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에 무무 - 제8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
유자 지음 / 이루리북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세상, 다른 시선

작은 집에 무무/유자 글 그림/이루리북스2024


8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수상작 [작은 집에 무무]다. 상상만발 책 그림전에 수상한 작품을 몇 권 본 적이 있다. 작지만 의외의 생각, 기발한 발상의 전환으로 재미와 여운이 남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또 만나보고 싶었던 상상만발 책그림전 작품이기도 하다. [작은 집에 무무]의 작가는 유자.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림을 전공하고 작은 화실을 꾸려 아이들을 가르치다 그림책 세상에서 쓰고 싶은 이름을 고민하다가 자유를 거꾸로 한 '유자'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림책 세상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전해졌다.


[작은 집에 무무]는 그림이 단순하다. 단순한 선과 최소의 등장인물 그래서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주인공은 모모와 친구인 무무다.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학교가 끝나고 고층 아파트인 집으로 엄마와 가는 모모는 아주 아주 작은 집에 살고, 늘 혼자서 주먹밥을 먹는 무무는 "도대체 뭘 하는 걸까?"궁금하다. 후반부는 무무의 이야기다. 후반부는 작은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골목을 지나 숲 속 아주 아주 작은 집에 사는 무무의 자기 고백이다. 작지만 멋진 곳이라 말하는 무무가 사는 이야기가 궁금증을 다시 일으킨다.


작은 집의 창문으로 보이는 무무의 삶은 모모가 본 것처럼 뭔가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작은 집에 살고 있는 무무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낡은 스웨터를 입고 있지만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무무는 누구보다 행복하다. 아이가 커가면서 내가 보는 면만으로 아이를 단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보지 못한 면에서 아이는 다른 고민을 할 수도 있고, 자기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내 생각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지 나에게 묻는다.


심플한 그림으로 전달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마음에 찡하게 한다. 어린 아이들이라면 친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른이라면 생각이 깊어지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홍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로에게 전하는 마음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홍나리/창비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를 처음 만난 건 도서관에서다. 장애 아이들과 책을 나누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찾던 중 발견했던 책. 색연필로 그린 그림 속 아이와 아빠는 창가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 무엇보다도 아빠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을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부모님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이었다.


홍나리 작가의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는 2017년 국제 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IBBY에서 '모두를 위한 책'으로 선정되었고 9년 만에 더 큰 판형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라는 걸 알고는 더 마음에 따뜻하게 와닿는 느낌이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는 어릴 때부터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는 아빠와 건강한 아이의 이야기다. 아빠는 다른 아빠들이 아이와 자전거 타고 스케이트 타고 물놀이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신도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말을 아이에게 한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와 함께 해서 좋은 점을 말하면서 늘 밝다. 아이의 밝고 긍정적인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아빠도 아쉬움이 담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비 오는 날 밖에서 첨벙첨벙 빗물 놀이하고 싶진 않니?" 하며 아이의 마음을 묻는다. 친구들이 아빠와 함께 해서 좋은 점을 말한다면 이 아이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도 아빠가 있고,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걸 아는 아이는 행복하다.


휠체어를 탄 아빠는 처음과 마지막 장면에서만 나오고 가운데 내용 속에서는 어느 아빠들과 똑같다. 부모가 장애가 있어서 아이에게 해줄 수 없는 미안함을 가진 장애인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해하는 보통의 부모와도 나누고 싶은 책이다. 아이가 진정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이 아니라 내 부모와 나누고 싶은 삶이라는걸, 삶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어른에서 다시 아이에게로 이어짐을 느낀다면 지금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아빠는 늘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매일매일 아빠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벽의 마음 책고래마을 48
유하정 지음, 안효림 그림 / 책고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명을 대하는 마음

벽의 마음/ 유하정 글. 안효림 그림/책고래 2024


벽.

벽하면 느껴지는 느낌은 회색, 단단함, 차가움이 먼저 생각난다. 그런데 "벽의 마음"이라니. 벽에도 마음이 있을까? 무생물인 벽에서 느껴지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누구를 향한 마음일까?


어린이 문학을 통해 등단한 유하정 작가와 유하정 작가와 함께 습작 시절을 빛나게 보냈다는 안효림 그림작가가 같이 한 그림책 [벽의 마음]이다. [벽의 마음]의 주인공 벽은 산과 산 사이를 지나는 도로 옆에 있는 벽이다. 높고 색이 없는 벽은 산과 산 사이의 도로를 바라보며 서있는다. 하지만 도로를 지나는 차들은 너무 빨라 잘 못 보는지도 모르는 장면을 본다. 도롯가에 와서 쓰러진 새끼 고라니 한 마리, 새끼 멧돼지 한 마리, 새끼 고양이 한 마리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길로 나왔지만 같은 이유로 쓰러져 자신이 가는 길을 막은 벽에 기댄다. 벽은 자신에게 기댄 새끼 동물들을 보며 밤하늘 별처럼 마음이 깨어나 돌보기로 한다. . 분홍색, 검은색, 흰색만으로 그려진 [벽의 마음]은 표지의 글씨처럼 단단함 안에서 스며나오는 마음이 느껴진다.


