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 공예 - 돈이 되는 취미생활/덕업일치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실전 코칭
문가람 지음 / 지와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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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0년 전쯤 나의 꿈은 마흔 살이 되면 공방을 여는 것이었다. 가진 건 너무 없었고, IMF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상흔들을 어느 정도 치워내려면 30대엔 어림도 없을 것 같았기에 마흔 살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나는 내 공방을 열지 못했다. 이유는 별것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디어를 공개해버렸고, 그건 다른 누군가의 아이템이 되어 선수를 빼앗겼으며, 두 번의 경제 위기는 내 공방 창업에 쓸 자본금을 모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덕업 일치를 꿈꾸기엔 많이 모자란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해야 되는 것까지 있으니, 그 모든 것을 다 해내기엔 지금도 하루가 48시간은커녕 72시간이 되어도 모자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는 항상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당장 급하지 않으면 항상 하고 싶은 건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 카페에 약속한 돌래스를 바쁘다는 이유로 잠깐 미뤘다가 다른 사람이 내가 생각한 아이템을 먼저 해 버리고, 다시 아이템을 선정하고도 다른 일들에 밀려 구상하고 재단을 해 둔 채로 또 몇 달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라탄 공예 기법 보다 그 앞뒤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덕업 일치 과정이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여전히 공방을 열지 못한 아쉬움에, 가끔은 젊은 시절을 꿈보다 현실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살았음을 탓하고 후회를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읽으면 더 이상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읽는 동안 머릿속도 마음도 많이 복잡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용기는 주변 환경에 따라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 얘기했듯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내가 생각한 멋진 아이디어를 미루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특별한 창의력이 없는 사람에겐 빠른 실행력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것이 바로 실용공예이고, 빠른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나는 덕업 일치를 꿈꾸기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취미가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에는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나는 여전히 바느질을 취미로 하고 있고, (늘 필요한 것을 제때 만들지 못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여유 있게 만들어두고 쓰는 편이다. 물론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단단하고 정교하겠지만, 어차피 하고 싶었던 바느질을 하는데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체하는 중이다. 마음은 예술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생계형 바느질만 하고 있는 중... ㅎㅎㅎ


취미로 바느질을 하면서 바구니가 필요하기도 해서 이리저리 맘에 드는 걸 찾아보기도 했는데, 양산품으로 나오는 플라스틱 바구니들은 눈에 들지도 않았고, 그나마 눈이 가는 라탄 바구니들은 생각보다 사이즈가 많지가 않았고, 원하는 디자인은 사이즈가 작았고, 사이즈가 어느 정도 맞다 싶으면 가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러기엔 솔직히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내 마음에 꼭 들지도 않는 것을 고가의 돈은 주고 구입하는 것에도 망설임이 생긴다면, 내가 직접 해보자 싶었다. 그러나 아직 라탄은 입문하지 못했다. 마음으로는 벌써 몇 년 전에 시작을 했는데, 현실은 또 다른 것에 밀리는 중이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한 취미 바느질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예전만큼 잘 할 수가 없게 되어가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엔 오랫동안 꿈꾸던 라탄 공예를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 책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꿈꾸게 되었다.


기존의 라탄 공예 책들을 보고 영상을 보면서 환심 대신 종이로 바구니를 만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늘 완성작이 엉망이었던 적이 있었다. 라탄 공예를 생각하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고민이었는데, 책 속에 나와있는 [완성도를 높여주는 핵심 기법]에 고민되는 부분들이 아주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실용서에는 원하던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히려 그걸 바라지 않고 읽었던 책에서 이 내용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웠다. 덕분에 새로운 취미에 입덕하는 것에 조금 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덕업 일치는 이루지 못했더라도 취미가 그냥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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