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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평점 :
제목이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이지만, 실제로는 설정뿐인 눈에 갇힌 외딴 산장.
극단 '수호'에서 새 작품에 들어갈 배우들을 오디션으로 뽑았고, 합격한 7명이 '사계'라는 펜션으로 모인다. 펜션으로 모이라는 도고의 편지를 받아서 펜션으로 왔고, 주인마저 떠난 펜션으로 7명 앞으로 도착한 도고의 편지.
"이것은 추리극이며 무대는 폭설로 고립된 외딴 산장. 등장인물은 현실 그대로 7명.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서 만들어가며 3박 4일을 지낼 것. 단, 전화사용 및 외부 사람과 접촉시 이 시도는 중단되며 오디션 합격도 취소됨."
아무것도 모른 채 들뜬 채로 그 날을 보낸 7명.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아쓰코가 사라졌고, 그녀가 마지막까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레크레이션룸에선 '아스코가 피아노 옆에 헤드폰 줄에 목이 졸린 흔적을 가지고 사망해 있다'는 글이 적힌 종이만 있을 뿐이다. 드디어 시작되었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 멤버들. 7명의 멤버 중 유일하게 '수호' 출신이 아닌 구가 가즈유키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다른 멤버들을 통해 사라진 야쓰코와 도고의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도 선발에서 탈락한 '아사쿠라 마사미'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각자 나름의 추리를 하면서 야쓰코가 살해된 동기를 원한과 애증으로 좁히는 멤버들. 하지만 '아사쿠라 마사미'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자 아마미야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편 구가는 욕실에서 혼다에게 두번 째 살인을 염려하며 알리바이를 위해 같은 방을 쓰자고 하고, 다음으로 들어온 아마미야와 얘기하며 그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유리에에게 아마미야와의 관계를 추궁하던 다도코로가 유리에의 방에서 나오는 걸 목격하고 놀라 달려가지만 뒤이어 유리에가 나오는 것을 본 그는 자기가 혼다와 같이 방을 쓰리고 했다며 알리바이의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유리에는 사라졌다. 아쓰코 때와 같이 유리에의 방에선 둔기로 맞고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사체로 발견된다는 쪽지만 덩그러니 남은 채.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같은 극단 출신인 6명의 멤버와 구분이 되는 구가 가즈유키가 추리를 하며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할 때와 모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선 반말을 하지만, 구가 가즈유키에게 이야기 할 때는 항상 반존대를 사용한다. (단순히 번역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수호'의 소속이 아니란 이유로 은근히 그리고 철저히 배제를 시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여기서 특이점은 이야기의 지문이 남자들은 성으로 지칭되며 여자들은 이름으로 지칭되는 점이다. 하지만, 구가 가즈유키를 제외한 여섯 명의 대화 속에선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고 있고, 구가 가즈유키만 모든 상대를 성으로 부르고 있다. 그가 이끌어가는 이야기고 그들과 친분이 없어서 그렇다고한다면 지문 역시 남녀 구분없이 모두 성으로 지칭해야 하는데, 성별을 달리해서 구분하고 있다.
그로 인해, 표면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구가 가즈유키이지만, 아직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범인이 제2의 화자가 되어 글을 밀어주고 있는 형상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상황극에서 탐정 역할을 하고 있는 건 '구가 가즈유키'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다보면 뻔히 보이는 이야기 구조가 있다. 그래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나름 추리를 해가고 그 추리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상황극이다. 실제다."를 수시로 오갔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그 애매모호함을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반전은 여기까지!"라며 이미 결론을 내렸는데, 이번만큼은 내 예상을 깨버린 반전이 더 나왔다. 꼭 하인성이 마무리 한 추리에 코난이 결정적 이유 한 가지를 덧붙인 느낌이랄까? 뭐... 한마디로 재밌다는 얘기다.
읽는 내내 소설의 장면장면을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리며 이 이야기도 영화화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일본 말고 한국에서, 제발 각색할 땐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다른 건 원작을 읽지 않은 채 영화나 드라마를 봐서 잘 모르겠지만, 일본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메스커레이드 호텔', '유성의 인연'을 보고 너무 실망해서 말이지....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