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책 -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는 메시지
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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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바보가 들려주는 소리와 분노로 가득찬,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로다” 맥베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떠한 희망을 품거나 희망을 찾아 삶을 살아내는 대신 그저 냉소로 일관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내릴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옳고 그름을 논하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희망 없는 미래가 인간의 생존에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면, 역시나 우리는 희망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이겠다.

하지만 희망이란, ‘바라기만 하면 언젠가 이루어진다’라는 수동성을 나타내진 않는다. 다시 말해, 수동적인 희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제인의 말을 빌리자면 행동과 참여를 요하는 희망이 ‘진짜 희망’인 것이다. 사방에 짙게 드러운 어둠, 개인적인 좌절뿐 아니라 불공정, 차별, 크고 작은 위기 등을 뜻하는 그것은 여러 사람들의 진짜 희망(사람들이 행하는 도덕적인 행동과 지혜)이 모여 몰아낼 수 있음이겠다.

나와 우리, 그리고 세상을 향한 희망이 미래 세대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해본다. 제인이 말한 젊은이들의 힘을, 변화를 향한 우리의 힘을 믿기에. 그리고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을 믿기에. 나는 희망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잊으리라. 그리고 나는 희망을 잊지 않으리라. 그게 무엇을 향한 희망이든.

마음을 스치는 문장과 자그마한 깨달음

p57. 희망은 모든 어려움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멈추지도 않아요.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우리의 행동은 빛을 만들어내죠.
-> 아아, 나는 지금껏 희망에 그릇된 인식을 품고 있지는 않았나 자문해본다. 어쩌면 희망을 어떤 어려움과 위험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노력 없이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로 여기진 않았던가. 그래, 희망은 이상주의와는 자못 달랐다.

p146. 우리가 하려는 시도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는 것.
-> ‘변화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에서뿐 아니라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나 악행을 바로잡는 데에서 시작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p219. 투투 대주교께서 언젠가 고통은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고귀하게 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고통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이롭도록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를 고귀하게 만들어 주는 경향이 있다는 말씀을 저에게 해 주신 적이 있어요.
-> ‘내가 받은 상처 그리고 고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라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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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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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미 인어를 고아 만든 기름을 마시면 천 년을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몹쓸 병에 걸려 반송장이나 다름없는 사람도 인어 기름 몇 방울만 마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나 거리를 활보할 정도라고 하니 탐내지 않을 이 어디 있으랴.

욕망으로 대변되는 그 기름 앞에 마을 사람들은 순리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저간의 사정도, 나름의 오래 살아야 할 이유도 기름을 탐하는 이상 결국에는 욕망으로 수렴했다. 아아, 예부터 욕망만 좇은 이들은 하나 같이 어떻게 되었던가.

예나 지금이나 인어 기름을 탐하는 이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저자는 시대 배경과 장면을 바꿔가며 은근하게 드러낸다. 통일신라 효소왕 재위 시절과 20세기 초의 모습을 번갈아 드러내며 말이다.

통일신라를 지낸 공랑이 20세기 초 공 영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마 맞으리라. 기실 홀로 살아남은 공랑이 어미 인어의 기름을 홀로 독차지하여 1000년 넘게 삶을 이어왔으리라. 마지막 기름 한 방울을 폐병에 걸린 영실에게 먹여 그 아비인 덕무에게 자그마한 욕망 하나를 심었다. 이 기름을 먹으면 다 죽어가는 딸이 살아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나온 그것.

한편, 공 영감은 욕망의 얼굴을 대변하고, 어쩌면 욕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인어 기름을 먹은 공 영감의 얼굴은, 처음의 그것과 다르게, 극의 후반부에 치달을수록 더더욱 추악하게 변해간다. 욕망도 처음엔 번듯한 모양을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독하고 추악한 본모습을 내비치니 공 영감과 다를 게 없었다.

극의 결말, 덕무와 영실이 내린 선택은 위의 질문에 훌륭한 답안이 돼 주었다. 명확한 교훈, 흡인력, 뛰어난 가독성. ‘재밌다’라는 말이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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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 - 삶의 면역을 기르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멕 애럴 지음, 박슬라 옮김, 김현수 감수 / 갤리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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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작고 일상적인 일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 활력과 열정, 잠재력을 고갈시키는 것 역시 작고 일상적인 일이다.” (p10)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뻐끔뻐끔 줄담배를 피우던 어느 날이었다. 옆에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던 친구가 나를 향해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퍼붓는 게 아닌가. “그 사람을 만난 게 후회되느냐”,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냐등등. 나는 조금 시간을 두고 대답한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뭐라고 말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타임머신처럼 과거의 어느 순간들을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그 기계를 작동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기계를 사용하고 또 사용하여 전문가처럼 능숙하게 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우고 싶은 과거도, 상처받은 순간도 많았던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시간의 힘에 의지해 그저 묻어두었을 뿐이었다. 과연 시간의 힘은 위대했다. 부서지고, 흩날리며 그 크기를 작디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스몰 트라우마는 이처럼 사라지지 않는, 하지만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작은 상처를 말한다. 부서진 돌이 바람이나 날씨의 변화로 커다란 퇴적암이 되듯 작은 상처가 모여 정신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수면 장애, 섭식 장애, 완벽주의, 불안, 가면증후군 등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작은 트라우마가 홀로, 때로는 연합하여 나를 완전히 멈춰세울 수 있음을 알고는 정말이지 놀랐달까.

