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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이들과 얼마나 소통을 하면서 지낼까.
과연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란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소통하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작가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책은 소통의 부재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메모리 박스에 초대한다는 의문의 메일을 받은 여섯 남녀의 이야기가 한 편씩 펼쳐지는데 이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있다.
자신의 기억을 풀어내는 메모리 박스라는 웹사이트.
다른 이들은 출입할 수 없으며 오직 이들 6명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각각의 아이디가 주어진다.
고양이줄고기, 유리고기, 나비가오리, 등목어, 모래무지, 벚꽃뱅어
모두 물고기 이름이다.
과연 누가 이들을 메모리 박스에 초대했으며 이들은 무슨 접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책 속의 이들과 함께 궁금증을 키워나가며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다보면
6명 모두와 연관되어있는 한 사람이 드러난다.
그들의 추억 속의 그녀는 슬퍼보였으며 세상의 것들과 교류하지 않고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자신만의 세상에 사는 사람같아보였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과 얽혀 있는 6명을 위해 그들에게 소통의 장소를 마련해준다.
그녀에게도 너무나 필요할 것 같은 소통의 통로를 그들에게만 마련해 준 그녀의 솔직한 마음은 어떨까 궁금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눈다는 것이 그것도 얼굴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비밀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에도
이들은 다른 이들과 자신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기억들을 공유한다.
공유함으로써 다른 이들과 소통함으로써 추억을 더욱 깊게 새기고 아픔은 치유되며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받는 여러 스트레스를 풀고자 그리고 숨가쁜 나날 속에서 외로움을 보듬어보고자 웹상에 글을 올려 타인들과 함께 나누며 소통하는 지금의 우리들과 같은 모습을 보는 듯한 작품이었다.