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나 가족이 아니라면, 친한 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도 그닥 편하지 않은 내게 제일 고역인 자리는 불편한 관계의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만 하는 식사자리다. 예를 들자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만되는 경조사자리에서 먹는 밥이라고 하겠다. 체질상 가리는 음식이 많은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메뉴로 잔뜩 올려진 그 밥상이 부담스러운데, 상대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많이 먹으라며 자꾸만 내 앞으로 접시를 들이민다. 정말 싫을 때가 갈비찜 같은 거 먹으라고 밥그릇 위에 올려 줄 때. (특히, 묻지도 않고 소갈비를 내 밥그릇 위에 올릴 때는 던져버리고 싶다. ㅠㅠ)

게다가 음식점 1인분을 혼자 다 먹지 못하는 나로선 자칫 상대에게 깨작거리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어서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도 불편한 자리다.


그래서 가끔 궁금했다. 국내 정치인이 해외에서 맞이해야 하는 조찬, 오찬, 만찬은 어떨지, 외국 정치인들이 한국에서 맞이하는 조찬, 오찬, 만찬은 어떨지 말이다. 나는 같은 나라 사람들과 먹는 밥자리도 편하지 않은데, 이 사람들은 단순히 놀러오는 것도 친분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 만나는 것도 아닌, 자국의 이익(?)을 사수하고 방어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 그 불편함을 어떻게 깨고 함께 식사를 하는지, 그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이다.


[식탁 위의 외교]는 이 불편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음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난항을 겪던 외교문제가 극적인 타결을 하게되는 순간을 이끌어 내는 음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27개의 이야기 중 제일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역발상 음식 외교]챕터에 등장하는 "핫도그, 타바스코 스파게티, 햄버거"이야기였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서민음식으로 상대국 정상들의 마음을 녹인 이야기들 말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영국의 조지6세 부부와 함께 피크닉을 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핫도그를 먹는다. 왕실에서 우아한 식사만 해 봤을 조지 6세 부부는 당황했을지 모르나,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받쳐서 입에 넣고 씹어가면서 삼키면 됩니다."라고. 그렇게 복잡한 애증관계의 미국과 영국을 서민음식인 핫도그 하나로 거리감을 좁히게 된다. 오바마의 햄버거 외교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원래 햄버거를 좋아했기에 순조롭게 진행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타바스코 스파게티는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라 더 흥미로웠다. 나 역시 피자에는 타바스코를 뿌려 먹어도 (사실 오븐에 구운 닭고기 요리에도 타바스코를 애용한다.) 스파게티에는 뿌리지 않는데, 북한의 강석주 대표가 주문한 미트 소스 스파게티에 타바스코를 뿌려 먹었다는 이야기. 그렇게 특이한 식성을 맞춰준 덕분에 그 식사자리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덕분에 한반도와 미국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던 핵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선물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몇 배는 더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음식에서야 숨겨진 속내가 다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서 외교문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도 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어 망치기도 한다. 똑같은 햄버거였지만, 오바마의 햄버거와 바이든의 햄버거는 온도차가 극명했던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