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 도둑맞은 내 시간을 되찾는 30일 플랜
캐서린 프라이스 지음, 박지혜 옮김 / 갤리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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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행동 통제력이 상실되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박적으로 갈구하게 되고..." (노먼 도이치, "기적을 부르는 뇌")

✔스마트폰에 관한 불편한 진실.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걸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건네는 스마트폰에, 그래서 더 자주 손이 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새로움은 지루한 일상에 복복한 향기와 함께 질펀한 재미마저 선사하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숨 막히는 불안을 느낄 때면 마치 과자 CM송의 가사 일부처럼 절로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나를 뒤늦게 알아채곤 한다. 무서운 건 술자리에 얼굴만 비추고 오겠노라 다짐해놓고선 어느덧 덥썩 한 자리를 차지해 '부어라, 마셔라!' 외치고 있듯 반짝거리는 스크린을 들여다보다 몇 시간 훌쩍 지나가는 일이다. 정말이지 공포가 따로 없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대상들 사이의 연결점을 잇는 능력이 발달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 역시 발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힘, 우리가 흔히 통찰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오히려 지루할 때 얻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겹겹이 이어지고, 이를 기워 붙이다 스쳐가는 통찰을 완전히 붙잡기까지 스마트폰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생각을 이어가려고 하면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방해만 했으니 녀석을 향한 분노가 치솟아오르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스마트폰과 관계를 다시금 정립하자고 마음을 확고하게 먹었다. 혹시 이번에도 마음만 굴뚝이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영혼의 단짝인 그 녀석과 적당한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지금, 저자가 제시한 여러 사례가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사례들 가운데 내가 차용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스테이프리' 앱을 설치해 하루 중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과 횟수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2.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나를 마주할 때 www 상기하기
1) what for : 무엇을 얻자고 스마트폰에 손을 뻗냐구요
2) why now : 왜 하필 지금 스마트폰에 손을 뻗냐구요
3) what else : 스마트폰 말고 손 뻗을 대상은 없나요

3. 스마트폰에 리마인더 부착하기. 참고로 나는 폰 케이스 안쪽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스마트폰의 초대에 매번 응할 필요는 없다.'

4. 스마트폰 제한 시간 설정하기
: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오후 1시 반에서 2시 반 사이, 오후 10시 반에서 11시 반 사이 등 평소 가장 자주 사용하는 시간대를 제한 시간으로 지정하자 하루 중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상당히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woongjin_readers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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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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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애타게 부르짖던 좋은 학술서란, 특히 과학을 다룬 도서에서, 바로 이런 종류가 아니었을까. 글이 난삽하여 지적 호기심을 조금 채워보기도 전에 진을 다 빼는 그런 책 말고 어려운 용어도 그 순간에는, 비전공자라도 이해할 수 있게 교정에 힘을 기울인 책. 자신이 일군 연구 성과를 은근하게 뽐내고자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신 독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여러 사례를 재미있게 제시한 책. 저자가 다음에 낼 책을 기다리게 하는 책. 결론은 이 책이 생물학에 문외한인 나에게 아주 친절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또다시 안 읽고 배길 자신이 없다.

돌연변이가 생물학, 그 가운데 유전학과 발생학에서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점이 감명적이었다. 돌연변이란 쉽게 말해 원본과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과 ‘다름’이 생명현상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셈이다. 돌연변이의 빈도는 비록 낮을지라도, ‘낮음’과 ‘다름’ 덕에 돌연변이는 오히려 귀하신 몸이 되었다. 셀 수 없이 많은 개체들이 복제를 거듭하는 와중에 아주 드물게 드러난 실수 하나로 돌연변이는 태어난다. 매우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그것이 외려 진화의 동력이 된다는 점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했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물학자들은 되레 다름을 호기심과 끈기를 지닌 채 바라보며 인간을 위해 공헌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에 생물학에 갖고 있던 좁쌀만한 관심을 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생물학이 이렇게나 재미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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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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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때 그 말에 기대어 지금껏 소설을 쓰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마음을 함께 좋다고 말해줬던 사람들.”

 

국밥을 먹고 배불뚝이가 되어 나오는 길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을 주인에게 건네는 연인의 모습이 눈에 밟혔다. 누군가는 고대했을 그 말을 무색하게도 나는 주인에게 안녕히 계세요라는 한마디만 거들었을 뿐이다. 맛있다는 말을 전하는 게 그리도 어렵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상대는 온종일 좋은 기분에 휩싸일 게 자명했다.

 

읽어야 할 텍스트가 환풍기 속 케케묵은 먼지처럼 한가득 쌓여있을 때, 글을 읽는 행위를 이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떤 글은 마치 자동 레이더가 그곳에만 빨간 불빛을 비추듯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이 너무 좋아서 오래 머물다가요.’ 그 한 마디를 알록달록한 박스에 포장해 건네고 싶어 글을 여러 번 썼다 지웠다. 그러다 이내 포기하고 저장 버튼만 꾹 누르고 다음 글을 읽어내려갈 때가 많았다.

