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의 진실이란 존재할까.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지식이 가짜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1%의 역사지식이 아닌 99%의 역사, 실제 역사가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의문들을 제시하고 있다.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미지의 땅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이민족과 괴물이 사는 이질적인 곳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돼왔다. 경제구조와 코로나19가 가져온 큰 변화로 선진국으로 꼽히던 나라들의 허술함이 드러나는 반면 중국과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편견과 폭력을 극복하고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역사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줄 것이다.

 

근대 문명관에서 배제된 고대사의 주역들. 우리 역사에도 있는 미지의 땅’.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미개인이나 야만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습관이지만 단순히 무지한 옛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탐험의 시대에 서구인들은 각 지역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현지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며 놀림감으로 만들었고, 심지어 20세기 초반 유럽에는 각지의 사람들을 모아서 살게 한 인간 동물원’(Human Zoo)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도 실은 제국주의 국가의 인종주의적 편견이 가득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세기 전반 나치의 등장으로 인종주의가 절정에 달하면서 결국 끔찍한 대학살을 낳았는데, 그 기저에는 아리안주의라는 왜곡된 역사관이 있었다. 이처럼 역사의 편견을 바로잡는 것은 단지 과거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인종주의의 근원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무지와 편견을 깨기 위해선 유라시아의 시야에서 교류의 역사를 증명하는 기존의 고고학 자료들을 재해석함으로써 한국 고대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잊힌 여러 지역과 민족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것이 동북공정 등을 통해 변경지역의 역사를 전유하고 자기 역사의 무게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역사관이나, 스스로를 추켜세우기 위해 자기모순을 드러내는 일본의 역사관을 답습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고고학이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문화재를 강탈하면서 발달한 근대의 학문임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도 많다. 서구의 박물관에 넘치도록 진열되어 있는 약탈 문화재들은 제국주의 국가의 후계자들이 여전히 그것을 전리품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폭력성이 이제는 점차 드러나고 있는데,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모델 랭던 워너는 실크로드의 불교 미술품들을 파괴하고 약탈한 주범으로 오늘날 지탄받고 있고, 아시아 유물을 대거 수집해 미국의 아시아 연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아서 새클러의 가문은 얼마 전 마약 스캔들로 오명을 얻어 각 기관들이 허겁지겁 그 이름을 지워내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을 맺으며 미지의 땅과 역사는 야만이상향도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각자의 조건에 맞도록 살아온 터전이자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찬란하며 신비로운 옛이야기에 지나친 환상을 품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문화 속에 은근히 스며들어 있는 과거와 타자에 대한 편견 역시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사람들임을 인정하되 객관적인 시각을 지향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의식이란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진실에 기반으로 한 역사의식의 제고야 말로 우리 현대인이 쟁취하고 진화시켜야 할 문화인식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진실의 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 인생 후반의 시간을 잘 기획하고 잘 쓰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 유영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한국 나이로 53세가 되었다. 만으로는 51세이다. 아직 직장에 다니는 나로서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삼십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을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미래에 대한 염두로 절치부심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즈음에 이 책을 만났다. 가볍게 읽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묵직한 울림이 명치끝에서 올라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객관적이고 지적인 저자의 통찰에 연신 고개가 끄덕여졌고 나도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새로운 목표가 뭐냐고. 그건 바로 ‘55’라는 숫자였다. 막연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나로서는 희망이 필요했었는데, 이 숫자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여튼 나로서는 새벽시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책 중간에 ‘Life style’이라는 장이 나온다. 55세가 되면, 일은 후배에게 넘겨주어야 하며, 자녀들은 독립할 때이고, 인생의 한 개 사이클이 끝을 향해 가는 시기라는 말을 하면서 또한 경쟁은 줄고, 조바심도 줄 것이고, 자기생활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조근 조근 따뜻한 위로의 말로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다이어리를 펼치고 숫자로 이루어진 미래의 목표를 백지에 꾹꾹 눌러가며 써내려갔다. 그때 숫자의 위력이 나타났다. 문자보단 뭔가 뚜렷한 의지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확실한 목표가 생기다보니 앞으로의 직장생활도 거뜬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불끈 솟았고, 새로운 이정표에 들뜬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고 다시 누워봤지만 소용없었다. 잠 못 이룬 새벽의 보상에 흠뻑 취해 날을 꼬박 세운 것이다. (새벽 2시 반에 일어났으니 아침에 머리가 무거운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 때가 되면, 크게 보면 직장생활 30년을 넘기는 게 작은 목표였는데 그걸 초과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도 전부 대학졸업을 해서 각자의 길로 들어설 것이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종식이 돼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수대통의 숫자가 아닐까싶다.

