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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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바틀비 #도서협찬

1.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란 문서를 베껴 쓰는 일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말 그대로 쓰고 또 쓰는 지루한 노동의 연속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변호사인 '나'는 처리할 서류가 늘어나면서 필경사 한 명을 더 고용했다. 예상했겠지만, 그 신입이 바로 바틀비였다. 그는 어느 사무실 직원보다 성실했고, 끈기있게 맡은 업무를 이행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부득이하게 그에게 자잘한 업무 하나를 부탁한다. 그때부터였다. 어떤 지시에도 그가 안 하는 편이 더 좋겠다고 이야기한 게.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반복해서 되뇌던 그가 맞이한 결말. 그건 예상치 못한 파멸이었다. 파멸보다 더한 파멸적인 단어가 존재했더라면 나는 그 단어를 쓰고 싶을 정도. 어째서 그가 안 하는 걸 택했는지 그저 어림짐작해 볼 따름이다. 그는 꺼져가는 촛농, 아니 어쩌면 다시는 불이 붙지 않을 초와 같지 않았을까. 그는 여기(사무실)에 오기 전부터 이미 희망, 행복, 믿음 등을 인생에서 지워 버린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명확한 교훈 앞에 독자인 나는 이렇게 외친다.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2.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

들어보시오! 경쾌하게 울어 젖히는 수탉의 소리를 들었다.

지독한 빚에 시달리던 '나'는 그 소리의 출처를 찾아 한 번 두 번, 그렇게 귀를 쫑긋 세웠다. 내 피를 끓게 만드는, 예사롭지 않은 울음소리를 지닌 녀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녀석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궁금해진 '나'는, 녀석을 찾아 마을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아! 힘을 솟아오르게 하는 녀석의 울음소리. 그 소리에 의기양양해진 나는, 수시로 찾아와 독촉하는 빚쟁이를, 평소라면 주눅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호기롭게 끌어내 쫓아버렸다. 다시 그 수탉을 찾아 길을 나섰고, 어느 부유한 신사의 집에 그 녀석이 있을 거라 짐작해 찾아갔다. 하지만 그의 집에서 본 닭들은, 소유주와 너무도 비슷하게, 뚱뚱했고 누런 색을 띤 생명체에 불과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장작을 패러 오는 한 인물에게 빚을 갚고자 그의 오두막집을 찾아간다. 거기서 우연히 발견한 그 녀석. 가난하지만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근엄했던 제 주인을 닮아 고귀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아, 어쩌면 그것은 제 주인의 인품과 성격을 그대로 내비치는 매개물일지도 모르겠다. 고상한 성품은 부와 지위, 어떠한 아름다움에서도 나오지 않음을, 이따금 그런 성품을 지닌 이를 만나 자신 역시도 고결함의 축복을 누릴 수 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saeumbooks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계문학 #허먼멜빌 #단편소설 #새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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