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상 편보다 좀 더 그로데스크하고 난잡하고 난해했으나 그 겉을 둘러싸고 있는 건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운 어떤 것이었다. 세상은 메타포. 단어도, 문장도 메타포. 이 현실세계는 파고 들면 파고들수록 점점 미궁 속이다.
모두의 열 다섯은 위태롭고 몽롱하다. 마음 속 공백에 대한 의문과 슬픔과 증오를 초현실적으로 구사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잔잔한 전율을 만들어냈다.
그다지 의외랄 것 까지는 없지만, 앞전의 난해함에 비해 다소 희망적이고 당찬 결말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대중 소설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해변의 카프카’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실, 소설 자체만 놓고 보면 일반 대중들이 흥미위주로 쉽게 술술 읽을만한 소설은 아니다. 글 속의 수많은 상징과 메타포를 발견하고 해석해 직접 가슴으로 느껴야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개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한 문장도 몇 번씩 곱씹어야만 한다. 아마 이처럼 청소년 성장 드라마를 본 듯한 약간 허무한 결말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두루뭉술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엔 결말이 살짝 무책임 하다고 느꼈으나 몇 번 곱씹고는 결말이 소설 전체의 심오한 철학을 좀 더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로서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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