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반찬 걱정 없는 책 - 한 가지 재료로 매일 새로운 반찬과 국, 찌개
송혜영 지음 / 길벗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매일 하는 걱정 중 제일 큰 걱정이 "오늘은 뭐먹지?"다.

식성이 달라도 너무 다른 식구들과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일일 줄이야.

저 걱정만 덜어내어도 내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만드는 흰머리의 지분이 확 줄어들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나는 밥, 국, 김치, 계란프라이 만 있어도 크게 상관없는 밥상이지만, 나머지 식구들에겐 그게 아닌가 보다. 밑반찬이라고 준비하는 게 나물반찬이 아닌 마른 반찬이면 그것도 아닌가 보다. 내 나름대로 집에 있는 재료들과 새로 장을 본 재료들을 요리조리 끼워맞춰가며 새로운 메뉴를 내 놔도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반찬만 있다면 -물론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제외지만- 먹을 게 없는 밥상이다. 문제는 내가 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있으면 먹긴 하지만, 많이 먹지도 않는다. 내게 고기반찬은 한 달에 한 번만 먹어도 충분한 거라 그나마 제일 좋아하는 돈까스와 탕수육이 아니면 남들이 한 끼에 먹을 고기가 내겐 삼시세끼 먹어야 될 양이되기도 한다.


그렇게나 다른 식성을 가진 가족들을 위해, 냉파를 위해 만나봤던 "2만원으로 일주일 집밥 만들기" 책을 꽤 유용하게 이용했던지라 같은 작가님이 쓰신 이 책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365일 반찬 걱정이 없다라니.... 일주일이면 저녁밥상 메뉴를 5일은 걱정하는데, 이 책만 보면 2~3일만 걱정해도 될 거 같았다. -매일 같은 반찬을 올릴 수는 없으니 고민은 당연한거고 - 근데, 그런면에서 살~짝 실망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엄청 많은데,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메인 메뉴가 될만한 음식은 몇 가지 없었기 때문이다. 주말인 오늘과 휴일인 내일의 밥상을 걱정하면서 메뉴를 꼼꼼히 살펴봤다.

메인 재료별로 소개된 여러가지 반찬 만들기.

재료는 자세하게, 레시피는 최대한 간결하게, 사진으로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는 친절한 레시피들이 너무 맘에 들었고, 붉은 색으로 적힌 다른 재료로 응용하는 방법도, 아주 아주 짧게 담긴 팁들도 좋았다.

솔직히, 식구들은 뭘 해줘야 되려나 고민하며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고기없이 만드는) 반찬들이 많아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 표정 들킬까봐 책으로 얼굴을 가려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그리고 장보러 간 마트에서 혼자만 좋아하는 재료라 양이 부담스러워서 못 사오던 야채들도 몇 가지 챙겨왔다. 응용레시피 대로 추가로 더 만들어 보려고ㅎㅎㅎ


몇 권의 요리책을 가지고 있긴 한데, 예전에 요리에 관심이 있고 곧잘 하던 때에는 재료가 잘 명시되어 있으면 레시피에 사진이 같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곧잘 따라했는데 (그리고 맛도 꽤 괜찮게 잘 냈는데), 요리에 관심이 없어진 요즘은 글자만 있는 레시피만 보면 괜히 뭔가 실수를 하는 거 같고 맛도 덜 나는 느낌이다. 아마 요리 실력이 줄어들면서 자신감도 같이 줄어들어서 그런듯 하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이 첨부된 레시피를 보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확인을 할 수 있어서 그런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제법 맛도 나는 듯하다.

책을 살펴보면서 그런 점들이 쏙 마음에 들어서 흐뭇했는데.... 내가 먹고 싶은 것들은 더 이상 인터넷으로 레시피 찾아가며 만들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는데.....(그러고 보니 진짜 간단한 것도 양념 때문에 꼭 레시피를 뒤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알게 되었음.)

