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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을 최대한 보류하자고 마음먹은 순간은.
마냥 선하다고 생각한 내 앞의 누군가가
다른 이들에게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순간이었을까.
어느 순간 나는, 사람은 맡은 역할에 따라 선에서 악으로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다움에 대한 정의는, 그래서 마냥 긍정적일 수 없었다.
선악의 공존, 의뭉스러운 얼굴을 감추는 다양한 가면, 허영심, 우월감 등
인간답다는 말 속에는 그런 요소가 밑바탕으로 자리한다고 생각했다.
“타인도 나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행복을 원하며, 자기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존중의 태도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한다.”
존중이란 내게 호의를 보이는 이들에게 행하는 것이라는 믿음은, 지금껏 만난 수많은 인간 군상 앞에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존중은 비슷한 형태의 그것으로 돌아올 때가 간혹 있었고, 무시와 깔보는 태도로 응하는 이들 앞에 쉬이 그 힘을 잃었다.
굳이 타인에게 존중을 먼저 내보일 필요가 있을까, 자문하던 나에게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흘린 한 마디 말이 강렬하게 솟구쳤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깔본다고 해서 내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어요. 그런 이들 때문에 상처받아 덩달아 나까지 무지한 이로 만들지 마세요.”
어쩌면 저 말이 없었다면 책에서 언급한 인간다움에 대한 대부분을 부정했을지 모르겠다.
권위주의에 불복하고, 나치와 파시즘의 억압에 저항하며 힘겹게 쌓아 올린 이성과 인간의 존엄도, 인간은 항상 악한 존재만은 아니며 상대의 어려움을 더불어 염려할 줄 아는 공감을 지닌 존재라는 점도, 그리고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자유를 지닌 존재라는 점도 이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받아들인다. 인간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점도 말이다.
인간다움을 지양하는 이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내가 되도록.
그 정도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