 

한편, 누적된 스몰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AAA 접근법을 제시한다. 인식하고, 수용하고, 행동하는 것. 인식한다는 건 발견한다는 것이고, 행동한다는 건 말 그대로 스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인데 수용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 헤매던 나에게, 친절한 저자는 어느 시점이 되어 수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용이란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우여곡절과, 좋고 나쁜 것을 기꺼이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므로 수용은 절대로 체념과 같지 않다.” (p52)

 

저자가 제시하는 스몰 트라우마 해결책에 따라, 특히나 나를 옥죄는 불안과 완벽주의, 그리고 수면 장애 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면 효율 수면 제한 수면 조정으로 이어지는 수면 장애 해결책과 부정적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게 하는 ASK 질문법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지 치료와 접목해 활용할 수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츨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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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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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바틀비 #도서협찬

1.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란 문서를 베껴 쓰는 일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말 그대로 쓰고 또 쓰는 지루한 노동의 연속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변호사인 '나'는 처리할 서류가 늘어나면서 필경사 한 명을 더 고용했다. 예상했겠지만, 그 신입이 바로 바틀비였다. 그는 어느 사무실 직원보다 성실했고, 끈기있게 맡은 업무를 이행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부득이하게 그에게 자잘한 업무 하나를 부탁한다. 그때부터였다. 어떤 지시에도 그가 안 하는 편이 더 좋겠다고 이야기한 게.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반복해서 되뇌던 그가 맞이한 결말. 그건 예상치 못한 파멸이었다. 파멸보다 더한 파멸적인 단어가 존재했더라면 나는 그 단어를 쓰고 싶을 정도. 어째서 그가 안 하는 걸 택했는지 그저 어림짐작해 볼 따름이다. 그는 꺼져가는 촛농, 아니 어쩌면 다시는 불이 붙지 않을 초와 같지 않았을까. 그는 여기(사무실)에 오기 전부터 이미 희망, 행복, 믿음 등을 인생에서 지워 버린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명확한 교훈 앞에 독자인 나는 이렇게 외친다.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2.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

들어보시오! 경쾌하게 울어 젖히는 수탉의 소리를 들었다.

지독한 빚에 시달리던 '나'는 그 소리의 출처를 찾아 한 번 두 번, 그렇게 귀를 쫑긋 세웠다. 내 피를 끓게 만드는, 예사롭지 않은 울음소리를 지닌 녀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녀석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궁금해진 '나'는, 녀석을 찾아 마을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아! 힘을 솟아오르게 하는 녀석의 울음소리. 그 소리에 의기양양해진 나는, 수시로 찾아와 독촉하는 빚쟁이를, 평소라면 주눅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호기롭게 끌어내 쫓아버렸다. 다시 그 수탉을 찾아 길을 나섰고, 어느 부유한 신사의 집에 그 녀석이 있을 거라 짐작해 찾아갔다. 하지만 그의 집에서 본 닭들은, 소유주와 너무도 비슷하게, 뚱뚱했고 누런 색을 띤 생명체에 불과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장작을 패러 오는 한 인물에게 빚을 갚고자 그의 오두막집을 찾아간다. 거기서 우연히 발견한 그 녀석. 가난하지만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근엄했던 제 주인을 닮아 고귀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아, 어쩌면 그것은 제 주인의 인품과 성격을 그대로 내비치는 매개물일지도 모르겠다. 고상한 성품은 부와 지위, 어떠한 아름다움에서도 나오지 않음을, 이따금 그런 성품을 지닌 이를 만나 자신 역시도 고결함의 축복을 누릴 수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saeumbooks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계문학 #허먼멜빌 #단편소설 #새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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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일기 - 시간 죽이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2
송승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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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오늘 얼마만큼의 시간을 죽였던가.

구글에 '시간 죽이기'라고 검색하면 wasting time 즉, 시간 허비라는 말로 그 의미를 대변한다. 하지만 '죽이다'라는 말 속에는 마음이나 의식 속에 남아 있지 않도록 잊다라는 의미도 녹아 있다는 사실. 결국 '시간 죽이기'란 시간을 잊고, 나를 잊는 무아경에 이른다는 의미를 내포하는지도 모르겠다.

2. 나는 무언가의 오덕후이자 마니아이고 싶었다.

어느 분야에든 열정과 흥미를 지닌 이들은 주변에 강렬한 열기를 내비치는 듯하다. 이따금 남이 보기에 무용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향한 그들의 크고 작은 노력과 집착은 이내 무용한 것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바꾸곤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까지 불씨를 지핀다. 자신이 빠져 있는 그것에 새로이 의미를 더하여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실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샤먼킹을 보고 죽음의 핵심을 속속들이 짚거나 투르 드 프랑스를 즐겨보며 도핑 문제를 논하는 저자에게 흠뻑 빠졌다고나 할까. 아아,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죽이고, 누군가를 위한 덕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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