이 책의 장점은 객관성에 있다고 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가 읽은 많은 책이 나온다. 그 중엔 이미 읽은 책도 있을 것이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을 것인데, 주관적인 자신의 생각을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증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고, 독자들로 하여금 객관성에 준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점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런 것이 읽는 인간으로서 우리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여러분도 이 책에서 새로운 목표, New Goal을 한 번 세워보기 바란다. 2021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아직 목표를 세우지 못한 분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생활 29년차이다. C레벨은 아니지만 나름 충실히 직장생활과 삶을 이끌어왔다. 아들로서, 아빠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얘기다. 저자는 무한경쟁 시대에 0.1%로라는 C의 유전자를 진화시키라는 말을 하고 있다. 물론 목표를 크게 잡고 0.1%로 안에 입성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경쟁에 치여 적자생존에서 자리를 내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퇴직 후 자영업으로 살아남는 비율도 그리 크지 않은, 더욱이 코로나로 폐업하는 무수히 많은 자영업 사장들을 보면서 직장에서의 성공은 그림의 떡일지라도 도전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직위체제가 연공서열로 되어 있다. 물론 급여체제는 평가등급에 의한 연봉제와 성과급체제로 변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반반 섞였다고 봐야 적확한 답이 될 것이다. 차츰 이를 파괴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직장인들이 받아들여야 할 스트레스는 과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직장 내에서도 개인화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 직장문화,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 주던 그런 조직문화는 이제 과거의 역사 속으로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끈끈한 한국인의 정을 드라이한 개인주의 문화로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일인 기업을 내세우며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 독립선언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성공하는 이도 있고 실패해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이도 있지만, 대세의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직장 내 성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누구든 그런 욕망은 있으니까. 저자는 진급이 아니라 진화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제 직장에서의 계급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그것을 따르는 자’, 단 두 가지만 존재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당신이 되어야 할 존재는 당연히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이며, 기업은 이들을 ‘C레벨이라 부른다. 의사결정을 수행하기만 하는 수동형 오퍼레이터대체 가능한 인력이다. 빠른 속도로 AI가 개발되고 있는 지금, 오퍼레이터의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반면 의사결정을 내리는 ‘C레벨은 그 무엇에도 대체되지 않는다. C레벨은 곧 경영자를 의미하며, 자기가 맡은 업무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을 뜻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C레벨은 ‘CEO’ 정도이지만, CFO, CTO, CSO, CLO, CKO, CXO 등으로 C레벨의 세계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지면서 CEO(대표이사) 한 사람이 혼자서 재무·경영·인사·마케팅 등 모든 분야의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의 중요성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기에, 기업은 많은 C레벨을 두면서 각 직무의 머리와도 같은 그들이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으로 기업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 다섯 가지 C의 유전자는 다음과 같다. 오판의 초월 : C는 빠르게 결단하는 존재다, 자만의 초월 : C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다, 개인의 초월 : C는 조직을 장악하는 존재다, 악담의 초월 : C는 평판을 도구로 사용하는 존재다, 설득의 초월 : C는 거의 모든 것을 협상하는 존재다.

 

당신은 C레벨로 도약할 것인가, 오퍼레이터에 안주할 것인가? 그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역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을 비운다는 게 뭘까. 나이를 먹으면서 삶의 비밀을 하나씩 터득해 나가고 있다. 무척 더디지만. 욕망과 욕심으로 꽉 찬 젊음을 보내고, 흰 머리가 삐죽삐죽 나오는 나이가 되었다. 나무의 나이테로 보면 다섯 바퀴를 돌았다고 할까. 하지만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는 현실에 몸부림을 친다. 어느 노 시인이 자신의 산문에다 칠십이 다 되어도 아직 삶을 잘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삶을 안 다는 건 영원한 숙제로 남는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다.

어느 날 문득, 낯설게만 느껴지던 시집을 펼쳤다. 한 문장, 한 문단을 곱씹고 되새기면서 뭔가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 와 닿았다. 묵직함이 느껴졌다. 시인이 표현할 수 있는 시어들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도 그렇게 다가왔다. 조곤조곤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가 얼굴과 함께 떠올랐다. 버려진 우산에서 삶을 읽고, 짓뭉개진 열매의 흔적을 좇으며 마음으로 시를 쓰는 삶. 저자가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된 건 지난 3년간 1,000회가 넘도록 꾸려온 EBS 라디오 「정애리의 시 콘서트」의 영향이 크다. 저자는 이때를 시험 문제로만 만나온 시가 ‘살아서 내 안으로 걸어온 시간’이라 밝히며, 뉠 데 없는 마음을 시어로 달래 보기를 권한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는 저자가 손수 고른 시 몇 편을 감상과 함께 실었다. 지난한 하루의 끝에 쉼표를 찍듯, 지친 마음 한 자락을 시에 걸쳐두고 잠시 쉬어도 좋을 일이다.