아차.... 내 진짜 고민은 이게 아니었단 말이지.... 하... 어떡하지? 내일 성씨 다른 식구들의 저녁을..... ㅋㅋㅋㅋㅋ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나 가족이 아니라면, 친한 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도 그닥 편하지 않은 내게 제일 고역인 자리는 불편한 관계의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만 하는 식사자리다. 예를 들자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만되는 경조사자리에서 먹는 밥이라고 하겠다. 체질상 가리는 음식이 많은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메뉴로 잔뜩 올려진 그 밥상이 부담스러운데, 상대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많이 먹으라며 자꾸만 내 앞으로 접시를 들이민다. 정말 싫을 때가 갈비찜 같은 거 먹으라고 밥그릇 위에 올려 줄 때. (특히, 묻지도 않고 소갈비를 내 밥그릇 위에 올릴 때는 던져버리고 싶다. ㅠㅠ)

게다가 음식점 1인분을 혼자 다 먹지 못하는 나로선 자칫 상대에게 깨작거리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어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불편한 자리다.


그래서 가끔 궁금했다. 국내 정치인이 해외에서 맞이해야 하는 조찬, 오찬, 만찬은 어떨지, 외국 정치인들이 한국에서 맞이하는 조찬, 오찬, 만찬은 어떨지 말이다. 나는 같은 나라 사람들과 먹는 밥자리도 편하지 않은데, 이 사람들은 단순히 놀러오는 것도 친분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만나는 것도 아닌, 자국의 이익(?)을 사수하고 방어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 그 불편함을 어떻게 깨고 함께 식사를 하는지, 그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이다.


[식탁 위의 외교]는 이 불편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음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난항을 겪던 외교문제가 극적인 타결을 하게되는 순간을 이끌어 내는 음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27개의 이야기 중 제일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역발상 음식 외교]챕터에 등장하는 "핫도그, 타바스코 스파게티, 햄버거"이야기였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서민음식으로 상대국 정상들의 마음을 녹인 이야기들 말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국의 조지6세 부부와 함께 피크닉을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핫도그를 먹는다. 왕실에서 우아한 식사만 해 봤을 조지 6세 부부는 당황했을지 모르나,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받쳐서 입에 넣고 씹어가면서 삼키면 됩니다."라고. 그렇게 복잡한 애증관계의 미국과 영국을 서민음식인 핫도그 하나로 거리감을 좁히게 된다. 오바마의 햄버거 외교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원래 햄버거를 좋아했기에 순조롭게 진행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타바스코 스파게티는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라 더 흥미로웠다. 나 역시 피자에는 타바스코를 뿌려 먹어도 (사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요리에도 타바스코를 애용한다.) 스파게티에는 뿌리지 않는데, 북한의 강석주 대표가 주문한 미트 소스 스파게티에 타바스코를 뿌려 먹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특이한 식성을 맞춰준 덕분에 그 식사자리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덕분에 한반도와 미국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던 핵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선물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몇 배는 더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음식에서야 숨겨진 속내가 다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서 외교문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어 망치기도 한다. 똑같은 햄버거였지만, 오바마의 햄버거와 바이든의 햄버거는 온도차가 극명했던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 에듀윌 조리기능사 필기끝장 -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복어 5종목 통합 에듀윌 조리기능사 시리즈
김자경.송은주.김선희 지음 / 에듀윌 / 202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때만 해도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의사, 간호사, 박사님, 선생님, 판사, 변호사, 과학자" 뭐 그런 것들이었다. 간혹 "대통령"도 나오긴 했지만, 그건 몇 명 되지도 않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 일곱가지 직업을 거론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런 직업을 장래희망이라고 했을 때, 저 직업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장래희망이라고 썼을까?

내가 어른이 되고 아이들을 키우며 나의 어린시절 장래희망이 뭐였는지를 다시 생각했을 때, 간호사와 선생님은 있었는데 나머지는 없다. 그 때도 간호사라는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꿈꾼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예뻐보였기 때문이다. (예쁘다고 하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속의 그 직업군이 그랬다는 얘기다.) 그건 모두 부모님들의 꿈이었지 내 꿈이 아니었던거다.