 

아무리 말하기의 기술을 익혀도 어떤 마음의 이유는 말하고 설명하는 게 버겁고 막막하다.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면 마음의 좁고 깊은 부분을 펼쳐야 해서 힘든 고백처럼 느껴진다.”

 

글로 펼치면 마음과는 다르게 오히려 가벼워보인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마음의 좁고 깊은 부분을 펼쳐 글로써 세상 밖으로 내보일 때 내가 오래도록 간직한 그 마음이 온전히 표현되지 못할까 두려워 꾹꾹 눌러삼킬 때가 많았다. 물론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표현하지 못할 때가 훨씬 많긴 했지만.

 

내 마음이 지옥이면 나와 연결된 온점의 마음도 그럴 테니까. 온점과 연결된 다른 사람의 삶도 같이 절망에 빠질 테니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책 속의 말을 나는 이제야 알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질 내 마음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비단 내 마음이 나만의 것이 아닌 듯하다. 마음 자체에도 본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알게 모르게 나누어진다는 것. 그래서 마음을 관리하고 길들이는 게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눌 거라면 좋은 마음을 나누고 싶으니까.

 

소설가가 세상에 펼쳐낸 내밀한 이야기. 자꾸만 버스의 하차벨을 누르고 싶어지는 이야기의 향연에 책장을 덮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꼭 전하고 싶었던 그 말. ‘글이 좋아서 오래 머물다 가요. 정말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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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수업 - 내 안의 충동에서 자유로워지는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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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다, 나중에 하자.’ 

‘피곤하다, 나중에 하자.’ 

‘컨디션이 별로다, 나중에 하자.’ 

‘그냥, 나중에 하자.’

 

미루기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선택지. 

나중으로 넘겨서 이루어낸 일은, 단언컨대 하나도 없었다. 

세네카는 그런 나를 ‘바보’라고 칭했다. 

'절제하기에는 너무 나약하고, 겁이 너무 많으며, 자기 규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녀석 말이다. 

몽테뉴가 한 말은, 그래서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는 '다른 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지금도 할 수 있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왼다."


이제는 오만한 바보 역할을 그만두어도 좋겠다.


쾌락만 좇고 고통을 회피하는 삶은 

익숙한 편안함을 내게 안겨주었다.

하지만 익숙한 편안함에는 아이러니가 서리어 있었다.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마음은 불편함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익숙한 편안함은 우리를 망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친구 삼아 보낸 하루는 어떠했던가

당장 불안을 없애자고, 마음이 편하자고

작고 네모난 기기에 의존할 때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허한 마음을 달래고자 친구를 불러내어

다음날이면 생각도 나지 않는 

객쩍은 말들을 건네며

술잔을 기울였을 때는 무엇이 남았던가.


절제는 가장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대하는 것.

스마트폰, 술, 그리고 지금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유혹거리들에 ‘아니오’를 건네는 용기.


자기 절제를 대신해 완벽주의가 은연중에 스며들어

마비의 주문을 걸고, 

그대로 멈춰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패를 다시는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그래, 고통 속에 나를 집어넣는 훈련을 거듭하자.

긴장되는 상황에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넣은 덕에

남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 지금의 내가 되었듯.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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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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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을 최대한 보류하자고 마음먹은 순간은.

마냥 선하다고 생각한 내 앞의 누군가가

다른 이들에게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순간이었을까.

 

어느 순간 나는, 사람은 맡은 역할에 따라 선에서 악으로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다움에 대한 정의는, 그래서 마냥 긍정적일 수 없었다.

선악의 공존, 의뭉스러운 얼굴을 감추는 다양한 가면, 허영심, 우월감 등

인간답다는 말 속에는 그런 요소가 밑바탕으로 자리한다고 생각했다.

 

타인도 나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행복을 원하며, 자기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존중의 태도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한다.”

 

존중이란 내게 호의를 보이는 이들에게 행하는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껏 만난 수많은 인간 군상 앞에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존중은 비슷한 형태의 그것으로 돌아올 때가 간혹 있었고, 무시와 깔보는 태도로 응하는 이들 앞에 쉬이 그 힘을 잃었다.

 

굳이 타인에게 존중을 먼저 내보일 필요가 있을까, 자문하던 나에게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흘린 한 마디 말이 강렬하게 솟구쳤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깔본다고 해서 내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어요. 그런 이들 때문에 상처받아 덩달아 나까지 무지한 이로 만들지 마세요.”

 

어쩌면 저 말이 없었다면 책에서 언급한 인간다움에 대한 대부분을 부정했을지 모르겠다.

 

권위주의에 불복하고, 나치와 파시즘의 억압에 저항하며 힘겹게 쌓아 올린 이성과 인간의 존엄도, 인간은 항상 악한 존재만은 아니며 상대의 어려움을 더불어 염려할 줄 아는 공감을 지닌 존재라는 점도, 그리고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자유를 지닌 존재라는 점도 이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받아들인다. 인간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도 말이다.

 

인간다움을 지양하는 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내가 되도록.

 

그 정도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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