를 향한 길에 대한 이야기니까. 문제는, 도대체 어디서 [경제적 자유]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버는] 것을 미끼로 해서 사람들을 낚는 게 아닌 진짜 퍼스널 브랜딩과 인스타그램 성장과 수익화에 대한 제대로 된 구체적인 방법을 들을 수 있냐는 거다. 


직접 맨땅에 헤딩하면서 느낀 건 하나하나 직접 시도해 보며 팔로워들과 비팔로워들의 반응을 통해 방향을 잡는 방법을 통해 발전을 해왔지만, 여기엔 너무 긴 시간과 계정에 대한 집중력이 소요된다. '도대체 언제쯤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스트레스와 영영 빛을 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은 덤으로. 그래서 이보다 확실하게 시간을 줄이고 빛을 볼 수 있는 레퍼런스 수집을 통해 각종 노하우들을 익혀나가는 방향으로 고쳐나갔다. 


그리고 이번 리뷰인 [당신의 인스타는 안녕한가요.]는 합 20만의 팔로워를 가진 다섯 인플루언서가 직접 설명해 주는 인스타그램에서의 브랜딩과 성장, 수익화에 대한 노하우다. 현재 트렌드인 숏폼, '릴스'에 대한 정보는 물론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하고, 브랜딩이 갖춰진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어떤 것들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생생한 교과서는 다신 찾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취미를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잡아줄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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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감춰져온 낙원, 키르기스스탄
김환수 / 작가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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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 그간 지내던 곳과는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린다. 바다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넓이를 가진 고요한 호수.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느껴지는 붉고 노란 암석과 모래들의 사막. 죽어있는 회색빛의 건물들을 대신해 자연의 소리와 향, 녹빛 풍경이 반기는 숲. 이런 자연환경에 녹아든 낯선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 등등이 어우러진, 숨통을 틔워주는 낯선 세상.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여행지로 흔히 유럽이나 캐나다를 떠올리곤 했는데, 그렇게 비행기에 한참 앉아 있어야만 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먼 땅이 아니라, 가까운 곳이더라도 상상한 것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 정말 가까운 중앙아시아에 있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통해서 갈 수 있는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도 불리는데, [감춰져 온 낙원, 키르기스스탄] 책에 담겨 있는 여러 여행지를 보면 여느 여행지의 사진을 볼 때처럼 경이롭다는 느낌과 동시에 '이런 풍경들이 어떻게 하나의 나라에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책에는 키르기스스탄의 기본적인 위치와 가보기 좋은 여행지들의 소개와 사진, 키르기스의 문화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여행자에게 필요한 키르기스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특히 키르기스의 아름다운 공원들과 그 공원들에 있는 조각상들이 어우러져 만든 그야말로 예술가들의 천국은 금세 키르기스스탄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주면서도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여행 가이드북이자, 새로운 여행 목표를 세울 수 있게 해주는 소개서이지 않을까.

힘겹게 시간을 내어도 나라의 문화는커녕 여행자들에게 휩쓸려 다니기 바빠 아쉬웠다면 이 책을 계기로 숨겨진 여행지,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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