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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 - 삶의 면역을 기르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멕 애럴 지음, 박슬라 옮김, 김현수 감수 / 갤리온 / 2023년 7월
평점 :
“우리 삶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작고 일상적인 일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 활력과 열정, 잠재력을 고갈시키는 것 역시 작고 일상적인 일이다.” (p10)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뻐끔뻐끔 줄담배를 피우던 어느 날이었다. 옆에서 나란히 담배를 피우던 친구가 나를 향해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퍼붓는 게 아닌가. “그 사람을 만난 게 후회되느냐”,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냐” 등등. 나는 조금 시간을 두고 대답한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뭐라고 말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타임머신처럼 과거의 어느 순간들을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그 기계를 작동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기계를 사용하고 또 사용하여 전문가처럼 능숙하게 운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우고 싶은 과거도, 상처받은 순간도 많았던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시간의 힘에 의지해 그저 묻어두었을 뿐이었다. 과연 시간의 힘은 위대했다. 부서지고, 흩날리며 그 크기를 작디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라지진 않았다.
스몰 트라우마는 이처럼 사라지지 않는, 하지만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작은 상처를 말한다. 부서진 돌이 바람이나 날씨의 변화로 커다란 퇴적암이 되듯 작은 상처가 모여 정신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수면 장애, 섭식 장애, 완벽주의, 불안, 가면증후군 등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작은 트라우마가 홀로, 때로는 연합하여 나를 완전히 멈춰세울 수 있음을 알고는 정말이지 놀랐달까.
한편, 누적된 스몰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AAA 접근법을 제시한다. 인식하고, 수용하고, 행동하는 것. 인식한다는 건 발견한다는 것이고, 행동한다는 건 말 그대로 스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인데 수용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 헤매던 나에게, 친절한 저자는 어느 시점이 되어 수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용이란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우여곡절과, 좋고 나쁜 것을 기꺼이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므로 수용은 절대로 체념과 같지 않다.” (p52)
저자가 제시하는 스몰 트라우마 해결책에 따라, 특히나 나를 옥죄는 불안과 완벽주의, 그리고 수면 장애 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면 효율 – 수면 제한 – 수면 조정으로 이어지는 수면 장애 해결책과 부정적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게 하는 ASK 질문법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지 치료와 접목해 활용할 수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츨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