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평점 :
세계에서 가장 크고 튼튼하다 자부한 미국이라는 선박이 지금, 바다 한가운데 어딘가에서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기주의, 정치 갈등, 부패라는 위기의 파도에 휩쓸려 수많은 암초를 만난 까닭인데요. 이러한 미국의 슬픈 현실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 모두가 비슷한 위기에 직면한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걸까요?
1. 미국이 마주한 수많은 암초 가운데 하나는, 세금 감면에서 비롯된 부의 고착화입니다. 세금 감면은 개인과 기업이 빠르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정작 부를 축적하는 대상은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거대 기업에 한합니다. 일례로,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세금 감면을 원동력 삼아 연 평균 7퍼센트 성장을 구가하는 '켈틱의 호랑이' 아일랜드에서 정작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외치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는 애플 같은 거대 기업이 아일랜드의 감면 정책을 적극 활용해 겉으로 보이는 성장률 수치만 올렸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감면 혜택을 오로지 거대 기업만이 누릴 때, 부는 재투자되지 않고 다른 대상과 격차만 벌릴 따름입니다. 이에 저자는 일회성 부유세를 주장하며 부유한 가구나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만,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 미국이 만난 두 번째 암초는, 소셜 미디어 회사의 성장이 촉발한 여러 사회 문제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데요. 소셜 미디어 사이트가 실제로 검열하는 건 오로지 '우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들에게 사회적 관심사나 통합, 행복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외려 많은 이들을 분노와 선정성으로 점철된 콘텐츠로 유혹하며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되도록 하지요. 그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곳에서 그들은 막대한 광고 수입을 벌어들입니다. 물리적 제약 없이 다양한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무색하게, 소셜 미디어는 분노와 분열을 유발하고, 직접 대면이라는 상호 작용 빈도를 줄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독과 불안, 우울을 울부짖는 데 소셜 미디어 회사의 책임이 없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3. 미국이 만난 또다른 암초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진정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정작 많은 사람들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입니다. 게다가 대학등록금과 청년 평균소득의 갭은 더욱이 커져만 가고, 부모 세대에 비해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되레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 캥거루족과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매년 늘고 있는 건 마냥 묵과할 수 없는 문제겠지요. 이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요즘 청년들은 근성이 부족하다", "편한 것만 좇으려 한다"라고 비판합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고려치 않고 자기 세대와 경험에 비추어 쉬이 비판만 늘어놓는 건 왠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왜 청년들이 분노를 늘어놓는지, 무엇이 청년을 구석으로 몰아세웠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는 미국이 마주한 지금의 수많은 위기가 외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주창합니다. 그리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걸 지향 또 지향합니다. 하지만 정작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기회를 찾아 큰 성장을 거둔 금융 및 기술 회사, 특히 빅테크 기업에는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들이 시장을 선점하여 큰 혜택을 누리되 되레 수많은 사회 문제를 초래한다는 사실과 그들에게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말은 전적으로 수긍합니다만, 저자의 분노가 일방적으로 이 같은 기업과 ceo들에게 쏠리는 건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한다는 나름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듯 보였습니다.
@woongjin_readers 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