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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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게 아름답고, 피가 얼어붙듯 차가운 단편 소설집이다. 


책에 담긴 단편 소설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특별한 이야기 없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나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작가의 말이 재구성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읽는 과정은 마치 소외되고 잊힌 것들을 주제로 작가와 진중하게 이야기하며 서로 감상을 나누고, 감정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이전 작인 '거울은 소녀를 용서하지 않는다'가 아직은 흐릿한 상태인 작가의 세상을 최대한 감정만은, 분위기만은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글로 옮긴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독자가 메시지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작가와 최대한 공감될 수 있도록, 그리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한발 더 나아갔다. 이전 작품이 비명의 텍스트였다면, 이번 작품은 한없이 음울하고 잔인한 다큐멘터리였다. 이전 작품에서 작가가 예술가였다면, 이번 작품에선 완연한 작가가 되었다. 


이런 비극은 잊히고 무시될 뿐이지 늘 우리 곁에 있다. 혹은 우리 안에도 있을 수도 있고, 우리의 일부분이 그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소외되는 고통 속의 우리가, 주변의 다른 이들을 지워버려 같은 고통에 빠트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떠올린 다짐들의 다른 케이스보다 더욱 길고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을 것이다. 


내심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어 좋았지만, 이렇게 개선하는 과정에서 이우연 작가 특유의 강렬한 감정과 색이 바래어질까 봐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이를 더 세련되고 예리하게,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큰 노력과 도전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내었다는 점이 굉장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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