어릴 적부터 뭔가를 배우는 것에 욕심이 많았던 내가 진짜 갖고 싶었던 직업은 한식요리사, 한복기능사, 전통자수장 같은 전통과 관계된 직업이었다. 한복기능사나 전통자수는 당시에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포기를 해야했지만, 요리사는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치만 그 꿈을 포기한데는 정말 어이없는 이유가 있는데....

새로 식칼을 사서 식사준비를 할 때 꼭 손을 다쳤기 때문이다. 재료 손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포 뜨는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칼이 겁이 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그냥 날아가버렸다. 꼭 자격증이 없어도 밥은 해 먹는다며....

그랬던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건 작은 아들 때문이다. 갑자기 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거다.

아들 덕분에 조리사자격증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증도 풀어볼 겸 받아 본 책.

 

 

조리기능사라고해서 분야별로 있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책도 다 따로따로 나올 줄 알았는데, 에듀윌에서 한권으로 통합되어 나오는 책이 있었다.

무려 한식.양식.중식.일식.복어까지 5개 부문의 내용을 한 권에 모아서!



 

 

시험시작 그 순간까지 볼 수 있는 암기노트까지.


 

목차를 살펴보다가 알았다.

5가지의 종목에 공통된 내용이 있어서 이렇게도 나올 수 있구나라고.

공통편의 내용이 생각보다 광범위했다.

그저 조리하는 방법이나 재료에 대한 내용 등이 시험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위생, 안전, 재료, 구매관리, 조리실무까지 다루고 있었으며, 식품에 대한 관련 법조항까지 담고 있어 이 책의 대략 절반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조리사라는 직업은 단지 음식을 만들 줄만 알면 되는 직업이 아니라, 음식이 완성되는 그 순간까지 필요한 재료부터 관리법 및 조리내용 등 전반적인 모든 내용을 다 숙지하고 있어야 되는 직업군이었다.



 

 

아주 기본적인 식품 보관 및 선택방법. 조리기구의 위생관리같은 내용도 담겨져 있어서 꼭 조리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꽤 도움이 될 듯한 내용이 많았다.

중간중간 테스트 하듯, 내가 앞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 할 수 있는 문제들까지 있어서 짧은 복습도 가능했다. (물론 시험 준비를 하는 건 아니라서 금방 까먹을 수도 있지만.)

다만,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내용들까지 이론편에 소개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식당에 가면 가끔 조리사 자격증을 홀에 걸어놓고 영업을 하는 집들을 간혹보는데, 그 종목이 무엇이든간에 이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간다면 그 사람도 분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할 때 이러한 내용을 다 알고 있었을텐데, 생각보다 식당의 위생상태나 식재료의 상태가 좋지 못했던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통의 내용을 살펴보다가 내가 만드는 음식을 돈을 받고 파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이러이러한 면에서는 많이 소홀하게 생각하고, 대충 한끼를 떼우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요리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반성의 시간을... ㅎㅎ



 

 

다섯 종목 중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는 한식 쪽이어서 일단 한식분야만 집중적으로 봤다.

필기시험이라고 해도 특정 요리에 대한 재료나 조리법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갈비찜을 만드는 순서나 솥밥을 만드는 방법 뭐 그런거 말이다. 근데, 담겨진 내용은 한식을 비롯해 양식,중식,일식의 식생활문화부터 각종 종류별 음식에 대한 설명과 재료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비했다. 꼭 중학생 가정시간 때 배웠던 그런 기초이론 같은 내용말이다.

그저 음식을 맛있게 잘 만들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알아야 될 내용이 광범위 했다. 나야 조리사자격증을 준비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금방 잊는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을 내용이긴 했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 많은 내용을 다 기억해야 되는 점이 분명 힘든 일일테다. 그런 점은 학습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바로 확인문제"와 중간중간 나오는 팁으로 요약정리를 할 수 있게, 각 분야별 이론 뒤에는 "필기합격 적중문제"로 난이도를 표기한 문제들로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게, 마지막엔 실전동형 문제를 수록하여 최종정리를 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나에게는 그저 음식을 만드는 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된 책이었지만, 조리사를 꿈꾸는 아들에게는 꽤 괜찮은 교재가 되어줄 듯 하다. 더구나 한가지가 아니라 2~3가지 조리사 자격증을 생각하고 있는 아이에게 한 권으로 그 내용을 다 공부할 수 있는 교재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조리기능사 필기시험 대비용 책으로 추천할만 했다.

