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일기 - 시간 죽이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2
송승언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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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오늘 얼마만큼의 시간을 죽였던가.

구글에 '시간 죽이기'라고 검색하면 wasting time 즉, 시간 허비라는 말로 그 의미를 대변한다. 하지만 '죽이다'라는 말 속에는 마음이나 의식 속에 남아 있지 않도록 잊다라는 의미도 녹아 있다는 사실. 결국 '시간 죽이기'란 시간을 잊고, 나를 잊는 무아경에 이른다는 의미를 내포하는지도 모르겠다.

2. 나는 무언가의 오덕후이자 마니아이고 싶었다.

어느 분야에든 열정과 흥미를 지닌 이들은 주변에 강렬한 열기를 내비치는 듯하다. 이따금 남이 보기에 무용한 것일지라도 그것을 향한 그들의 크고 작은 노력과 집착은 이내 무용한 것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바꾸곤 한다. 그리고 내 마음에까지 불씨를 지핀다. 자신이 빠져 있는 그것에 새로이 의미를 더하여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실로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샤먼킹을 보고 죽음의 핵심을 속속들이 짚거나 투르 드 프랑스를 즐겨보며 도핑 문제를 논하는 저자에게 흠뻑 빠졌다고나 할까. 아아,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죽이고, 누군가를 위한 덕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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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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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크고 튼튼하다 자부한 미국이라는 선박이 지금, 바다 한가운데 어딘가에서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기주의, 정치 갈등, 부패라는 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수많은 암초를 만난 까닭인데요. 이러한 미국의 슬픈 현실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모두가 비슷한 위기에 직면한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걸까요?

1. 미국이 마주한 수많은 암초 가운데 하나는, 세금 감면에서 비롯된 부의 고착화입니다. 세금 감면은 개인과 기업이 빠르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정작 부를 축적하는 대상은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거대 기업에 한합니다. 일례로,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세금 감면을 원동력 삼아 연 평균 7퍼센트 성장을 구가하는 '켈틱의 호랑이' 아일랜드에서 정작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외치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는 애플 같은 거대 기업이 아일랜드의 감면 정책을 적극 활용해 겉으로 보이는 성장률 수치만 올렸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감면 혜택을 오로지 거대 기업만이 누릴 때, 부는 재투자되지 않고 다른 대상과 격차만 벌릴 따름입니다. 이에 저자는 일회성 부유세를 주장하며 부유한 가구나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 미국이 만난 두 번째 암초는, 소셜 미디어 회사의 성장이 촉발한 여러 사회 문제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데요.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실제로 검열하는 건 오로지 '우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사회적 관심사나 통합, 행복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외려 많은 이들을 분노와 선정성으로 점철된 콘텐츠로 유혹하며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되도록 하지요. 그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곳에서 그들은 막대한 광고 수입을 벌어들입니다.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무색하게, 소셜 미디어는 분노와 분열을 유발하고, 직접 대면이라는 상호 작용 빈도를 줄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독과 불안, 우울을 울부짖는 데 소셜 미디어 회사의 책임이 없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3. 미국이 만난 또다른 암초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진정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정작 많은 사람들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입니다. 게다가 대학등록금과 청년 평균소득의 갭은 더욱이 커져만 가고, 부모 세대에 비해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되레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 캥거루족과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매년 늘고 있는 건 마냥 묵과할 수 없는 문제겠지요.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요즘 청년들은 근성이 부족하다", "편한 것만 좇으려 한다"라고 비판합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고려치 않고 자기 세대와 경험에 비추어 쉬이 비판만 늘어놓는 건 왠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왜 청년들이 분노를 늘어놓는지, 무엇이 청년을 구석으로 몰아세웠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는 미국이 마주한 지금의 수많은 위기가 외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주창합니다. 그리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걸 지향 또 지향합니다. 하지만 정작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기회를 찾아 큰 성장을 거둔 금융 및 기술 회사, 특히 빅테크 기업에는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이 시장을 선점하여 큰 혜택을 누리되 되레 수많은 사회 문제를 초래한다는 사실과 그들에게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말은 전적으로 수긍합니다만, 저자의 분노가 일방적으로 이 같은 기업과 ceo들에게 쏠리는 건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한다는 나름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듯 보였습니다.

@woongjin_readers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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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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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해 준 시선과 이야기에 관하여>

그저 저자의 시선 뒤에 서서 나의 시선을 따라갔을 뿐이었다. 그녀가 마주한 모든 것들, 예를 들어 약국을 방문한 손님이나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수업 중에 실험체로 사용한 귀뚜라미와 어느 순간 돌려본 책과 영화 등에서 나온 사유에서 어떤 이끌림 같은 게 있었다. 그것 모두 신파처럼 억지로 무언가를 자아내는 게 아닌, 정처없이 걷다보니 마주한 신비로운 장소 같다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리고 이어진 생각. 나를 둘러싼 사람과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거기서 떠오르는 추억과 그 너머의 이야기에 오래도록 몸을 맡겨보는 것. 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무수한 것들이 다시금 내게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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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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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는 우리 현실의 이상향으로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모두가 생각하는 최선, 그러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허. 이렇듯 유토피아는 최선과 공허를 먹고 자란다. 그렇다면 그와는 반대로 뻗어, 극한으로 치닫는 디스토피아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반이상향, 하지만 공허보단 실존에 가까운 무언가.

저자가 소설에서 구축한 세계는 자못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진 세계. 그곳에서 인간들은 점차 발 디딜 곳을 잃어간다. 바이러스를 품은 빙하가 바다에 녹아들자 그들은 생존을 위해 유전자 편집을 시도한다. 바다와 육지 생물의 유전자와 인간의 그것을 결합하여 살길을 모색하는 이들. 살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 앞에 윤리적 가치는 궤상공론이었다.

생존은 본능. 하지만 생존 앞에 무엇도 우선할 수 없자 본능은 욕망으로 변질한다. 살기 위한 몸부림에 인간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마저 희생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억척스런 노력은 육지가 바다에 모두 잠겨도 일부 살아남는 결과를 낳는다. 탐욕스런 그들에게 바다와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바다란 디스토피아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에 익숙해진, 적응한 이들에게 바다란 유토피아 그 자체였다. 탐욕스런 인간이 만들어낸 신인류. 그들은 바다를 한없이 아름다운 곳이자 생명이 깃드는 곳으로 여겼다. 욕심으로 점철된 인간들 탓에 그들은 피해를 보거나, 때론 죽음을 맞이하지만 결코 인간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죽음은 순환이고,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바다에 압도된 인간들이 생존을 위해 내린 선택들이 되레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모습. 그들은 육지를 잃고, 선상을 떠도는 배를 잃고, 해저 도시를 잃고, 돔을 잃는다. 모든 걸 잃은 그 세계를 디스토피아라 여겼건만, 탐욕으로 점철된 잘못된 세계가 다시금 회복되는 걸 두고 마냥 디스토피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덮자 디스토피아마저 실존이 아닌 공허에 가까워 보였다.

#출판사 @rabbithole_book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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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오후 4시 반 - 당신의 성장은 계속되어야 한다
양윤정.이승우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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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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