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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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근,현대 상황들의 종합적인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실상 배경이 일본이라는 사실만 제외하면 한국에서도 크게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허례허식과 허세,사치에 길들여진 젊은층들, 남성과 여성의 수직 구조, 극심한 빈부격차, 인간관계의 삭막함, 가족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된 개개인의 문제들과, 그 너머의 부동산의 오류와 모순, 매스컴의 문제같은 사회,경제 문제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 소설 자체는 98년에 완성된 거의 20년전의 소설이고 8,90년대를 중심으로 그 이전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지만 ‘옛날 이야기’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 시대에서도 일치되고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고 그래서 더 등골이 오싹하고 섬뜩했다.
초반엔 전지적 기자(작가)시점의 인터뷰 형태 서술이 조금 낯설고 딱딱했는데, 결론적으론 이 서술방식 때문에 스토리의 묘미가 더 살아났다.
‘전해들은 지식’, ‘입력된 정보’가 ‘실제 체험’으로서 이 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이 서술구조 자체로서 설명된다.
하나의 큰 사건에 연결된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삶. 현대인들이 아무리 개인주의 삶을 지향한다고 해도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한 나라에 소속된 시민인 이상, 인간끼리 더불어 살지 않고선 절대 살아갈 수가 없는 존재인 것이다.
랜덤으로 정해진 가족이라는 그 불공평한 관계 역시도 쉽게 떼어내기 힘든 하나의 ‘사회’이자 ‘관계’이다.
양 극에 있을 것만 같은 서로 아무런 관련 없는 인물들과 장소들이 서로를 빨아당겨 한 사건에서 만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세상에서 완벽한 개인의 삶은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외면해도 어쩔 수 없는 사회의 시스템 속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그러므로 결코 이기적인 태도로만 세상을 살아가면 안된다. 그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만 되는 암묵적인 의무다.

세상은 불공평 투성이다. 착한 사람이 죽는 것도 불공평하고, 못된 사람이 오래 사는 것도 불공평하고,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불공평하다. 못된 사람이 돈 많은 것도 불공평하고, 착한 사람이 가난한 것도 불공평 하다. 이 외에도 우리의 삶 곳곳에 수많은 불공평이 자리잡고 있다.
유난히 온갖 불공평을 다 짊어지고 태어나 평생 그 짐에서 해방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한 불공평 속에서도 나름대로 견디고 극복해내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에서는 각기 다른 연령층들과 그들 각자의 불공평들을 그려내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풀어나간다.
각자의 ‘불공평’과 ‘분노’가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과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인간’이 사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그 뿌리는 같다.
하나의 커다란 나무 아래 존재하는 수십 개, 수만 개의 뿌리처럼 인간들은 각자 존재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고,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사회의 법과 질서, 관념에는 오류가 많다.
살인자를 무서워하고 비난하는 것은 사회지만, 결국 그 살인자를 만드는 것 역시 이 사회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살인사건의 실상은, 사회 제도와 관념의 어긋남에 있다.
누군가들이 살해 당한 와중에도 매스컴의 냄비처럼 여기서 들끓었다 식으면 다른 곳으로 참 쉽게 이동해 버리는 인간들의 모습은 사회 속 인간관계의 어긋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자, 씁쓸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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