아들에게 꼭 도움이 되면 좋겠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탄 공예 - 돈이 되는 취미생활/덕업일치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실전 코칭
문가람 지음 / 지와수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략 30년 전쯤 나의 꿈은 마흔 살이 되면 공방을 여는 것이었다. 가진 건 너무 없었고, IMF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상흔들을 어느 정도 치워내려면 30대엔 어림도 없을 것 같았기에 마흔 살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나는 내 공방을 열지 못했다. 이유는 별것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디어를 공개해버렸고, 그건 다른 누군가의 아이템이 되어 선수를 빼앗겼으며, 두 번의 경제 위기는 내 공방 창업에 쓸 자본금을 모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덕업 일치를 꿈꾸기엔 많이 모자란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해야 되는 것까지 있으니, 그 모든 것을 다 해내기엔 지금도 하루가 48시간은커녕 72시간이 되어도 모자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는 항상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당장 급하지 않으면 항상 하고 싶은 건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 카페에 약속한 돌래스를 바쁘다는 이유로 잠깐 미뤘다가 다른 사람이 내가 생각한 아이템을 먼저 해 버리고, 다시 아이템을 선정하고도 다른 일들에 밀려 구상하고 재단을 해 둔 채로 또 몇 달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라탄 공예 기법 보다 그 앞뒤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덕업 일치 과정이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여전히 공방을 열지 못한 아쉬움에, 가끔은 젊은 시절을 꿈보다 현실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살았음을 탓하고 후회를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읽으면 더 이상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읽는 동안 머릿속도 마음도 많이 복잡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용기는 주변 환경에 따라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 얘기했듯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내가 생각한 멋진 아이디어를 미루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특별한 창의력이 없는 사람에겐 빠른 실행력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것이 바로 실용공예이고, 빠른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나는 덕업 일치를 꿈꾸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취미가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에는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바느질을 취미로 하고 있고, (늘 필요한 것을 제때 만들지 못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여유 있게 만들어두고 쓰는 편이다. 물론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단단하고 정교하겠지만, 어차피 하고 싶었던 바느질을 하는데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체하는 중이다. 마음은 예술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생계형 바느질만 하고 있는 중... ㅎㅎㅎ


취미로 바느질을 하면서 바구니가 필요하기도 해서 이리저리 맘에 드는 걸 찾아보기도 했는데, 양산품으로 나오는 플라스틱 바구니들은 눈에 들지도 않았고, 그나마 눈이 가는 라탄 바구니들은 생각보다 사이즈가 많지가 않았고, 원하는 디자인은 사이즈가 작았고, 사이즈가 어느 정도 맞다 싶으면 가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러기엔 솔직히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내 마음에 꼭 들지도 않는 것을 고가의 돈은 주고 구입하는 것에도 망설임이 생긴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 싶었다. 그러나 아직 라탄은 입문하지 못했다. 마음으로는 벌써 몇 년 전에 시작을 했는데, 현실은 또 다른 것에 밀리는 중이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취미 바느질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예전만큼 잘 할 수가 없게 되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엔 오랫동안 꿈꾸던 라탄 공예를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 책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꿈꾸게 되었다.


