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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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감과 아쉬움이 입에서 새어나온 한숨에 뒤엉긴다.

수록된 단편 모두 두 감정 사이를 오고가며 단편집의 균형을 맞춘다.

정작 표제인 열린 어둠은 자못 실망스럽다.

살해 동기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건 물론

선생인 마사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살인의 전모를 밝히는 과정은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순서에 실린 이 단편은

그렇게 나의 기대감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편집의 묘미는 수록된 단편 가운데 하나라도

자신의 눈을 사로잡을 때 느낄 수 있다.

그 단편이 주는 재미와 반전에 놀라고, 인물 간의 감정선에 흠뻑 빠지다보면

책을 향한 인상이 완전히 뒤바뀐다.

 

그렇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이중생활

열린 어둠이 피운 아쉬움의 연기를 끝끝내 지워내고 만족감의 불씨를 새로이 피워냈다.

사랑이 자리한 곳에 증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어두운 감정만이 남아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지만

되레 상대를 향한 증오 덕에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감정 역시 사랑의 일종이라 할 수 있을까?

 

한편, '이중생활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배신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자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다.

슈헤이에서 비롯된 삼각관계로

다른 두 사람은 괴로움이 절정에 달하고,

각자 상식에서 벗어난, 끔찍하고, 예상치 못한 일을 저지른다.

내가 느낀 괴로움을 상대에게 전가하고자

저지르는 모든 일들이 너무도 섬뜩했다.

 

누군가를 향한 악의는 머지않아 살의로 이어질 수 있다.

살인의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악의를 품은 대상이 바라는 건 상대가 자기 이상으로

괴로움을 느끼길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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