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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대
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상실, 그리고 우리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는 걸 두고 ‘상실’이라고 말한다.
상실을 경험한 누군가는 ‘우리’에서 혼자가 되고,
같은 고통과 슬픔을 겪은 이들이 모여
다시 ‘우리’를 이루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일 때, 삶은 흘러간다.
그리고 그 ‘우리’는 끈끈하고, 결속력이 강해
어떠한 풍파에도 쉬이 깨질 수 없다.
분명 나는 그렇게 믿었다.
상실이 주는 아픔과 떠난 이를 향한 그리움에 파묻혀
혼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삶은 흐르지 않고 정체된다고 믿었다.
내 안에서 ‘우리’의 인상은 그만큼 강렬했고,
그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다랬다.
소설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들여다보고,
경험한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는, 이 소설에서,
공동의 상실이 같은 상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상실을 겪고 홀로 남은 누군가가
다시 ‘우리’가 되고자 애쓰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몇 번이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였던 시절을 지우진 못했다.
함께 본 아름다운 풍경도 혼자일 땐 평범했고,
함께 나눈 기억을 없던 것으로 돌릴 수 없었다.
‘우리’에서 혼자가, 혼자에서 다시 ‘우리’가 되었지만
다시금 ‘우리’가 되었을 때, 이전과 같을 의미일 수 없었다.
같은 계절을 보낸 ‘우리’가,
그 계절을 함께 보낸 것을 분명히 기억하는 ‘우리’가
어느덧 다른 계절을 맞이하고,
멀찍이 떨어지게 되었다.
누군가는 멀어진 거리를 새로운 ‘우리’로 채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홀로 남아 ‘우리’였던 기억으로
삶을 이어간다.
삶이 계속되는 한 상실은 여러 번 우리를 찾아와
물을 것이다.
‘우리’였던 것과 새로운 ‘우리’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