기존의 라탄 공예 책들을 보고 영상을 보면서 환심 대신 종이로 바구니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늘 완성작이 엉망이었던 적이 있었다. 라탄 공예를 생각하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는데, 책 속에 나와있는 [완성도를 높여주는 핵심 기법]에 고민되는 부분들이 아주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실용서에는 원하던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히려 그걸 바라지 않고 읽었던 책에서 이 내용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다. 덕분에 새로운 취미에 입덕하는 것에 조금 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덕업 일치는 이루지 못했더라도 취미가 그냥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날로그인 - 온전한 나를 만나는 자유
서지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지금의 편리함에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삶이 이렇게까지 편리해져야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래, 청소기가 바닥청소를 해 주니 좋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집은 개털 때문에 전기청소기 대신 빗자루와 청소용부직포로 청소를 한다.) 세탁기 덕분에 무겁고 힘든 빨래를 안해도 되니 좋기도 하다. 저녁 식사 준비는 전기밥솥이 밥을 책임져주는 덕분에 반찬 준비를 할 수 있으니 고맙기도 하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로 일상의 편리함이 가져다 준 혜택을 내가 직접 받고 있으니 불만을 토로해서는 안되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을 전기와 기계의 힘으로 해결을 하다보니 어느 날 문득 인간이 존재를 해야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리함에 경제적인 이유가 더해져 패스트푸드점은 주문을 받는 직원을 없애고 키오스크를 설치했으며, 마트를 비롯한 많은 상점은 셀프계산대가 점점 더 늘어났고, 은행업무도 모바일의 비중을 늘리면서 창구를 없애고 자동화기기만 설치된 곳이 늘어났다. 내가 필요해서 방문하는 곳이지만, 사람보다는 기계를 더 많이 대면하고 온다. 어느 날은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외출을 끝내고 올 때도 있다. 이렇게 사람이 필요한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인데, 왜 떨어지는 출산율을 걱정해야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들이 커서 취직할 자리가 있긴 한 걸까? 이렇게 사람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기계들로 채워지는 세상에 사람이란 존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과거를 추억하며 사는 존재들이라고 한다. 그 시절이 어렵고 힘들고 무서운 기억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기라고 해도, 시대의 변화에 감회가 새로워짐을 느끼는 순간 자연히 그것과 이어진 과거기억으로 회귀하는 것은 본능이라고 한다. 지금의 내가 알아듣지도, 따라가지도 못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듣다가 90년대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흥겨워지는 것도 그런 맥락이겠지.

작가와 나의 삶이 비슷할 순 있어도 다른 부분이 더 많기에 그 이야기에 완벽한 공감대를 이룰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여 줄 수는 있다. 우린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니까.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뭔가를 해내는 일들을 좋아한다. 타고난 능력이 없어서 오로지 노력으로만 이뤄내야 했지만, 내 손으로 내게 필요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좋았다. 곁에서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청승이라고 했다. 그냥 인터넷으로 마트에서 얼마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을 굳이 그 노력에 정성을 다해 만드는 내가 신기해 보였나보다. 다 괜찮았지만, 가장 큰 상처를 받는 말은 "쓸데없이"란 단서를 붙이는 말들이었다. 그것이 괜한 시간, 노력, 정성의 낭비라는 듯, 그럴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는 듯한 빈정거림. 그들의 눈에는 그저 돈주고 사면 더 번듯할 것에 그만큼의 퀄리티도 되지 않는 것을 만드는 모습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 그건 특별한 노동이다. 손노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 안에 담겨진 나의 노력과 시간과 정성이 그 물건을 사용하는 동안 계속 이어지고 더 애틋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느낌이 연속된 물리량으로 나타낼 수 없는 수치이긴 해도 , 그걸 이해하는 순간 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아날로그에 공감하고 애착을 가지는지도 이해를 할거라며 나를 다독인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여전히 이북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고, 편리한 전기밥솥의 밥보다 가끔 지어먹는 냄비밥이 더 좋다. 무리해가며 구입한 고가의 재봉틀로 드륵거리는 것보다 굳이 쭈그린 자세로 앉아서 하는 손바느질과 손뜨개를 더 좋아하며, 반듯한 글씨로 타이핑 된 것보다 연필로 직접 쓰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연필이 아니면 아날로그가 아니라며 볼펜은 끼워주지도 않는 이 고집은 또 뭔지) 남들이 평가하는 가치가 싸다고 해서, 내게도 싸구려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정성담긴 수고로움이 값으로 평가되어서도 안된다는 생각. 그냥 그게 나다운 것이고, 그게 내 삶이라며 말이다. (그렇다고 저 재봉틀을 안 쓰는 건 아니니 낭비라고 말하진 말아주길....)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