페이지마다 글과 함께 있는 어여쁜 그림들이 눈에 밟히고, 기억 속에 아로새겨졌다.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여운은 깊게 남았다. 누군가에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었다. 표지 디자인도 깔끔하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괜찮다, 괜찮아. 내일은 더 괜찮아.” 라고 무겁게 내려앉은 아픔을 어루만지며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얘기해주는 듯했다.

또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갑갑한 심정때문인지 소소한 일상이 그리웠다. 어머니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친구들과 캠핑을 하면서 술을 곁들어가며 정답게 나누던 일들. 모임이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있었던 모임까지도 참석 못하는 신세가 되고 보니, 지금까지 있었던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우린 무엇인가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게 욕망이든, 돈이든, 물질이든, 욕심이든. 무한대의 소유욕으로 경쟁을 부추기며 살아간다. 그래프로 보면 좌에서 우로 상승하는 직선만이 지상의 목표인양, 하향곡선은 허용하지 않는다. 비워야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척.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는 듯. 채울 수 있으면 비울 수도 있다. 채우는 방법만 알지 비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우린 비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비우는 방법을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하나씩 비우다보면 어느새 몸에 배고, 축적이 돼서 다시 채울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싶다. 계속 채우기만 하니까 기형적인 사회가 되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며 욕망의 덩어리를 하나씩 내려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뿌듯함이 순간 일었다. 짧은 소설이지만 돈의 본질을 명쾌하게 깨닫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책이었다. 두꺼운 경제서적을 읽은 것 못지않게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통쾌함이 느껴졌다. 감동적인 줄거리에, 속 시원한 반전으로 인해 불과 3시간 만에 전부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념은 일본과 비슷하다고 한다. 돈을 천하게 여긴 결과로 경제지식에 대한 문맹률 1,2위를 앞서니 뒤서니 하고 있다고 하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교사상이 뼛속 깊이 박힌 탓이리라, 변명도 하고 싶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나 자신의 경제지식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월급 타면 안정적인 적금만 들어봤지 위험이 뒤따르는 투자는 절대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15년 전에 펀드에 대한 불편한 기억이 있어서였다. 반 토막이 난 상태로 매도를 할 수밖에 없었고 쓰디쓴 경험을 맛보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개미동학이니 뭐니 하면서 주식 신드롬이 다시 불붙고 있는데, 제대로 된 경제지식을 다소 습득한 이후로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3년 전에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한 것이 크게 위한이 되기까지 하였다.

이 책에서는 사업실패를 경험한 주인공이 나오는데, 실패의 쓴 맛을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 절절히 공감하며, 그가 위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했다. 실패했다고 해서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불굴의 정신을 터득할 수 있었고,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초지일관하는 자세로 읽어 내려간 탓에, 조커의 편지를 받아보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나와 한 꼬마 아가씨와의 약속이었어.’라는 문장에서였다. 반전이었다. 사업의 실패로 이혼한 가정의 딸이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했겠나, 하는 심정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조커라는 노인은 끝내 아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아이와의 신용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고, 조커는 그의 실패담을 끝까지 듣은 후 경영자의 자질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사업을 맡기면서 결말을 맺는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이었고 여운이 깊게 남았다.

이 책에서 돈의 그릇을 키우는 5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돈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 보면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알 수 있다. ”사람마다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다르다“ 그릇이 크지 않으면 어쩌다 돈이 들어와도 모두 나가버린다. ”빚은 돈을 배우는 아주 좋은 재료다“ 빚은 나쁜 게 아니다. 부채와 금리를 잘 다루면 부를 얻는다. ”실패란, 결단을 내린 사람만 얻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만 하는 이는 기회가 와도 도전하지 못한다. ”돈의 지배를 벗어나라“ 돈에 지배당하지 마라. 돈의 성격을 알고, 공생하는 법을 깨쳐라. 이와 같이 위 교훈을 책의 줄거리와 함께 음미하다보면 귀하고 중요한 돈의 개념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돈은 신용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병실에서 아이의 마지막 말이 귓속을 맴돈다. “……다행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