[벽의 마음]은 사람의 벽이 아니다. 무생물이라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벽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차들에 부딪쳐 쓰러진 생명을 마음을 다해 감싸주고 빌어준다. 이제 벽은 차갑고 색이 없음이 아니라 따스하게 느껴진다. 벽조차 그럴진대 우리는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질문을 던진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도로가 다른 생명에게는 삶을 가로막는 벽으로, 희망이 없음을 상징하는 벽이 된다. 세상의 중심이 사람이 아닌 생명을 가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은 힘들기만 한 일일까?


아이들에 로드킬은 큰 의미로 다가가지 않을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고라니, 멧돼지, 고양이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가까이 볼 수 있다. 축축한 땅을 찾아 나왔다가 죽은 지렁이, 먹을 것을 찾아 나왔다 죽은 개미 같은 작은 생명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로드킬이라 생각한다. 삶을 살아보기 위해 태어난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QR코드를 인식해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으니 이 책을 만난다면 세상을 떠난 생명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꿈에서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악이 흐르면
이이삼 지음 / 올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이 흐르면 세상은

음악이 흐르면/이이삼/올리2024

서울와우북페스티벌 9회 상상만발 책그림전 당선작인 이이삼 작가의 [음악이 흐르면]이다. 상상만발 책그림전에 당선된 책을 몇 권 본 적이 있는데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선정된 책은 어떤 느낌일까 매우 궁금했다.

검은 레코드판 위로 핀이 올라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면 모습을 드러내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나, 둘, 그리고 여럿이서 춤은 계속된다. 아무 규칙도 없이 꽃잎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춤을 다르게 추어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가장 멋진 음악이, 멋진 하나의 세계로 가득 찬다.

[음악이 흐르면]은 소리가 그림으로 그려진다. 소리를 듣지 못해도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의 음악이 흐르고 있을까 마음에 그릴 수 있다. 또 매력적인 부분은 글씨체다. 표지의 글씨체뿐만 아니라 책 속 글씨체도 독특한 모양으로 음악이 글씨에도 흐르는 느낌이다. [음악이 흐르면]이라는 제목답게 책 전반에 음악이 느껴졌고, 책 속 춤을 추는 사람의 얼굴에 표정이 비어있어 내 마음에 흐르는 음악으로 사람의 표정을 떠올리다 보면 내가 그 속에 있는 느낌이다.


이이삼 작가는 작가 소개에 있는 말에서 "다른 우리들이 어우러진다면 함게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라 질문하며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행복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만국 공통이라는 음악을 즐기면서 서로를 더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진다.


[음악이 흐르면]은 레코드판에 음악이 흐르는 모습으로 그림을 시작한다. 레코드판을 쓴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 나는 무척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이게 뭐야?" 하고 묻는다. 성인을 위한 그림책에 가깝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이 기회로 아이에게 내 어릴 적 추억을 이야기하며 요즘과 그 시절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이삼 작가의 음악이 흐르던 레코드가 하나의 세상을 이루어 가듯 각자의 세상이 함께 어우러져 어떤 음악이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음악이 흐르면]을 만나길 추천한다.


"다르면 어때 규칙은 없어"


"하나하나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빛나는 작은 별이야

모두 함께 어우러진다면 가장 멋진 음악이 되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둘이 싸우면 떡잎그림책 17
브리타 사박 지음, 이고어 랑어 그림, 김영진 옮김 / 시금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승자는?

둘이 싸우면/브리타 사박 글, 이고어 랑어 그림/김영진 옮김/시금치2024


독일의 작가 브리타 사박, 이고어 랑어가 함께 한 그림책 [둘이 싸우면]이다. 브리타 사박은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궁금해하다가 그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한 책이라 밝히고 있다. 밀림을 서식지로 하는 호랑이와 초원을 터전으로 하는 사자는 절대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궁금해하며 나도 어릴 적 누가 이길까 아이들이랑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늘 결론이 나질 않았다. 과연 브리타 사박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표지는 나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결에 들어갈 정도로 눈을 끌었고 책 속 그림도 익살스런 표정과 뚜렷한 색감은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둘이 싸우면]은 누가 더 강한지 궁금한 사자와 호랑이가 겨루기를 위해 만나자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늠름하고 멋진 모습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서로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힘겨루기, 멀리뛰기, 잠수하기, 높이뛰기를 겨뤄보지만 승패를 가르지 못한다. 먹기 시합까지 벌이지만 승부를 가를 수 없었던 승부의 대반전이 이루어진다. 둘이 싸우면 어떻게 될까? 표지를 보고 먼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책을 읽는다면 대반전에 진정한 승부는 이런 것!이라고 말하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 <두 친구가 싸우면- 사자와 호랑이의 노래>를 실어 자유롭게 음을 붙여 불러볼 수 있다. 아이들이 흥이나 신나게 부르며 놀 수 있을 것 같다.


" 싸우면서 큰다 "라는 말이 있다. 각자 집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던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가면서 힘을 시험하고자 한다. 말로도 싸우고 힘으로 겨루기도 하면서 누가 강한 상대인지 알게 되고, 강한 상대에게 겁을 내기도 한다. 싸움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면서 같은 점 다른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또 다른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표지에는 사자와 호랑이지만 아이들은 겨루게 하고 싶은 대상을 넣어 새로운 이야기도 엮을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